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된 꿈
-매일 읽고 쓰겠다고 대외적으로 선언하듯 매거진까지 만들었건만...
역시 난 시작만 그럴싸하고 늘 끝이 흐지부지다.
그래서 올해는 어떻게든 연말까지 뭐라도 하나 이루는 해로 만들고 싶어 부지런히 나를 채찍질했다.
글쓰기 강의들도 열심히 챙겨 듣고, 실제로 글도 써보고, 온/오프라인 모임도 참석중이다.
그래서 올초부터 본격적으로 글쓰기를 할 작정으로 출판사의 '서평이벤트'에 응모하여 다수의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열심히 서평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던 중 글쓰기 대면모임에서 만난 회원의 열정적인 삶의 일상을 듣고 나서 나도 좀더 공식적인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여러 글쓰기 강사의 공통적인 조언은 '글은 읽히기 위해서 쓰는 거니까 읽는 사람을 배려하는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기에 "글은 간결하면서도 분명하게 쓰여야 한다"는 것. 나는 생각의 파편이 좀 난삽한 것 같다. 그러니 자꾸 글이 길어지고 그럴수록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흐려지곤 한다. 서평도 나는 나만의 해석으로 저자의 생각을 해석해서 독자들을 위해 전달하는 글이라 자부했다. 그래서 나의 이야기를 쓰는 일은 감히 용기낼 수 없었다. 어느 것 하나 내세울 것 없는 나의 비루한 삶.
남들과 비교하지 말라고. 요즘은 개성시대라고. 말들은 많다. 그러나 정작 내밀한 부분으로 접근하면 결국 명문대 vs 지잡대, 석사이상 소지자 vs 고졸자, 대기업 종사자 vs 중소기업 종사자, 워킹맘 vs 전업주부...등 사회적 신분은 엄연히 존재한다. 그런 분류 자체를 차별이라고 왜곡하고 싶지는 않지만, 한 그룹에 속하면 누군가는 꼭 상처받는 사람은 존재한다. 나같은 소심하고 자존감 낮은 사람. 상대방이 상처를 줘서가 아니라 그냥 스스로 위축된다. 언젠가 나와 동갑이라는 건물주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전직 영어학원 강사였다. 그리고 취업문제로 통화하던 중 이력서 기재란에 넣어야 할 출신학교를 말하다가 수화기 너머 "아~..." 하는 소리를 듣고 정말 부끄러웠다. 이것이 한국 사회의 현실인 것이다.
그렇다면 비교적 차별을 느낄 수 없는 영역이 바로 글쓰기 영역이 아닐까 한다. 예를 들어, 주물 노동자 출신 <회색인간>의 '김동식 작가'를 보자. 대단한 학벌도 화이트칼라도 아니었지만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유명 작가가 되지 않았던가. 그래서 감히 전업주부, 부가적으로 도서관 비정규직 신분인 나도 이렇게 열심히 글을 쓰며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중이다.
딱 여기까지만 목표를 삼아야함에도 언감생심, 단독 저서까지 올해 낼 수 있을거라 꿈꾸었다. 나의 이야기가 아닌 '서평'이라는 남이 쓴 글을 이렇다 저렇다 평가하는 데 그치는 컨텐츠로 매수만 채운 원고를 출판사측에 디밀며 출간까지 이어질거라는 헛된 꿈을.
심지어 그 꿈이 일장춘몽임을 채 깨닫기도 전에 나와 비슷한 연령대의 여류작가가 서평책을 출간하기까지 했으니 당연히 시기적으로도 경쟁력이 떨어졌다. 그 작가는 이미 전작 출간 이력이 있었다. 최근 출간한 서평책이 두 번째 출간작이었다. 당신이 출판사 사장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특별한 프로필이나 출간 이력도 없는 사람에게 '서평'이라는 저작권 문제도 얽힐 원고로 선뜻 출간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열심히 써야 한다. 쓰면서 끊임없이 갈고 닦아야 한다. 어설픈 감성 유도 문장을 충만한 감동 유발 문장으로, 다듬기를 반복해야 한다. 더 몰입하고, 더 치열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