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기후와 환경, 과학 분야의 전문가 5인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계량화된 수치와 그래프 등을 사용하여 구체적으로 설명해주는 일종의 '기후위기 백과사전'이라 하겠다.
1부와 2부로 나누고, 각 3장으로 재분류하여 기술한 목차는 가독성을 높였다. 게다가 꼭지당 기후 관련 용어들을 중심으로 세부적으로 기술하고 있어서 지구과학을 배우는 학생 이상의 연령대 독자들은 누구나 읽고 이해하기 쉽게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은 기후위기에 대한 도서로서 역시 속지에 해당하는 부분에 '재생용지로 만든 책'이라는 표시가 눈에 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와 '장'이 나뉘는 부분에는 초록색을 사용하였고 이해를 돕기 위한 그래프와 자료 사진 등은 다양한 생과 실사로 실어 두어 시선을 집중시킨다.
또한 각주와 매 한 꼭지의 주제가 끝나는 부분의 '더 찾아보기' 코너는 초록 글자색이어서 통일감을 부여했고, 눈의 피로를 덜어준다.
1부, 지구 기후 변화와 인간
1장-지금 지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크게는 '지구온난화'로 규정할 수 있겠지만, 이 장에서는 세부적으로 해양온난화, 해양산성화로 인해 빙하가 녹고, 영구동토가 해빙하는 현상들을 용어 해설과 함께 여러 참고 문헌, 사진 자료 등을 통해 생생하게 심각성을 부각시킨다.
2장-왜 지금 지구의 기후가 변화하는 걸까?
학창시절 지구과학이라는 과목에서 열심히 배우며 외웠던 '지권, 수권, 대기권, 생물권'의 개념이 등장한다. 이러한 각 권역들의 상호작용방식을 이해하고 과학적으로 관찰한 정보를 해석하여 앞으로 벌어질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것이 기후 시스템을 이해한다는 것이라고 전제한다. 이와 관련하여 '가이아 이론', '온실효과', '복사 에너지' 등의 개념을 알 수 있고, 지구온난화의 직접적 원인이 되는, '화석연료', '온실가스', '에어로졸' 등도 언급하고 있다.
3장-지구에 출현한 인간과 그 발자국
지구의 역사가 약 46억 년 전 우리 은하의 변두리에서 시작되었다고 일러주며, 마지막 대멸종은 약 6,600만 년 전, 소행성 충돌로 인한 극심한 기후변화와 해양산성화가 일어나서 발생했다고. 이러한 지구 대멸종이 여섯 번째로 일어날 것에 대해 과학자들이 경고하고 있다고 한다.
"인류에 의해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고, 이는 기후변화를 불러와 기존 생명체들에게 괴멸적 타격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먼지에서 지적인 고등동물로 진화하기까지 숱하게 많은 우연과 행운이 함께했고, 그 결과가 현재의 생태계 다양성인데, 아마도 이런 우연은 다시 일어나기 힘들 것이다. 그만큼 소중하고 경이로운 지구가 생물 절멸의 위기에 놓여있는 셈이다."(본문 pp.115-116)라고.
2부, 기후위기 대응 행동
1부가 기후위기의 실상에 대한 다각도의 분석을 기술하고 있다면, 이번 2부에서는 전 세계적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구체적 실행 방안에 대해 이야기한다.
1장-전환의 큰 그림
지구 평균 온도가 2°C상승이 임계점이므로 1.5°C~2°C 사이를 유지하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2015년 12월 파리에서 채택되고, 2016년 4월 뉴욕에서 서명된 '파리 협정Paris Agreement'은 2016년 11월 공식 발표되었다고. 이 협정은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선진국에마너 부과하던 기존의 교토 의정서Kyoto Protocol 체제를 넘어, 모든 국가가 자국 상황을 반영하고 참여하는 보편적 체제를 마련했다는 의의를 지닌다.
합의된 목표는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C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가급적 1.5˚C로 제한한다는 것이다."(본문 p.143)라는 내용임을 소개한다.
또한 '생태경제', '도넛경제', '순환경제', '커먼즈 기반 경제' 등을 소개하며, 과감한 전환이 필요함에 따라 1987년 9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개최된 국제회의에서 24개국과 유럽경제공동체EEC간에 <오존층 파괴물질에 관한 몬트리올 의정서>가 정식 국제협약으로 채택되었음을 일러준다. 그 내용은 "의정서에 의거해 개도국이 아닌 당사국은 1999년까지 프레온 가스로 대표되는 염화불화탄소의 생산량과 소비량을 50%감축해야 했다. 이 의정서는 현재까지 4차례의 개정을 거쳐 총 96종의 오존층 파괴물질을 규제대상물질로 정했는가 하면, 생산량과 전폐일정도 확정했다. 염화불화탄소보다 값싼 대체물질로 개발된 HCFCS에 대해서도 잠재적인 악영향을 인정해 2030년까지 전면 폐기하도록 규정했다."는 것이다. 이토록 기후위기는 전 세계적으로 경제적 관점의 산업구조에 대한 과감한 전환이 절실함을 강조한다.
