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만 먹으면 벌써 오픈을 했을 텐데, 그 마음먹기가 쉽지는 않았다. 서점 카페를 하겠다고 일을 진행했지만, 서점은 책을 골라 들여놓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았고 카페는 알바 경험도 없는 사람이 막상 서비스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두려웠다.
공간이 넓지 않다 보니 일반 서점처럼 베스트, 스테디셀러를 골고루 들여놓기가 어려웠고, 남편의 아트북, 아이들의 그림책, 그리고 내가 팔고 싶은 책까지 좁은 공간을 더 좁게 나누다 보니 책에 대한 큐레이션이 특히 중요한 부분이었다. 내 분야의 책을 고르다 보니 내가 읽었던 책들은 몇 년 지난 구간이며, 그 또한 다른 이들에게 얼마나 공감 갈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신간을 찾아 읽고 선정하고 그래서 서가를 채워도 뭔가 부족해 보이고 서점인데 책이 너무 없는 것 같아 다시 주문하고 또 하고 ...
카페 또한
“내 집에 초대하여 대접한다는 마음으로... “
이런 가볍고 간단한 모토로 시작했으나 돈을 받고 하는 일인데 어찌 가볍게 할 수 있나. 커피 머신을 들일까 말까, 그라인더를 어떻게 고를까. 결국 커피 머신 대신 익숙한 모카포트를 사용하기로 하였는데 집에서 쓰던 브리카 모카포트를 사용할 수 없어서 인덕션 가능한 모카포트를 알아보고 테스트로 하루에 몇 잔씩 뽑아 마시는 날들. 우유 스팀을 어떻게 할까 이것저것 사면서 테스트하면서 한 달이 훌쩍 지난 것 같다.
그렇다고 가게인데 매일 문 닫고 있을 수는 없으니 포스가 설치되는 주에 일단 오픈을 하기는 했다. 아직 간판도 없으니 ‘가오픈’이라 강조하고 있다.
“처음이랍니다~~~ ” 이런 의미를 담아서.
정기 오픈 : 목금토 AM11:30 ~ PM7:00
==> 화~금 11시~17시로 변경합니다.
주소 : 서대문구 독립문로 31-6 (3호선 독립문역, 5호선 서대문역 사이 영천시장 골목에서
"더풍년"혹은"킹크랩" 집이 보이면 그 골목으로 꺾어서 쭉 올라오세요)
에피소드 1. 가오픈 날. 지역의 도시재생센터 직원 4명이 와서 핫 아메리카노 3잔 + 핫 레몬차 1잔을 시켰는데, 글쎄 커피에 냉수만 부어서 내보낸 것. 가게엔 온수기가 없는 관계로 뜨거운 물은 그때그때 포트로 데우는데 레몬차를 타면서 포트의 물이 하나도 뜨겁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아메리카노에 부었던 물과 같은 포트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