어느 날의 일기

발신자 미상. 떨어트린 일기장 속에서[25.03.29]

by 네모

아주 깊은 잠수를 해야 한다. 아주 깊은 바다 속으로, 그 깊은 심해로.

발광하는 동물들이 있고 표류하는 상어들이 있는 곳으로. 그 곳에서 몇천년을 작동하지 않는 눈을 가지고 해류에 몸을 맡겨야 한다. 동력도 없이. 목표도 없이. 차가운 바다 속에서 따스한 온기를 가지고.

나는 너를 원하는데, 너는 나를 원치 않는다. 나는 너를 원하는데, 너는 나를 원치 않는다.

그 마음 속 깊이에는 우리가 있다. 두 손을 꼭 잡고. 파란 피를 가지고. 낚여져 올라가면 우린 누군가의 삶을 살리겠지. 그 단단한 투구와 갑옷은 모두 안에 있는 연약한 살과 함께 뜯겨져 나갈 거야. 사방에서 뿌려지는 난잡한 손들에게는 당할 방도가 없거든. 그게 우리의 운명이야. 결국은 누군가를 위해 뜯겨져 나가는 것. 시체 채로 가니쉬가 올라가 누군가의 근사한 저녁이 되는 것. 그게 나의 운명이야.

살아가는데 자꾸만 누군가의 그림자가 나를 끌어당겨. 나와 함께 있어줘. 나와 함께 불행해줘, 하면서. 이게 사랑인가? 그 그림자가 자주 묻곤 해. 마음이 약한 나는 그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는 수밖에.

너는 나를 원치 않아. 아주아주 깊은 상처는 어떻게 나아지는 걸까. 아주아주 깊은 상처 말이야. 그저 그 상태로 굳게 되는걸까. 마르진 않고 아주 딱딱하게 굳어서 사각형이였던 내가 칠각형이 되는거지.

몹시 아름다운 것을 보고 싶다. 아껴두었던 꿈들을 닦아주고 싶다. 발광하는 모든 것들을 병에 담아 어느 밤 아이들의 머리밭에 풀어주고 싶다. 우울도 닮는걸까. 가끔 우울한 내가 전염병처럼 느껴지곤 한다. 나는 너를 원하는데. 아주 푸른 전염병. 일렁이며 다가오곤 하겠지.

좁은 공간을 서성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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