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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모 Jan 27. 2024

참 적응 안 되네~(2)

-나의 도심 병원 나들이

오늘은 한결 여유로웠다. 아무리 멀어도 같은 용인에 있는 도심권 지역이니 시외지역보다는 대중교통 이동시간이 훨씬 단축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목적지가 마침 우리 아파트 앞에서 최단 경로로 이동이 가능한 광역버스가 있어서 그 버스만 타면 30분 정도 만에 도착할 수 있다. 게다가 투덜대는 아들 녀석은 혹시나 동행하고 점심도 먹고 카페도 들러 어제처럼 데이트라도 할까 싶어 계속 깨웠는데 안 일어나니 혼자 홀가분하게 외출했다. 아들한테도 선언했다. 오늘 치료 정오쯤 마쳐도 밖에서 점심 먹고 카페도 들렀다 오겠다고. 그래도 꿈쩍없이 "네~"하며 절대 침대 밖으로 나오지도 않는 녀석을 보니 혼자만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 같아 잠깐 들었던 미안한 마음도 훌훌 털어 버렸다.


버스 정류장에서 하늘을 보고 있노라니 곧 눈이 내릴 것 같았다. 치료 중간에 보니 아니나 다를까 눈이 오고 있었다. 혹시 몰라 우산을 챙겨왔는데 다행이었다. 치아 방사선 촬영 후 구강내과, 통합치의학과, 치주과를 순차적으로 들러 검진과 스케일링을 받았다. 다른 비용엔 지독한 구두쇠인 신랑이 치과 진료만큼은 이 단국대 치과병원을 고집하며 나에게도 친히 검진 및 치료받으라고 권해서 재작년부터 열심히 다니고 있다. 물론 동네에 치과가 없는 것은 아니나 몇 번 가보아도 결국은 그냥 더 큰 과잉 진료만을 안내하는 통에 별수 없이 매번 방문시 진료비가 만만치 않긴 하지만 도심의 이 병원에 다니는 것이다. 의료진들 모두 친절하고 갈 때마다 대학 캠퍼스를 함께 만나니 옛 추억도 더듬어 보게 되어 좋다. 


진료를 마치고 근처 칼국수 가게에서 바지락을 듬뿍 넣은 칼국수를 한 그릇 사 먹고 이*야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내가 좋아하는 카페모카를 따뜻하게 매장용 머그잔에 담아 와 나의 사랑 태블릿PC를 펴고 오늘 읽은 시각장애인 오정환 님이 쓴 『나의 전부인 소리』라는 시집을 읽고 서평을 블로그에 저장한 후 한참 버스를 기다려 집에 왔다. 집에 오니 4시쯤이 되었다. 여전히 침대에서 뒹굴고 있는 아들을 보니 그대로 다시 나가고 싶었지만, 비도 오고 피곤해서 그만두었다.


어제, 오늘 병원 관광을 다닌 우리 모자. 우리 동네에도 메디컬센터 부지가 몇 달 전부터 현수막으로 안내되어 있다. 그런데 정작 아직 첫 삽도 안 떴다. 얼른 대형병원급은 아니더라도 이비인후과, 안과, 피부과는 꼭 들어와서 옆 동네 또는 도심지까지 원정 진료 받으러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병원을 아울렛 쇼핑몰보다 더 자주 다니는 우리 모자에게 이 공기 좋고 농산물 식재료 가성비 좋은 동네에 살면서도 자꾸 떠나온 서울을 떠올리지 않도록.      


*본 글은 1월 17일에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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