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비행과 소크라테스

by 너일론

| 조종사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은


사람들은 내게 종종 묻는다. 조종사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은 무엇이냐고.

시력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고, 운동능력이나 타고난 비행 감각을 떠올리는 이도 있다.


정답은 없지만 나는 메타인지라고 생각한다.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능력,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고, 어디부터는 할 수 없다는 것을 정확히 인식하는 능력. 이것이야말로 조종사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 상황인식


상황인식은 언제나 내 위치를 정확히 아는 것에서 시작된다. 요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유럽 항로가 막히면서, 우리는 흑해 남쪽을 우회하는 경로로 유럽을 오간다.


KakaoTalk_20251231_204410869.png 텅 빈 우크라이나 상공과 붐비는 흑해 남쪽의 항로 (c)flightradar24


크림반도 남쪽을 지날 때면 전쟁으로 인한 GPS 교란 때문에 순간적으로 위치 파악이 어려워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물론 GPS가 방해를 받아도 대체 항법 장비들이 있기 때문에 비행 안전 자체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요즘은 GPS 교란 장비도 한층 진화했다. 단순히 신호를 끊는 재밍(jamming)을 넘어, 엉뚱한 위치 정보를 보내는 스푸핑(spoofing)이 사용된다. GPS 신호가 아예 잡히지 않는 것보다 잘못된 위치를 ‘정상’으로 인식하는 쪽이 훨씬 위험하다. 그래서 스푸핑이 의심되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첨단 장비인 GPS 위치 정보를 끄고 비행하는 절차가 존재한다. 위치를 잘못 인식한 항법은, 아무리 정교해도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옛날 대항해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 장거리 항해의 출발점은 언제나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정확히 아는 것이었다. 육분의로 하늘을 읽고 지구상의 위치를 계산한 후에야 비로소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할 수 있었다. 그 모든 과정이 곧 항법이었다.



| 너 자신을 알라


인생도 다르지 않다. 내가 지금 어느 지점에 서 있는지,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그리고 위기가 닥쳤을 때
어디까지 버티고, 어디서 물러나야 하는지를 아는 능력. 이 메타인지가 가장 중요하다.


'너 자신을 알라'라고 했던 옛 현인의 가르침은 위대하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