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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모 Jan 29. 2024

시골살이중 무엇이 가장 힘드냐고?

-물리,화학적 불편함과 생활의 단조로움

앞선 우리 모자의 병원 유람은 시골살이의 가장 큰 불편함이다. 아마 굳이 따지자면 이 상황은 '물리적 불편함'일 수 있겠다. 일단 행정구역상 읍 지역-우리 식구가 이사 온 후 전입신고 마치니 읍 지역으로 승격했다고 한다-이다 보니 근린생활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도심지보다 많은 유일한 시설은 반경 1킬로미터에 십수 개도 넘는 편의점일 것이다. G사부터 C사, E사, S사까지. 그러나 큰 돈은 없지만 은행이 부족한 것도 불편하다. 농협, 우체국이 유일하고 그나마 인근 외대 캠퍼스 내 제일 안쪽 언덕에 자리한 우리은행이 전부다. 도심에 많은 국민, 신한, 하나, 기업은행은 광역버스를 타고 인근 도시인 성남 서현역 근처에서 날 잡아 은행 나들이를 해야 한다. 이 무슨 어이없는 상황이란 말인가. 금융 업무를 위해 돈과 시간을 들여 큰일 치르듯 장거리 외출을 해야 한다니.


또 하나의 단점은 이렇게 추운 겨울을 제외하고는 문을 열어 놓고 사는 나머지 3계절에는 흔히 '고향의 냄새'라고 불리는 인근 축사에서 나오는 가축 분뇨를 발효(?)한 짙은 퇴비 향이 코끝으로 전해진다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화학적 불편함'이라고 부르고 싶다.


또 한 가지는 장점이자 단점인 '생활의 단조로움'을 꼽을 수 있겠다. 아마 이 단점은 내게는 큰 단점일 수 있겠으나, 운전을 잘하시는 분들에게는 단점까지는 아닐 수 있다. 어디든 오히려 운전해서 분위기 좋은 카페나 식당들을 찾아 삼삼오오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사교를 나눌 수도 있고, 도심보다는 덜 혼잡한 도로 여건이어서 운전하기도 수월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 


이러한 상황에 대체로 기분은 좀 씁쓸하지만, 인근 대단지 아파트 완공 후 입주하기만을 기다려 본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 아파트 공사가 진행되기 시작하던 무렵 인근 주유소가 있던 자리에 ★벅스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작지만 DT(드라이브 스루)매장이어서 외부에서도 드나들기 좋고, 넓지는 않지만 위로 4층까지 올린 건물에 층마다 특색있게 꾸며서 동네 아주머니들의 마실 장소가 되었다. 나도 작년에 한번 노트북을 들고 가서 칸막이 좌석에 앉아 블로그에 글 한 편 올리기도 하고, 서평 초안을 작성하기도 했다. 아파트 상가동에 병원, 패스트푸드점, 마트형 수퍼마켓, 그리고 은행도 국민, 신한, 하나 중 한 곳은 입점하지 않을까? 그러면 그 상가 인프라를 좀 누려봐야겠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라는 세간의 말도 있지만 뭐 어쩌겠는가. 이기고 지는 것보다는 당장 튼튼한 내 두 다리로 이동이 가능한 지역에 편의시설이 입점한다는 사실이 내겐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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