2장-기후위기 대응 정책
사실 나도 작년 대선 후보 토론시 여러 후보 사이에 공방이 오가던 'RE100'에 대해 몰랐었는데 이 책을 보며 알게 됐다.
"RE100(Renewable Energy 100)은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겠다는 협약으로, 2014년 다국적 비영리기구인 'Climate Group'이 주도하고 있다. RE100 협약에 가입한 기업은 재생에너지 100% 달성 목표를 정하는데 해당 기업이 직접 사용하는 전력을 재생에너지는 바꾸는 것뿐만 아니라, 납품받는 부품 등에 대해서도 재생에너지 100%를 요구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재생에너지 확대 속도가 더욱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본문 p.204)라고 설명하고 있다.
앞 장에서는 경제적 측면의 인식 전환에 대해 논의했다면, 이번 장에서는 직접적으로 에너지 전환에 대해 설명하는데,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탈화석연료가 중요한 지금 시점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과 전기화electrification가 중요한 과제들이라고. "전기화는 에너지원을 화석연료에서 전기로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본문 p.207)고 설명한다. 이 밖에도 여러 매체를 통해 한번쯤은 들어봤을 '탄소가격제도'나 업사이클링과 같은 개념 등을 통해 각국의 정책적 변화를 주문한다.
3장-기후시민으로 살아가기
나를 비롯한 독자들과 같은 일반인들이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 어떤 마음가짐과 행동철학을 가져야 할지 이야기한다.
'지구'는 우리가 살아가는 장소로서의 세계이니, 기후위기에 처한 지금의 상황에서 자신과 이웃과 모두가 잠재적 피해자이고 나아가 희생자도 될 수 있음을 깨달아 기후위기나 기후행동 토론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기후활동가의 역할을 할 것을 주문한다.
또한 자본주의 체제 변화 또는 전환이 필요하고 '우리 자신, 다른 공동체들, 그리고 자연과 조화로운 삶'을 추구하는 에콰도르의 '수막 카우사이'정신을 배워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아울러 우리가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1.5˚C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소개하며, 법정 스님의 "행복의 비결은 필요할 것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라 내가 불필요한 것으로부터 얼마만큼 자유로운가에 달려 있다."(본문 p.318)는 말씀을 따라 '제로 웨이스트'실천에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
(1) Refuse 필요하지 않은 것은 거절하기
(2) Reduce 필요하며 거절할 수 없는 것을 줄이기
(3) Reuse 소비하면서 거절하거나 줄일 수 없는 것은 재사용하기
(4) Recycle 거절하거나 줄이거나 재사용할 수 없는 것은 리사이클링 하기
(5) Rot 나머지는 썩히기/퇴비로 만들기
이처럼, 기후위기의 실태와 그에 대응하는 정부나 사회, 개인의 인식 변화와 실천 노력을 한 권에 담아냈다. 최대한 객관적 자료와 자세한 용어 설명을 부기해주어 과학분야도서는 어렵다는 편견을 깨기에 충분하다. (책 말미에 '단위안내'와 '찾아보기'도 참조) '기후위기'가 띄어쓰기가 아닌 고유명사처럼 한 단어로 쓰이게 된 것만 보더라도 그 심각성을 느낄 수 있다. 습관적으로 '기후'와 '위기'를 거리두기 하려던 행태를 이제는 좀 바꿔보자.
책 속 거창한 이론이나 과학용어들을 죄다 기억할 순 없겠지만 각 개인이 일상에서 플라스틱 음료 용기 대신 개인 물병을 사용하고, 쇼핑할 때는 비닐봉지나 종이백 대신 장바구니를 챙겨서 구매물품 담아오는 정도의 간단한 실천은 할 수 있지 않을까.
사실 나는 육식을 별로 즐기는 편은 아니라서 '채식 위주의 식단'은 환영한다. 다만 다른 식구들을 위해 주 2~3회 정도는 육류나 생선을 올릴 수밖에 없다. 대신 음식을 남기거나 버리는 일은 앞으로는 절대 없도록 하겠다.
자, 이 책 한 권으로 갈수록 피부로도 느껴지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해 가족들과 진지하게 대화와 토론 한 번 해보시면 좋을 것 같다. 아이들의 과학 학습에도 가족들의 현명한 소비에도 분명 도움이 될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