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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모 Nov 16. 2023

네모의 서평일기

-비문학편(교양인문)-

『어머니를 돌보다』

-결코 쉽지 않은 가족돌봄의 생생한기록


이 책은 표지의 질감이 가죽과 벨벳을 합성한 느낌으로 손자국이 남을 정도로 독특한 질감이다. 일러스트는 '성립'님이 꾸며주셨는데 저자인 '린 틸먼'과 그녀의 어머니 '소피 메릴 틸먼'이 서로 손을 맞잡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연필 스케치가 투박하게 되어 있어 마치 두 사람 모두 상처를 입은 듯 표현한 것이 아닐까 감히 짐작해 보았다.

다독자 중 한 분인 <<정희진의 공부>>편집장이자 이화여대 초빙교수인 정희진님의 추천사, "넋을 뺏긴 채 읽었다. 몸에 새겨 영원히 간직하고 싶었다." 는 띠지로 독자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 책은 총 263쪽 분량의 '교양인문'분야 도서이다. 소설가이자 문화비평가인 저자 린 틸먼은 국내는 물론 자국인 미국에서도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작가들이 존경하는 작가이다.

그런 그녀가 자신의 언니들과 무려 11년 동안 '정상뇌압수두증' 이라는 알츠하이머(일명 '치매')와 증상이 유사하여 감별이 힘든 질환을 앓는 어머니를 간병하며 느꼈던 경험들을 사실적으로 기록한 자전적 에세이이다.


그래서 그런지 목차도 없이 바로 본문이 시작된다. 그리고 바로 다음 페이지에, "1994년 말, 어머니가 병을 얻었다. 그로부터 약 11년 동안 어머니는 자신의 세 딸들, 즉 나와 두 언니에게, 그리고 의사들, 간병인들, 간호사들, 물리치료사들, 기타 의료종사자들에게 의지했다."(본문 p.10)라고 써서 이 책의 내용 전개가 11년간 엄마를 돌보았던 딸로서 느꼈던 의무감과 사랑하는 마음, 그리고 죽음에 이르는 임종 과정까지 세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결국 2006년 98세의 나이로 돌아가시고 나니, "나는 어머니를 몰랐다. 그 모든 일을 겪었음에도, 이 글을 썼음에도 나는 여전히 짐작할 뿐이다. 왜 어머니가 어머니 같은 사람이 되었는지 나는 모른다. 어머니에게도 영혼이 암흑에 빠진 순간이 있었는지 나는 모른다. 어떤 연유로 그랬는지도. 어머니에게 물어봤더라면 좋았을 텐데. 스스로에 대해, 소피 메릴 틸먼이라는 사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런데 부모가 돌아가시고 나면 원래 후회되는 것들이 많은 법이다."(본문 p.247)라고 하여, 어머니를 돌보는 동안 진심으로 대하기보다 자식으로서의 의무감에 해낼 수밖에 없었던 순간들에 대한 후회가 묻어난다.최초 진단시에는 '알츠하이머' 라고 하여 그에 해당하는 약을 복용했으나 차도가 없고 발작만 더 심해져 다른 의사에게 진단을 받아보니 '정상뇌압수두증'이라고 하여 '션트' 수술-션트라고 불리는 얇은 튜브를 뇌에 삽입하여 과도한 뇌척수액을 뇌에서 흡수될 수 있는 신체의 다른 부분으로 배출하는 수술이에요.(출처:tlsaldud88@naver. com)-을 받고 발작도 줄고 기억력도 평소에 비해 현저히 감소하지는 않았었다고.

어머니의 투병기와 더불어 틸먼 가(家) 자매들에게 고용된 여러 간병인 중 가장 젊었던 '프랜시스'에 대한 여러 이야기도 들려 준다.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관계이면서도, 병든 노모를 돌보는 수고로움을 대신해주는 그녀에게, 약간의 비위행위 정도는 눈감아주었다. 점점 그 행태가 심해져 도저히 용인할 수 없어서 내치게 되었을 때 또다시 저자 자신이 딸로서 감당해야 할 일이 늘었을 때, 의무감에 마지못해 처리하는 자신의 입장을 "나는 좋은 딸 역할을 연기했지만 거기에는 내 진심이 담겨 있지 않았고 내 양심은 담겨져 있었다."(본문 p.130)라고 표현했다.


또한 번역자님의 작가 린 틸먼에 대한 분석이 내가 느낀 부분과 일치하다니... 

"작가 본인은 아니라고 할지 몰라도 린 틸먼의 글쓰기는 그의 어머니를 많이 닮은 듯하다. "어머니와 관련해서는 나는 죄책감을 느낀 적이 결코 없다. 내가 어머니에게 내주는 것은 어머니가 받을 자격이 있는 것보다 많았다. 아주 매정하게 들리겠지만 말이다."(130쪽) 작가가 쓴 이런 문장을 보면, 자기 딸을 상대로 경쟁심을 불태우면 안 된다고 나무라는 딸에게 자신은 경쟁심이 강한 사람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던 그의 어머니가 보이는 듯하다."(본문 p.258)고 한 부분이다. 


저자 린 틸먼은 어머니를 돌보는 딸의 입장에서, 자존심 강하고 딸을 질투할만큼 자시 과시를 좋아하는 엄마에 대한 마음에 우러나오는 애틋함은 없으나, 자식된 도리를 실천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돌봄을 실천한다. 자신의 글쓰기 시간을 빼앗기는 상황에 분노도 치밀며 급기야 간병인까지 구해서 자신을 비롯한 자매들의 돌봄 의무를 대신 맡긴다. 가족도 진심까지 다하지 못하는 상황을 이해하면서도 고용료를 지불하는 입장이니 그들의 불성실함을 토로하며 독자의 이해를 구하고 있다. 특히 젊은 프랜시스에 대한 고마움과 실망감을 상당 지면을 할애해 기술하고 있다.


'100세 시대'라는 말을 실감하게 하듯, 린 틸먼의 어머니, 소피 메일 틸먼은 향년 98세의 나이에 돌아가셨다. 임종 장면까지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어서 상상하며 읽다보니 약간 끔찍한 생각도 들었다. 

대한민국 사회도 이제는 '초고령화 시대'에 직면했다. 게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혼자 삶을 꾸려가는 독거 노인과 그에 따른 고독사 비중도 급격히 늘었다. 이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더불어 노부모의 돌봄 문제를 요양병원에 입원시키는 것으로 해결하는 행태가 만연한 현실. 요양보호사로 불리우는 전문 간병인의 처우와 그들의 비위로 인한 여러 사회적 문제도 종종 뉴스에서 보도될 때마다 씁쓸함을 느끼곤 했지만, 과연 나는 오롯이 내 시간을 바쳐 내 부모님을, 특히 엄마를 집에서 돌볼 수 있을까. 

이 땅의 가족이라는 '의무감'으로 부모든 자식이든 오롯한 '돌봄'을 감당하는 많은 보호자들이여, 이 책을 읽으며 마음의 짐이나 죄책감을 좀 내려놓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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