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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모 Nov 02. 2023

성취 강박

-'성취'라는 마약에 취해 뇌세포의 '강박'이라는 교란이 일어나는 중

[국어사전]

성취 (成就) : 명사 목적한 바를 이룸.

강박 (強迫)  

    1. 남의 뜻을 무리하게 내리누르거나 자기 뜻에 억지로 따르게 함.  


    2 . 어떤 생각이나 감정에 사로잡혀 심리적으로 심하게 압박을 느낌.  


    3 . 민법에서, 상대편에게 고의로 해악(害惡)을 끼칠 것을 알려 공포심을 일으키게 하는 행위. 강박 행위로 인한 의사 표시는 취소할 수 있고 강박으로 받은 손해는 배상하게 할 수 있다.  


올해는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정확히는 서평쓰기-를 열심히 해보려고 서평이벤트에 전투적으로 응모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느 인친님이 나를 자신이 속한 '미라클 모닝' 모임에 이끌면서 약 한달 반(5월 둘째 주~6월말까지)정도 매일 06:30에 ZOOM에 접속하여 얼굴을 들이밀며 매일 한두 명씩 늘어가는 신입회원들 올 때마다 같은 버전으로 자기 소개를 해야 했다. 그것도 민망한데, 사실 평소 잘 안 읽히는 자기계발서를 계속 직접 구매해서 읽고 나눔해야 하는 일이 버거웠다. 점점 더 '부를 창출한 분'들이 들어왔다. 도저히 '부'를 창출하기는 커녕 '글 한 편'도 제대로 쓰기 힘든 날들이 많은데 말이다. 점점 비루한 나는 그 곳에서 죄인처럼 화면 앞에 있었다. 그래서 6월의 마지막 평일 모임일인 금요일에 마지막 인증샷까지 찍고 단톡방에 그간 화면으로 만났었던 분들께 안부·감사인사 전하고 그길로 나왔다.


그러다 7월에 『역행자』를 선물받고 실제로 읽은 건 8월 하순경이다. 그 책을 읽으며 지금까지 읽었던 여느 자기계발서와는 다르게 도서의 서론부터 초반부를 넘어서 거의 중반쯤까지 에세이처럼 자신의 진솔한 성공하기 전까지의 인생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는 점이 좋았다. 또 독자에게 많은 것을 변화하라는 행동지침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독서'와 '글쓰기'만으로 기존의 사고체계만을 바꾸면 성공할 수 있다는 말에 끌렸다.

한 케이블채널의 질문하는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여자 변호사의 '새벽 4시반에 일어난다'는 수면습관이 알려지며 서점과 각종 온라인 모임에서는 '미라클 모닝'에 대한 열풍이 대한민국을 후끈 달구었다. 물론 지금도 새벽모임 단톡방들도 많고 나도 뭐 늦은 새벽이지만 06시에 애써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리며 그날 읽을 책장을 펼치곤 다.


6월 첫 만남부터 서평원고 피드백해 줄테니 원고 넘겨달라고 해서 넘겨드렸다. 그런데 정작 내 서평 원고로는 "분량도 들쭉날쭉하고 하고 저작권 문제가 있다"고 조언해주셨다. 그러다 내가 블로그에 그냥 한번씩 '그분'(창작feel)이 오실 때 써올렸던 "시를 묶어 나 포함 5인 공저 시집을 한번 내보자"고 제안하셨다. 하필 그때 신랑이 운전하는 차에 동승하고 마트를 가던 중에 받은 전화라 괜히 잘난 척을 하고 싶었는지 "네...제 시가 너무 졸작인데 괜찮을까요? "우리도 뭐 다 고만고만해~" 라는 말씀에 혹해서 부끄러운 시를 감히 기성 시인분들과 공저 시집을 출간했다.


그게 화근이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마치 내가 진짜 시인이라도 된 양 괜히 혼자 뿌듯했다.

그 무렵 그림책 공방에서 친정엄마께 드릴 그림책을 내가 손수 그림도 그리고 글도 써서 만드는 작업을 했다. 똥손이라 그림도 못 그리는데 그냥 뭐 한번 그려봤다. 그런데 그림책 작가님은 용기 북돋워주시느라 계속 칭찬해주시고...고래는 아니지만 춤을 추듯 우여곡절끝에 완성한 그림책은 지난 추석때 친정갔을 때 드렸다. 내가 그림 못 그리는 걸 알기에 "그림은 누가 그렸대?" "내가 그렸어. 못 그렸지?"했더니, "아이고, 우리 딸이 그림도 그려?" 하셨다.


내 성향도 고려하지 않고 마구 일정을 빽빽하게 짜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또 우울 습격 시간이 자꾸 당겨졌다. 처음엔 주 단위로 우울감이 느껴지더니 그 다음엔 며칠 단위, 최근엔 매일, 오늘은 시시때때로... ㅠㅠ

무엇에 홀린 듯, 브런치스토리에 그만 '연재'를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그것도 내겐 벅찬 주제를. 잘 안다고 생각해도 전문가는 아닌데 뭘 믿고 덜컥 주1회 발행을 약속했단 말인가. 아직 서평도 밀려 있는데... 얼마 전 유명 연예인들의 마약 투약 혐의 보도를 보고 나도 '성취'라는 약에 취한 걸까. 게다가 이에 앞서 점심때쯤 온라인 독서모임까지 가입을 하고... 가입을 후회하는 게 아니라 내가 활동을 제대로 못하고 민폐만 끼칠 것 같아서 그렇다.


아무래도 '성취 강박' 증상인 것 같다. 올해 안에는 꼭 책을 내야한다는 강박. 브런치북도 발행했으니, 다른 작가들처럼 연재도 해보고 싶은 마음. 브런치의 '출판 프로젝트' 시기가 돌아오면 기어이 어느 한 출판사에서라도 연락을 받아보고 싶은 마음. 첫 온라인 강의 이후 나도 유료 강의 개설을 해보고 싶은 헛된 욕심.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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