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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모 Oct 23. 2023

안개

기상 후 한 시간이 지났는데도 뿌옇기만 한 오늘 아침

언젠가 나의 불투명한 미래에 애꿎은 안개를 끌어다 빚댄 적이 있다.

새벽 6시 기상모임을 진행한지 4주차. 요즘은 6시는 이미 새벽이 아닌 시대가 되었다. 

새벽이려면 기본 4시부터 시작이다. 4시, 4시반, 5시... 

그리고 강제성이란 명목으로 회비 또는 보증금을 걷기도 한다. 

철저한 자본주의 마케팅인 줄 알면서도 스스로는 고치기 힘든 습관인 걸 알기에 회비를 내고 10월 2일부터 

새벽 6시 기상을 실천하고 있다. 


기상 미션은 6시~6시 30분까지는 '독서', 6시반~7시까지는 운동으로 '108배 하기'를 실천중이다. 부실한 나의 무릎이 견뎌줄까 걱정했지만 의지가 힘줄의 고통을 무디게 하는 듯 하다. 사실 하루 30분, 심지어 요즘은 추워진 아침 공기에 땀도 한방울 나지 않는 실내운동으로 살이 빠지기를 기대한다면 욕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렁거리는 뱃살가죽이 조금은 단단해지길 기원했다. 역시 식이요법이 동반되지 않으니 무용지물. 게다가 얼마전 아침시사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의사는 일반인이 식이요법없이 살을 빼는 건 거의 불가능하고, 태릉선수촌의 국가대표 선수들처럼 운동하면 평소처럼 먹으면서 한달에 2kg정도 뺄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글쓰기를 핑계로 특별한 일정이 없는 날에는 집에 틀어박혀 한발짝도 밖에 나가지 않으니 살빼기는 글렀다. 


그렇다고 마냥 손놓고 있을수는 없다. 오늘부터라도 당장 걸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루를 초단위, 분단위로 쪼개어 써야 한다. 그러나 갑작스런 일상의 작은 변화에도 내 몸 속 호르몬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느릿한 평상시의 활동량을 기억해두었는지 조금만 분주하게 움직여도 금새 피곤함을 느낀다. 나에겐 피곤 호르몬 즉, 부신피질에서 코르티솔 분비가 원활치 않나 보다. 이는 심할 경우 면역기능저하와 만성피로의 원인이 된다고.

그럼 나의 늘어진 일상을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 고칠 수 있는 건 고치고, 영양제의 힘도 빌어 보자. 

물을 자주 마셔야겠다. 평소 물 마시기를 꺼려하는 나지만 날씬한 몸매는 커녕 몹쓸 몸뚱아리로 남은 인생을 살 수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점심 식사 후에는 일단 식곤증이 유발되니 영양제 한 알을 먹고 약기운으로라도 산책을 한 시간만 다녀오자. 집 앞 지루한 코스보다는 이왕이면 집 근처 대학교 교정을 걸으며... 일단 올 연말까지는 여기까지만 실천해보자. 아직 출판사에서 받은 서평 도서들이 산적해 있으므로. 


서평 미션은 나의 글쓰기를 채근하는 좋은 동기 부여가 되기도 하지만, 작성 마감 시한이 정해져 있어서 종국에는 마음의 빚으로 남는다. 그래서 이번 달까지 응모한 건에 대해서만 서평 과제를 다 마치면 내가 소장한 도서들을 하나씩 꺼내어 읽으며 자율 서평을 시작해야겠다. 그러면 비교가 되겠지. 출판사 증정 도서로 서평 마감 기한이 정해진 독서를 할 때와 내돈내산 책으로 자율 서평 작성을 할 때의 독서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아이를 등교시키고 나의 애마 노트북을 켜고 글을 쓰다가 쏟아지는 졸음에 결국 삼십 분쯤 눈을 붙이고 났더니 이미 안개는 걷히고 맑은 하늘을 드러내고 있다. 분명 아이가 등교할 때까지만 해도 안개로 우리 집 앞 베란다 밖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게 뿌옇기만 했는데...오늘은 빠르게 기온이 상승하고 있나 보다. 오늘의 제목 '안개'가 무색한 글이지만, 그러면 어떠하리. 난 분명 이른 아침 내내 안개가 자욱한 풍경에 이끌려 글을 썼을 뿐이고. 


바쁜 월요일 아침, 이 오전이 다 가기 전에 매일 써야 하는 블로그 글쓰기 미션도 얼른 마쳐보자. 그래야 또 점심식사후 산책 일정도 소화할 수 있을 테니. 글쓰기로 다져 가는 나의 일상이 매일 수시로 차오르는 우울감을 밀어내는 좋은 습관이 되도록. 항우울제 대신 시를 쓰고, 누구라도 붙잡고 하소연하고 싶어 쓸데없이 휴대폰번호를 누르는 대신 독서를 하는 일상이 삶이 되도록. 오늘도 나는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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