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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이야기> (벼) ‘키다리병’

성장과 늙어감은 어떻게 구분되는가

소년등과일불행(少年登科一不幸)
중국 송(宋)나라 학자 정이천(程伊川)의 말이다.
 
​사람에게는 세 가지 불행이 있다.
젊은 나이로 과거 시험에 급제하는 것이 첫 번째 불행이요, 부모의 권세에 힘입어 좋은 벼슬을 얻는 것이 두 번째 불행이요, 재능이 뛰어나고 글 솜씨가 좋은 것이 세 번째 불행이다.

소학(小學)에 나오는 말이다.

어느 농업인과 식사를 하다가 모내기철에 ‘키다리병’이란게 있다는 말을 들었다.

여름의 뜨거운 햇살이 주는 폭염은 사실 벼에게는 꼭 필요한 광합성 영양소이다. 그런데 그것이 오기 전에 먼저 자라려는 병인데... 그렇게 되면 알곡을 맺지 못하고 늙어 시들어버린다는 것이다.

(이 병이 더 무서운건 전염병이 있어서 근처에 다른 벼들도 그 속도에 맞춰 따라 자라려고 한다는 것이다...)

우리 인생도 그런거 아닐까? 나는 봄을 좋아한다 그 싱그러운 꽃내음이 좋다. 나는 가을을 좋아한다 그 여유와 풍성함이 좋다.

그렇다고 땀내나는 여름과 시린 겨울을 피하려고하다가 결국 받아들이지만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라고 있지 않았는가?

혹은 내가 더 빨리 자라서 계절의 흐름을 이겨보려고만 하지는 않았는가?

결국 모든 것은 기다림이다.

그런데 기다림보다 중요한 것은 기다림에 임하는 태도이다.

그것만이 ‘성장’과 ‘늙어감’을 구분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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