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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알 Dec 27. 2020

타인의 삶을 바라보는 자세

넷플릭스 <플로리다 프로젝트> 리뷰 


누군가의 삶을 바라볼 때, 우리는 이미 어떤 시선으로 그 사람의 삶을 판단하고 편견을 갖게 된다. 꼭 계몽주의자가 아니어도 합리성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권하고 조언을 하려고 안달한다. 누군가의 삶을 그대로 바라보는 게 가능하기나 한가? 일상에서도 이런데 영화는 더 힘들다. 카메라 자체는 이미 하나의 시선이고 권력이다. <플로리다 프로젝트>에 나오는 이들의 삶을 다큐멘터리로 담아도 이 보다 더 시선이 개입할 거 같은데. 이 영화는 극장편영화인 데도 시선의 개입이 없는 것처럼 다가와 더 놀랍다.

일정한 거주지가 모텔인 이들의 삶은 어떨까. 모텔은 잠시 머무는 공간이라고 사회적으로 약속된 공간이다. 사회적 약속을 깨고 임시 거주지를 집으로 삼는 이들의 생활 속으로 우리는 들어간다. 모텔 장기 투숙자에게 아이들이 있다. 이 아이들은 이웃처럼 서로 친구가 되고, 방학 내내 시간을 같이 보낸다. 모텔 주변을 뛰어다니면서 소리 지르고 웃는다. 재미있는 놀이가 있으면 서로 알려주고, 폐허에 들어가 불장난도 하고,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서 지나가는 손님에게 구걸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득템한 아이스크림을 한 입씩 돌려가며 먹고, 그 달달함을 공유하고 애정 하는 게 사라지는 허망함도 경험하고, 때론 그 허망함을 견디는 법도 터득해 간다. 장기 투숙자 아이들의 엄마는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인생으로 아이들을 세심하게 배려할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없다. 아이들을 안 사랑해서가 아니라 자신만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사랑한다.

극 중에 무니 모녀가 있다. 무니의 엄마가 왜 아이와 모텔 생활을 하게 되었고, 왜 파트타임일지라도 고정된 곳에서 일하지 않는지 아무런 정보를 주지 않는다. 영화는 개연성을 설명하기보다는 무니 모녀의 일상을 그저 보여준다. 일주일 단위로 방세를 내야 하는데 돈이 없어서 고민하고 모텔 관리인과 언성을 높이며 화를 못 참아 극단적으로 행동한다. 근처 고급 리조트 관광객들에게 접근해서 향수를 파는 일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지만, 무니와 함께 할 때면 당당하고 특별한 노력 없이 아이의 시선을 공유해서 무니와 노는 것은 곧 무니 엄마의 놀이처럼 보인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삶은 몹시 불안정해 보인다. 무니 모녀가 하루하루 사는 것을 보면서 슬그머니 무니의 앞날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무니 모녀는 행복한데 이 행복 뒤에 양육자의 경제적 무능력 있고, 사회적 편견으로 보면 아이에게 옳지 않은 행복일 수도 있겠다, 하는 지점에서 아동국 직원들이 등장한다.

무니 엄마가  SNS를 통해 성매매를 해서 방세를 내는 것이 기관에 알려지고 이웃 장기 투숙자들에게도 알려진다. 무니는 어른들의 개입으로 갑자기 친구들을 잃게 되고, 유일한 친구인 엄마만 남는다. 다른 사람의 이해와 공감이 없는 상태에서도 모녀의 관계는 변함없다. 엄마와 딸,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 아이에게 사회가 지향하는 윤리적 태도를 알려주지 못하는 엄와와 아이를 분리시키려는 시선에 모녀는 흥분 상태가 된다. 


무니는 결국 아동국 직원의 손에서 달아나면서 영화가 끝이 난다. 무니가 엄마와 헤어지는 것을 저항하는 표정에서 과연 기관이 엄마와 아이를 떼어놓는 게 맞을까, 하는 의문을 품게 된다. 엄마가 양육 능력이 없어서 아이를 기관에 수용하는 해결책은 아주 단순하고 관료주의적이다. 아이에게 의식주도 중요하고, 올바른 사회 가치관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무니처럼 어린아이에게는 엄마의 사랑과 지지가 중요하다. 엄마라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아이에게 안정감을 준다. 


무니가 달아나는 마지막 장면에서 나는 무척 충격을 받았다. 무니의 탈출은 진정한 탈출일까, 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기보다는 엄마의 비윤리적 행동을 비난하기 쉽다. 아이의 상처에 공감보다는 무니 엄마의 행동을 판단하기 때문이다. 아이의 사회화를 진정으로 걱정하는 사회라면 무니 모녀를 떼어놓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이 함께 살 방법을 제시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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