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ER PAPER GOO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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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동부 조지아주의 주도인 애틀랜타에는 유명한 관광지가 많다.
다운타운에 있는 올림픽 공원을 중심으로 코카콜라 본사, CNN 센터와 조지아 수족관이 몰려있어 도보로 여행하기에도 좋다.
하지만 문구점을 경험해야 그 도시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하는 문구덕후는 아처 페이퍼 굿즈 문구점에 먼저 가보기로 했다.
675 Ponce De Leon Ave NE SUITE W119, Atlanta, GA 30308 미국
아처 페이퍼 굿즈는 한 때 애틀랜타 시청으로 쓰이던 건물을 개조한 폰즈 시티 마켓에 위치하고 있다.
우리의 성수동 같은 힙한 느낌으로 리모델링되어 카페와 음식점, 상점과 공방들이 몰려 있는 곳이다.
지도상에서 보면 다운타운에서 3km 정도 떨어져 있어 걸어갈 만은 하다. 별생각 없이 출발했지만 주택가에서 무리를 지은 현지인들과 마주치면 다소 무서운 느낌이 있다. 차로 다녀오길 추천하고, 그게 아니라면 밝은 낮을 빌어 두 명 이상으로 다녀오도록 하자. 우리는 만만한 아시안이니까.
폰즈 시티 마켓에 들어섰더니 마침 점심시간이다. 식사하고 커피 마시는 직장인들 무리에 섞인 이방인은 괜히 들뜬 기분이 된다. 왁자하게 떠드는 분위기도 좋았지만 역시 남들 일하는 모습을 보며 노는 것이 제일 즐거워서일까.
아시안 식당들도 여럿 보인다.
햄버거에 질린 나는 일본 식당에 들러 돈코츠 라멘에 가라아게를 시키는 호사를 부려 본다.
옵션이 많아서 고르기 어려웠지만 맛은 뭐, 아는 맛이다. 마늘 한 알을 통째로 짜 넣는 걸 좋아하는 마늘의 민족인 나에게는 좀 아쉬운 맛이랄까.
식당가를 지나쳐 오늘의 목적지인 아처 페이퍼 굿즈에 들어선다. 이곳의 볼거리는 단연 연필 액자다.
어딘가의 창고에서 꺼내온 듯한 레트로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홍보용 연필들이 액자에 가득 들어 있다. 액자 두 개에 빽빽이 들어선 연필이 어림잡아도 300자루는 넘어 보인다.
아아, 이곳이 정녕 연필의 숲인가.
내가 이베이에서 레트로 연필을 둘러보게 된 것도 아처 페이퍼 굿즈 방문의 영향이다.
나중에 세계를 돌아다니며 방문한 호텔들의 연필들을 모아 이렇게 꾸며봐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리고, 창가 쪽으로 연필코너가 보인다
THE PENCIL SHOP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연필장이 사진에 나와있는 것 말고도 더 있다.
붉은 띠가 있는 레트로한 유리컵에 연필을 한가득 꽂아두고 또각이로 가격을 표시해 두었다.
역시 미국의 머스그레이브와 딕슨의 연필들이 많았고, 스위스의 까렌다쉬나 일본의 기타보시 연필들도 보였다.
블랙윙도 당연히 있다.
가격은 우리나라와 별반 차이 나지 않아서 패스!
내 눈을 끈 건 필드노트의 연필들이었는데, 망설이다 사 오지 않은 것이 아쉬웠다.
귀국하고 나서야 필드노트 브랜드에 관심이 생겼는데 같은 연필을 다시 찾기가 정말 어려웠다.
미국의 필드노트는 유럽의 몰스킨과 비교되곤 한다. 20세기 중반 미국의 농부들이 사용했던 포켓노트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브랜드다. 뒷주머니에 늘 갖고 다닐 정도의 크기와 무게감으로 사랑받고 있는데 오리지널 크라프트 라인업이 가장 대중적이다.
필드노트의 철학은 "I'm not writing it down to remember it later, I'm writing it down to remember it now." (나중에 기억하기 위해 적는 것이 아니라, 지금 기억하기 위해 적는다.)라는 슬로건에서 잘 드러난다.
기록한 것을 다시 꺼내보지 않더라도, 손으로 뭔가를 쓰고 나면 오래 기억에 남는다. 학생 때도 적어가며 외우던 것이 더 잘 기억나지 않던가.
인상적인 제품은 익스페디션 에디션 라인업인데, 내구성을 위해 무려 12가지 테스트를 한다.
방수, 난연, 극한 온도는 기본이고 진공, 바람저항, 전기저항등의 항목들도 보인다. 눈폭풍 몰아치는 들판에서 번개를 맞아도 사람은 모르겠고 노트는 남겠구나.
애틀랜타에서 알게 된 필드노트를 사고 싶어 미국출장이 나올 때마다 찾아 헤매기 시작하는데 거의 일 년 후에야 엉뚱한 곳에서 만나게 된다. (TO BE CONTINUED..)
아처 페이퍼 굿즈에서 사 온 연필들이다.
1. 기타보시 나무젓가락연필
2. 까렌다쉬 스위스우드 HB COBS
3. 코이누어 트라이그래프
4. 머스그레이브 그린벨트
이번 기회에 까렌다쉬 스위스우드를 처음 써 봤는데 약간 두꺼운 두께감과 진한 나무향, 단단한 필기감이 마음에 들어 아직까지도 가장 좋아하는 연필이 되었다. 심지어 잘 닳지도 않는다.
연필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무리는 또다시 진심당과 연심당으로 구분된다. 진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좋아하면 B계열을 좋아하는 진심당이고, 단단하고 사각거리는 필기감을 좋아하면 H계열의 연심당이 된다. 중간의 HB를 좋아하는 사람은 중심당이다. 요즘 같은 혼란한 시기에는 H와 B,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중심당이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나는 성심당을 좋아한다. 이게 뭔 소리냐고? 나도 모르겠심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