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발표하기 두려워 하는 아이를 위한 방법(2)

너무 내성적인 아이 편

by 꿀잠

2학년 4반 예슬이는 3월4일 학기 첫날부터 깔끔하게 땋은 머리와 까만 구두, 어린이용 투피스를 입고 세련된 공주님의 모습이었다. 아이들이 수선스럽게 떠들 때에도 늘 큰 눈을 깜빡이며 묻는 말에만 답을 하는 아이였다. 그렇다고 새침떼기이거나 까칠한 아이는 아이었다. 말을 거는 친구에게는 다정한 눈으로 바라보며 반응을 하고 미소도 보였다. 나는 다가가서 무슨 말을 하는 지 듣고 싶었지만 단 한번도 들을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내가 가까이 가면 안그래도 작은 목소리를 더 볼륨을 낮추어 절대 선생님이 들을 수 없게 했기 때문이다. "예슬이 무슨 이야기 했어?^^ " 하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부끄러워했다.


이런 예슬이는 발표도 자주 하지 않았다. 발표 하겠다고 자발적으로 손을 드는 경우는 한달에 한 번도 보기 힘들었다. 예슬이는 경청(만)하는 아이었다. 발표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학습 성취도가 낮은 편도 아니었다.


어쨌든 발표도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을 주로 듣기만 하던 예슬이. 예슬이의 학부모님은 상담하러 오셔서 "예슬이 저 닮아서 낯가리고 발표 잘 안할거예요. 저도 친한 언니들하고만 말이 많거든요."

라고 하셨다. 제발 발표 좀 잘 하게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진 않으셨다. 즐겁게 지내는 것만으로도 됐다고 하시고 가셨다.


하지만 담임의 마음은, 예슬이도 수업에서 1인분 충분히 하게끔 하고 싶고 , 그렇게 교육시켜야겠다는 본능이 활활 타기마련이었다.


계속하여 아이를 관찰 한 결과, 예슬이는 충분히 수업에 조용히,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아이의 적극성은 모둠활동에서 행동으로 볼 수 있었다. 친구들끼리 편안하게 의견을 주고 받을 때에는 작게나마 본인의 생각과 호불호를 말하고 있었다. 예슬이가 워낙 목소리가 작고 내성적인 것을 알고 있으니, 아이들은 예슬이 입에 본인의 귀를 초 밀착하여 들어줬다(갬동포인트). 그리고 "예슬이는 이게 좋대!" 라고 큰 소리로 말 해준다.

예슬이는 비록 리더는 아니었지만, 가만히 친구들의 동태를 보고 있다가 발표하는 친구의 대본이 떨어지면 주워서 챙겨주고, 가위가 필요한 순간에는 가방에서 가위를 꺼내고, 아이들이 서로 색칠을 하겠다고 싸울 때에는 색연필을 내려 놓고 아이들을 관조하다가 양보했다. 종이 치면 호다닥 일어나서 책상을 휙 치우고 다음 시간 책을 꺼내고, 마음이 내키거나 말 거는 친구랑 소리없이(ㅋ) 키득키득 웃으면서 하루를 평온하게 보냈다.


이런 예슬이는 학교 생활을 잘 못하고 있는 것일까?


발표 한 번을 안하고 극도로 부끄러움을 타는 것은, 예슬이 학부모 상담에서도 들었듯이 가족 내력, 타고난 기질 때문인 경우도 있다.

하지만 예슬이는 '발표는 싫어해도' 친구들에게는 배려심도 있고 착하고 귀엽고 자기 할 일은 알아서 하는 아이로 인정받았다. 나 역시 이런 장점을 더욱 크게 봐 주고 극대화시켜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교육자로서 예슬이에게 발표 훈련을 혹독하게 시켜주었거나 예슬이가 발표를 좋아하도록 만들어 제2의 인생을 사는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이지만, 당시 저연차 교사였던 나는 '예슬이도 충분히 잘 하고 있어!' 로 일년을 마무리 했었다.


하지만 16년차인 지금은, 예슬이같은 친구를 만나면 결국 매일 발표를 하게끔 만든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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