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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모 Oct 19. 2023

나는 어른일까?

-아직도 '어른이'에 머무는 것 같은 어설픈 나에게

오늘 정오쯤 시사라디오프로그램의 한 꼭지에서 '19세부터 59세까지' 성인 대상으로 '당신은 어른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설문조사를 대화를 했더니, 세 명 정도만이 '나이가 들면 당연히 어른이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의 2,30대들은 자신들은 '어른'이란 소리를 듣기 싫어한다고 한다. 두렵다고.


40대 후반으로 치닫는 나도 가끔 내가 정말 어른일까? 고민한다. 중3 아들과 육탄전-몇개월 전에 마지막으로 한 번 하고, 이제는 아이의 위력에 포기했다-을 벌일 때,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친구도 형제도 아닌데 덩치도 한참 커진 아들하고 이게 무슨...'하고 현실을 자각하고 난 순간.

또, 진짜 내가 배아파 낳은 아이와 살짝 철든 아이 같은 남편과 참과 거짓을 놓고 돈을 거는 내기를 할 때.

난 분명 '어른'이 아닌 '어른이'다.


그렇다면, 진정한 '어른'의 모습은 뭘까? 방송에서 보도자가 전하던 것처럼 '어른이라면 요즘의 20대에게 훈계하려 들지 말고 그냥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만 하면 어른이란 말인가. 그럼 우리가 그들의 이야기에 진짜로 귀 기울여주면 그들도 우리들의 말에 진짜로 귀를 기울여줄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내가 아는 2001년생 여대생은-지금은 휴학중이다-자신의 얘기는 두 눈을 반짝이며 말하는데 내가 말할 땐 초점없는 눈으로 영혼없이 고개만 끄덕인다.

물론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일수도.


'어른'의 개념이 요즘은 '어르신'처럼 느껴지기라도 하는 걸까. 엄연히 법률상으로는-민법 제4조(성년) 사람은19세로 성년에 이르게 된다.-만 19세가 되면 성인이다. '성인'이라는 법률상 권리는 누리고 싶으면서 '어른'으로서의 의무나 태도는 따르기 싫어서 그럴수도 있다. 또 어른이면 왠지 책임의식도 강해야 하고, 의젓하고 담대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중압감 때문일수도.


나의 20대는 과연 어른스러웠던가 돌이켜볼 때 별로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아마도 요즘 20대가 더 자유분방할 수 있는 건 사회적 변화와 문화도 있겠지만, 그들의 부모세대인 70년대생의 비교적 개방적인 사고체계가 당신의 자녀들에게 좀더 자유를 허용해주고 싶은 마음이 커서 그런 건 아닐까.

그러나 자유와 방종은 구분되어야 한다. 자유는 허용하되, 방종까지 이르는 것은 자제시켜야 한다.


어른이기 힘든 세상이다. 진지한 조언이라도 할라치면 '꼰대'라는 비난을 받기 일쑤다.

'꼰대'의 사전적 의미는 '늙은이'라는 은어, '선생님'을 이르는 학생들의 은어라고 한다.

나는 늙은이도 선생님도 아니니 꼰대가 아닌걸까? 언제부터인가 꼰대의 본래적 의미보다 젊은 세대에게 지적을 하거나 조언을 하는 것만으로도 꼰대라 불리기 시작했다. 특히 직장에서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업무적 지시를 하는 것만으로도 때로는 꼰대로 몰리기 십상이다.


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에 세대를 가르는 용어가 난무하기 시작했다. 아마 내가 청년이라 불리던 그 시절부터 X세대(1960년부터 1980년대까지 태어난 세대), Y(M)세대(1980년부터 1990년대 초까지 태어난 세대), Z세대(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에 태어난 시대. 다가올 세대는 '알파 세대'라고 한다. 그 다음 세대는 '베타 세대'일까?


어른은 나이만 먹는다고 자연스레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다양한 인생 경험 속에 쌓인 지혜는 세월의 무게와 꼭 비례하는 건 아닐테니까. 나이는 먹었어도 모든 게 평탄한 인생을 살아 온 사람은 생물학적 나이는 많아도

경험치가 부족해서 지혜는 빈약할 수 있다. 굴곡진 인생을 살아 낸 젊은 사람만 못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나이'에 민감하다. 그 와중에 이번 정부에서 낸 유일한 성과는 '만 나이'를 공식 나이로 인정하기로 한 것이다.

탄생월이 늦은 사람은 무려 두 살이 줄어드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렇지만 아직 대외적으로 나이를 말할 때 아직까지는 만 나이보다는 기존 한국식 나이로 말하게 된다. 익숙한 습관이기에.


생물학적 나이는 40대 중반을 넘어서고 있지만 아직은 완전한 어른으로 성숙하지 못한 '어른이'는 오늘도 이렇게 힘겹게 글을 쓴다. 어른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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