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계발 서적엔 인간의 성장을 비행에 비유한 이야기들이 자주 등장한다. 한때 "비행기는 이륙할 때 전체 연료의 80%를 쓴다"는 말이 유행했었는데, 이것은 사실 과장된 이야기다. 이륙 중에는 엔진출력을 최대로 높여야 하기 때문에 다른 구간보다 연료를 더 많이 쓰는 것은 맞다. 하지만 분당 소모율을 봐도 순항구간의 두 배를 넘지는 않고, 전체 비행시간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현저히 적기 때문에 절댓값은 그리 크지 않다.
그래서 나는 '이륙을 위해선 전력을 다해 활주로를 달리는 구간이 필요하다'는 비유를 더 좋아한다. 나는 양질전환의 법칙이 인생을 관통하는 진리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임계점을 넘는 양이 쌓였을 때 비로소 질적인 변화가 일어난다는 법칙이다.
경험이 쌓여야 성장한다는 점은 게임에서의 레벨업과 닮아있다. 게임에서는 다음 레벨까지 얼마의 경험치가 더 필요한지, 사냥을 하거나 미션을 클리어할 때마다 얼마의 경험치가 쌓이는지 명확히 숫자로 보인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시간을 들이면 레벨업이 가능할지 가늠하기 쉽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 게이지가 보이지 않는다. 뭔가 계속하고는 있지만 성장한다는 느낌이 오지 않을 때, 도대체 얼마를 더 해야 다음 레벨에 도달할 수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될 때, 우리는 포기의 유혹을 마주한다. “아, 이제 그만해야 할까?”하는 순간이다. 하지만 그 때야 말로 다음 레벨에 도달하기 직전일 수도 있다. 꾸준히 쌓은 노력과 경험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방향만 확실하다면 계속해 볼 가치가 있다.
현실에서 경험치 게이지를 대신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기록하는 것이다.
독서 역시 양질전환의 법칙을 따른다. 임계점을 넘는 권수의 책을 읽어낸 후에야 독서습관이 잡히고, 그제야 더 어려운 책을 읽어낼 수 있다. 몇 권을 읽었는지, 책에서 어떤 통찰을 얻었는지 서평을 기록하다 보면 어느새 독서력이 성장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정확히 몇 권을 읽어야 변화가 일어나는지는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 알 수 없기에 더 흔들린다. 하지만 기록은 다시 동기부여가 된다.
비행 얘기로 다시 돌아와 보자. 이륙 활주 중 멈추는 것을 이륙 중단이라고 한다. 고속에서의 이륙 중단은 타이어 펑크와 함께 활주로 이탈 등과 같은 사고로 이어지곤 한다. 한번 이륙활주를 시작했다면 진짜 이륙할 때까지 열심히 달려보자.
속도감이 두려워도 괜찮다.
그 두려움이 바로 나를 하늘로 띄워 올리는 양력이 될 것이다.
바퀴가 땅에 떨어지고 구름이 뚫리고 파란 하늘이 보이면 그다음 과정은 비교적 수월하게 마련이다.
비행도, 인생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