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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모 Jan 26. 2024

참 적응 안 되네~(1)

-아들과 나의 병원 나들이

그 흔한 운전도 못하는 무능한 엄마와 귀하신 몸 행차하시느라 짜증이 잔뜩 밴 아들은 아파트 건너편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오늘은 아들이 서울 살 때부터 다니던 영등포 김안과병원 정기검진이 있는 날이어서 무려 편도 두 시간이 넘는 거리를 다녀와야 했기 때문이다. 나는 어제 공언한 바와 같이 오늘 삼삼오오 미라클과 삼삼브런치 연속강좌를 듣고 씻고 준비할 작정이었다. 그러나 늦은 밤 자꾸 커피가 당기더니 차마 한 잔을 다 마시지도 못한 커피의 카페인은 기어이 나의 불규칙한 수면에 기름을 부은 격으로 머리끝까지 이불을 뒤집어 써도 소용없이 밤을 거의 지새웠다. 4시가 넘어서 이제는 자기도 애매해서 차라리 먼저 씻고 외출준비를 하기로 마음을 바꾸었다. 그렇게 씻고 외출 복장으로 오랜만에 상쾌한 기분과 덜 꼬질꼬질한 모습으로 삼삼오오 미라클 ZOOM화면을 켰다. 마침 통쌤의 글쓰기 강연도 있고, 삼삼브런치 강의도 있어서 늦지 않게 참여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통쌤이 브런치 강의를 조금 일찍 끝내주셨지만 출발 전 준비 시간을 계산하여 아들을 7시에 깨웠다. 씻고 평소 같으면 그냥 거를 아침 식사인데, 먼 길 이동하느라 평소보다 허기질 것에 대비하여 잉글리시 머핀에 햄과 치즈, 달걀 프라이를 차례로 채워 넣고, 아침 특정 시간대에만 판다는 M사 '맥모닝' 구색은 갖추어 만들었다. 나는 아들이 샤워 중일 때 얼른 서서 한 개를 뚝딱 해치우고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서 툴툴대는 아들에게 "유찬아, 엄마가 속옷 네 방에 꺼내놨으니까 입고 얼른 여기 와서 잉글리시 머핀 빵 먹어."라고 말하고 나는 손과 양치를 마치고 겉옷까지 차려입고 얼굴에 에어쿠션을 바르고 가방을 멨다. 그제서야 다 먹고 옷을 입는 아이, 아침엔 날씨가 많이 추우니 옷을 좀 따뜻한 걸 입으라고 했더니, 또 짜증을 냈다. "엄마, 내가 일찍 일어났으면 나머지는 내 맘대로 하면 안돼요?" 한다. 정말 또 순간 뇌혈관이 팽팽해지고 심장에서 뜨거운 기운이 올라오는 걸 느꼈지만 나는 최대한 감정을 자제하며 조금만 서둘러 줄 것을 주문했다. 


다행히 우리가 늘 이용하는 버스 정류장에서 평소와 달리 오랜 시간을 기다리지 않고 몇 분 만에 서울까지 가는 광역버스가 도착했다. 서울역이 종점인 버스로 우리는 중간에 '을지로입구역' 근처에서 내려 전철로 환승해 문래역에서 내려서 900여 미터를 걸어 드디어 목적지인 김안과병원에 도착했다. 이런저런 간단한 검사 후 진료실에 들어섰는데 의사 선생님이 또 이것저것 점검하더니 "유찬이 지난번 검사 때처럼 별 이상 없습니다. 이제 유찬이는 안 오셔도 됩니다. 그냥 가까운 데서 검사하세요. 특별히 이상있을 때만 오시구요."라고 하셨다. 정말 들인 시간에 비해 진료시간은 단 1~2분이니, 그럴만하다. 따로 약을 처방해 주는 것도 아니고. 


울 모자는 마치 서울에 놀러 왔다가 겸사겸사 병원에 잠시 들른 것처럼 본말이 전도된 상황에서, 오전 11시를 조금 넘겨 마친 진료로 얻은 여유시간에 근처 쇼핑몰에 들러 점심도 먹고 교*문고에 가서 서평 관련 목차와 발제를 위한 참고 자료 수집을 위해 도서도 구매했다. 생각보다 자료가 많이 없었다. 알라* 중고 서점을 이용해야 하나? 나의 이 난삽한 글을 일목요연하고 가독성과 구매력을 높이기 위한 '읽히는 글'로 바꿔 줄 비법 도서는 어디에 있을까? 


돌아오는 길에는 버스 안에서 출발한 지 얼마 안 되어 둘 다 곯아떨어졌다. 난 판교쯤에서 잠시 눈을 떴다가 다시 잠들었고, 아들은 계속 잠에 취해 있어서 내릴 즈음에 부랴부랴 깨웠다. 집에 돌아오니 3시 23분. 아~하루가 다 갔다. 


('나'의 병원 방문기는 다음 글에 이어집니다.)


*본 글은 2024년 1월 16일에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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