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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모 Aug 06. 2024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더니

-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새벽 3시가 조금 안 된 시간에 잠자리에 들었다. 무슨 애국자라고, 2024 파리올림픽 중계 몇몇 종목을 본방 사수하느라 그랬다. 그리고도 새벽 5시 기상에 못 일어날까 불안한 마음에 바로 잠들지 못했다. 오랜만에 N포털의 메일을 열어보았다. 용인 시정을 주로 알리는 <용인소식> 담당자가 발송한 7월 24일 메일에서 시선이 멈췄다. 지난달쯤이었나? ‘읽히는 글’을 쓰고자 자꾸 여기저기 두드리기로 마음먹고 생판 남인 매체 담당자에게 시 한편을 송부했다. 처음 시도한 일이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읽지 않음’ 상태인 걸 확인하고 그냥 내 메일함에서보낸 메일을 삭제했었다. 그런데 담당자가 확인을 했었나 보다. 7월 24일에 메일을 보냈는데, 업무일 기준으로도 사흘이나 지나 확인하다니! 다음 달 소식지에 내가 쓴 시를 싣겠다며 원고료를 받을 계좌번호와 예금주를 적어 회신하라는 내용이었다.      


생애 첫 원고료 입금

 여러 날이 지나 확인한 메일이 마음에 걸렸다. 혹시 연락을 기다리던 담당자가 당첨을 취소하지는 않았을지 걱정이었다. 불안한 마음에 급한 오전 과업을 끝내고 메일에 공지된 담당자 유선전화번호로 확인 전화를 넣었다. 

 “○○과 □□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아, 네...저는 용인소식지에 ‘시’ 응모했는데, 당첨됐다고 메일을 보내주셔서요. 계좌번호와 예금주명 공란을 채워 다시 보내드렸는데, 이렇게 드리면 될까요?”

 “네, 제가 나중에 확인해 보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동안 서평 이벤트는 응모하는 족족 당첨되다 보니 설렘은 줄고 일감만 느는 느낌이었다. 이번 외부 매체 기고를 시작으로 긴 글로도 다른 매체에 도전해 봐야겠다.

 첫 원고료여서일까. 통화를 마친 이후 줄곧 폰을 만지작거리며 모바일 금융 알림만 수시로 살폈다. 하루, 이틀이 지나고 3일째 되던 날, 드디어 ‘공보관’이라는 입금자명이 찍혀 있었다. 금액은 5만 원. 예상보다 많은 금액이라 더 뿌듯했다. 

 외부 매체에 글이 실리고 원고료를 받는 일은 처음이라서 앞뒤 없이 설렜다. 순수 창작물이 아니어서 그랬나 보다. <용인소식> 8월호에 실릴 시는 이미 브런치스토리에 발행했던 작품이다. 당시 오프라인 글쓰기 모임의 리더이자, <영업, 질문으로 승부하라>외 다수 도서를 출판하신 오정환 작가님-도서관 문화행사 글쓰기 강사-이 “관찰하고 쓰니 시가 좋잖아.”라고 훈훈한 피드백을 남겨 주셨다. 솔직히 작가님 덕담에 힘입어 소식지 독자 코너 응모까지 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설마 내 졸고가 당첨될 줄은 몰랐다.     


내 삶의 전부인 독서와 글쓰기

 독서와 글쓰기는 내 삶의 전부다. 어린 시절 지독한 가난에 시달렸을 때도 초등학교 입학 후엔 교과서가 내 읽을거리였고,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친구들이나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을 수 있어 좋았다. 그런 꾸준한 독서가 고교 시절 국어 선생님으로부터 “자넨 글을 써보지 그래?”라는 말을 듣게 했다. 대학 때는 전공 공부는 공부대로 했지만, 독서를 멈출 수 없어 중앙도서관 자료실에 자주 들렀다. 나는 그곳에서 나의 인생 책, 에밀 졸라의 『나는 고발한다』를 발견했고 박경리, 헤밍웨이를 만났다.

 결혼 후 10년 동안 살았던 부산을 떠나 서울로 이사 와서 2016년 작은 도서관 위원으로 활동했다. 당시 얻게 된 사서 코드로 국립중앙도서관 사서교육원 사이트에 접속하여 ‘서평 강의’를 들은 이후 지금껏 서평 활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2023년 5월에는 도서관 문화행사 글쓰기 강의에서 만난 오정환 작가님께서 내 서평에 대해 ‘잘 썼다’,는 후한 평가를 해주셔서 지난한 결혼 생활에 지쳐 있던 내게 즐거울 거리인 ‘글쓰기’를 업으로 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오 작가님은 당시 문화강의 수강자들을 모아 책 출간을 권유했다. 그중 나에게는 블로그에서 혼자 가끔 쓰던 시들을 읽어보셨다며 다른 시 동인들과 함께 출간하자고 제안해 주셨고, 그렇게 내 첫 공저 시집 <마음의 때를 벗기고>가 세상에 나왔다. 

