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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 황 Feb 10. 2024

아기는 행복이다

아기가 울어서 다행이다

‘제2 수술실로. 태아심박수 저하’

'이크'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재빠르게 수술실로 뛰었다. 부랴부랴 도착했는데 어쩐 일인지 산부인과 의사가 보이지 않는다. 다행히 심박수가 다시 정상궤도로 돌아왔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우선 친한 마취과의사와 정겹게 눈인사를 하고 벌벌 떠는 산모에게 내 소개와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어머님. 저는 신생아분과 닥터 황입니다. 아기가 나오면 저희가 잘 보살피겠습니다. 걱정 마세요."

잠시나마 벌벌 떠는 엄마가 미소를 짓는다. 웃는 얼굴 위로는 눈물이 또르르 굴러 내려간다. 마취과 의사가 다시 한번 묻는다.


"산부인과 의사 어딨어요? 아빠도 들어오라고 해요."


신생아중환자실 팀의 준비는 이미 마쳤다. 내가 서둘러 나가 산부인과의 당직실 문을 열었다.


"스테파니(가명), 잘 지냈어요? 우리 다 준비됐어요. 어서 수술방으로 들어와요."


스테파니가 나를 살짝 안으며 인사를 한다. 이제야 전화를 받았다며 나와 함께 수술실로 향했다.

방역복을 입고 머리망을 쓰고 마스트를 쓴 아빠가 엄마 곁에 앉아있다. 그런데 그런 그도 눈물범벅이다.


"아버님, 신생아분과 닥터 황입니다. 아기 잘 보살필테니 걱정 마세요."


아빠와 엄마를 모두 보듬어줬다. 잠시나마 그들의 얼굴에도 빛이 돈다. 지금 얼마나 무서울까. 태아 심박수가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해도 이제 들리지 않으리라. 한번 그들을 삼킨 걱정의 파도가 귀를 막았다.


산부인과 의사 둘이 손을 모아  재빠르게 수술을 진행한다.

"우아아아아앙"

힘차게 우는 귀여운 아가가 나왔다. 아랫입술을 밑으로 쭉 당기고 투정하듯 우는 아기의 얼굴에 모두 하하하 크게 웃었다. 아기가 우에 하는 표정를 지어 집에 있는 둘째가 생각난다. 우리 브라이언도 속상할 때면 저렇게 운다고 말하자 곁에 있던 간호사들도 모두 깔깔 웃었다.

깜찍한 아기를 따듯한 방사보온기 위에 뉘우고 젖은 몸을 말려주었다. 아빠가 탯줄을 자른다. 그의 얼굴에는 이제 핑크빛 행복의 웃음만 떠오른다. 아직 수술대위에 있는 엄마의 얼굴에도 환한 웃음이 피었다.


'아! 행복해! 기분이 너어어어무 좋다!'


아기가 크게 운다고 하하하 웃으며 행복해하는 곳,  분만실, 제왕절개 수술실뿐이리라.

울던 부모가 웃으니 나도 행복했다. 아기가 울어서 모두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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