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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모 Nov 16. 2023

다독도 중요하지만 깊이 있는 독서가 중요!

-분야별 깊이가 쌓일 때까지는 우선 한 분야를 선정해 집중 독서 하기

여러 사람이 비슷한 조언을 할 때는 받아들여야 한다. 나의 다양한 분야의 일관성 없는 독서에 기반한 서평활동을 보며 "한 분야로 통일해서 읽어보는 건 어때요?" 라는 어조의 지적과 조언이 있었다. 좋은 말씀인 줄 알면서도 처음에는 '꼭 그래야 하나? 각자 추구하는 독서 유형이 있는 건데...' 하는 반발심이 들었다. 그렇다보니 무시는 아니지만 흘려들었다. 그래서 여전히 나는 습관처럼 출판사의 홍보 수단의 일환인 SNS상 서평이벤트 응모를 하며 분야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책을 받아 읽고 서평을 작성해 올리고 있다.


그러다 같은 분에게 나의 독서 행태와 관련한 두 번째 조언을 들었다. 이번엔 처음 말씀보다는 내게 무게감이 느껴졌다. 그래서 이후에는 무심코 응모하던 서평이벤트 횟수도 줄이고, 책을 선별하여 응모하는 등 나름 변화를 시작했다. 그러던 중 지난 달 중순쯤 글쓰기 모임 강사님-나의 멘토이시기도 한-의 주선으로 출판사 대표와 미팅이 있었다. 각자의 출간기획서를 들고. 미팅 일정이 잡히기 며칠 전 내가 애초에 출간 기획한 '서평사례집'과 비슷한 류의 도서가 출간되었음을 온라인 서점 광고를 통해 알게 됐다.


그래서 미팅 전 나와 비슷한 컨텐츠의 그 도서를 얼른 사비를 들여 구매했다. SNS상에서도 이미 서평이베트를 열고 있었지만, 그 기간까지 기다릴 수 없었다. 마음이 급했기 때문이다. 그 저자는 이미 출간 작가였다. 게다가 제목도 본인의 감각인지 출판 기획자의 작명 전문가가 지었는지 모르겠지만,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내용도 나의 서평들을 나열한 내용을 뛰어넘어 독서와 자신의 이야기를 결부하여 책소개를 하고 있었다. 그러니 내가 몇날 며칠을 정성들여 써내려간 서평이라 해도 그런 정성 따위는 전혀 행간에서 읽힐 리 없었다.


이미 그런 착잡한 기분으로 출판 기획 회의에 가는 발걸음은 무겁기만 했다. 그래서 그런지 찾아가는 길을 이미 사전 답사를 거쳤음에도 정거장을 지나치는 어이없는 실수를 하며 늦었다. 그리고 결국 예상대로 나의 기획안은 속된 말로, 까였다. 저작권 문제와 유행에 뒤떨어진 컨텐츠라는 평. 속은 쓰렸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어제 또 문우들과 글쓰기 모임을 했다. 출간 원고 수정 및 진행상황을 묻는 강사님에게 "전 그냥 접기로 했어요. 올해는 아무래도 더이상 원고 못 쓸 것 같아요." 했더니, 문우들 중 책 출간 이력도 있는 분이 독자 타깃층을 바꿔서 처음부터 다시 써보라고 구체적 솔루션을 제시해 주셨다. 그 말에 강사님도 "그거 좋은데요? 한 번 다시 써 봐요. 다음 달 모임까지 초고까지는 좀 써서 만납시다." 라고 하셨다.


그리고 또 다른 멘토분의 말씀도 있었다. "사람마다 책을 읽는 방식이 다 달라요. 다독을 하는 것도 중요하고 여러 분야의 책을 읽는 것도 중요한데, 서평을 쓰든 뭘 하든 깊이 있는 독서를 위해서는 어느 단계까지는 한 분야를 정해서 연관 독서를 해야 합니다." 라고. 이렇게 여러 사람이 비슷한 지적과 조언을 한다는 것은 결국 내가 잘못된 독서 습관을 가진 게 맞다. 소신이라는 이름으로 부리던 고집이고 아집이다. 그러니 이제 나를 변화시켜야 한다. 그래야 글도 제대로 쓸 수 있다. 그렇다면 나에게 가장 필요한 분야는 무엇일까? 이렇게 어설픈 글을 내게는 아무래도 '글쓰기에 관한 책'이 절실하다. 그래서 단어의 조각들을 최대한 많이 수집해야 한다. 그리고 그 단어들을 내 글이 막힐때마다 하나씩 꺼내서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연습을 해보자.


많은 문장들도 수집하고 자꾸 읽은 내용을 정리하는 연습. 나의 뇌가 더 이상 빨리 늙지 않도록. 기존에 갖고 있던 능력까지 잃어버리는 서글픈 순간이 오지 않도록. 종종 나의 신경회로를 거쳐 간 단어가 입 밖으로는 엉뚱하게 튀어나오는 경우가 있다. 두렵다. 뇌 세포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건 아닌지... 그러기 전에 '깊이 있는 독서' 마일리지를 최대한 많이 비축해두어야 한다. 얼른 서평 미션을 끝내야겠다. 그리고 이제 당분간 서평 이벤트 응모는 자제하자. 아니 금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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