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해진 동네 뒷산, 서달산

by 김남금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코로나로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할 때, 집에만 있기 갑갑해서 뒷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사람은 손만 뻗으면 잡을 수 있는 것에는 마음을 주는 데 인색하다. 그리하여 오랫동안 뒷산은 아웃 오브 안중. 다른 동네 숲길을 탐험하고 접근의 편리성과 아름다움에 감탄했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로 행동반경이 급격하게 위축되었고 가까이 있는 것에 눈길을 돌렸다.


동네에 서달산이 있다. 서달산은 해발 179미터의 귀여운 동산이다. 뒷산은 접근성이 좋아서 장점이 많다. 언제든 시간 날 때, 심지어 세수도 안 한 채 오를 수 있다. 물 한 병들고 집에서 가장 가까운 진입로로 올라간다.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 나와 모두 같은 마음이었는지, 좁은 등산로가 사람들로 붐볐다. 거짓말이 아니라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줄을 서서 가야 할 정도였다. 많은 사람들의 발길로 산이 다져져서 고도가 낮아질 걱정이 들 정도였다. 인구밀도 높은 동네에 있는 야트막한 산들은 모두 이런 운명을 지녔을 터이다.


코로나 때문에 찾았던 뒷산이 이제는 일상으로 성큼 들어왔다. 이따금씩 뒷산에 오른다. 집 근처로 난 진입로에 들어설 때마다 감탄사가 나온다. 진입로 밖은 사람들이 밀집해서 사는 아파트 단지인데 계단 한 칸만 올라가면 도심이라는 사실을 잊을 수 있게 울창한 숲이 기다리고 있다. 볼 때마다 이거 실화냐, 자문하게 된다.


장미 철에는 현충원 벽을 따라서 색색의 장미 덕분에 호사를 누렸다.

요즘은 볕이 뜨거워서, 하루는 해가 뉘엿해질 무렵에도 올라갔더니 러블리한 황금빛 볕을 오롯이 받고 있는 숲을 보고 심쿵. 저 멀리 넘어가고 있는 햇살을 받아서 초록 나무 숲이 불그스름하거나 노르스름한 빛을 띠면서 투명하게 빛났다. 인적은 드물고, 볕과 숲은 다 내 차지가 되어 마음이 살랑거리고 발걸음도 살방살방.


도시에 살면서 석양 무렵에 하던 일을 멈추고 아름다운 빛을 감상하는 일은 잘 안 된다. 마음의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여행자로 변신해야 뉘엿한 햇살을 비로소 바라보게 된다. 여행을 떠나지 않고도 여행을 하는 방법 중 하나는 매일 볼 수 있는 석양을 즐기는 것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저녁 햇살을 바라보면서 뒷산 여행자가 되어본다. 모든 건 마음에 달려있다는 말은 참이다. 잠시 마음의 여유를 가지면 하찮게 봤던 일상적 공간이 심장을 간지럽힌다. 손에 가지고 있는 것의 가치를 돌아보게 하는 저녁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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