 2023년 7월 발간된 <마음의 때를 벗기고>는 네이버 밴드 <시> 동인 5인이 뭉쳐 각자 10~12편 이상씩 쓴 시를 모아 ‘부크크BOOKK’라는 POD(Publish On Demand, 맞춤형 소량 출판)출판사를 이용해 저렴하게 인쇄비만 들여 출간했다. 주문형 출판이라고도 하는 POD출판은 미리 종이책을 찍지 않고,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레이저 프린터 등으로 종이책을 인쇄하는 방식이다. 

 오 작가님은 공저 시집도 출간한 김에 이번에는 그동안 내가 꾸준히 썼던 서평으로 종이책을 내어보자며 얼른 원고를 잘 다듬어 넘겨달라고 하셨다. 그러나 퇴고는 어디서부터 손을 봐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던 중 SNS를 떠돌다가 *그램에서 통쌤을 만났다. ‘하루 3줄 글쓰기’로 시작해 긴 글 두 편을 써서 올리고, 출간기획도 형식을 갖춰 발행했더니 얼마 후 브런치 작가 승인을 받았다. 혼자서는 이미 브런치 작가 도전에서 두 차례나 떨어진 후였다. 

 브런치스토리에서 ‘작가’라고 불리기는 하지만 여전히 나는 종이책 출간 작가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여기저기 무분별하게 올라오는 SNS의 광고 글에 눈길이 갔고, 작년 12월, 또 ‘**북스’라는 출판사에서 올린 ‘4주차 시 창작 강의+시집 출간’패키지 프로그램을 수강했다. 젊은 회원들과 주 1회 ZOOM으로 만나 기한 내 시를 지어 발행한 후 나머지 시를 채워 각자 12편 내외로 작성하여 보냈다. 그렇게 4인 공저 시집 <겨울의 편린>이란 이름으로 두 번째 공저 시집을 만났다.     


욕심 따로 노력 따로

 지난 첫 번째 시집에 비하면 책날개도 있고, 나름 근사해 보였지만 역시 부크크출판사를 통해 출간한 작품이었다. 공공도서관에 ‘희망도서 신청’을 했다가 수서 담당자로부터 직접 POD 출판 도서여서 신청이 불가하다는 말을 들었다. 망신만 당했다는 수치심에 자괴감이 들었다. 공저 책은 한 번이면 족했는데, 장문도 아닌 시집으로 두 번이나 출간한 것은 무모했다. 

 새로 쓰라는 것도 아니고 기존 원고를 퇴고하여 다듬어 보라는 주문에 원고 한 편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는 것은, 태생적 게으름이다. 게으름을 피우는 게 어디 글쓰기뿐이랴. 고시, 공시 등 수험생활 시절에도 처음에는 무리가 될 정도로 모질게 달려들다가 체력이 닳아 바닥을 보이면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다. 

 다이어트와 건강을 위한 운동도 처음에는 규칙적으로 해보겠다고 다짐을 거듭하지만, 통증이 있다는 핑계로 중단하기 일쑤였다. 이렇듯 매사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시작했으나 중간부터 지치기 시작하여 종국에는 나가떨어지는 반복적 행태. 그로 인해 그동안 삶에서 제대로 이룬 것이 별로 없었다. 

 욕심은 긍정적 감정일까, 부정적 감정일까. 대개 부정적 정서로 읽힌다. 욕심은 질투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질투는 남과 나를 비교하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감정이다. 만약 욕심이 자신을 향해 있으면 긍정적 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내가 좀 더 잘했으면’ 하는 마음도 일종의 욕심이 아닐까. 내가 가진 능력보다 더 잘하고 싶은 마음. 그 마음이 더욱 열심히 노력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면 목표를 향한 폭발적인 실행력을 보여줄 것이므로, 이 경우라면 욕심이 긍정적 요소로 작용한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지금보다 ‘읽히는 글, 먹히는 글, 팔리는 글’을 술술 써 내려가고 싶은 욕심이다. 잘 쓴 사람들의 글을 많이 읽고 필사도 하며 그들이 쓴 문장을 곱씹어 봐야 한다. 중간에 멈추지 말고 계속 뚜벅뚜벅 가보자. 한결같은 보폭으로.      


사진 출처 : 픽사베이 success-4168389_1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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