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복이 찢어진 뒤, 바람이 달라졌다.
길갈에서 사무엘이 선포한 말 — '야훼께서 너보다 나은 자에게 나라를 주셨다' — 은 바람보다 빠르게 이스라엘 전역에 퍼졌다. 사무엘의 입에서 나온 말은 야훼의 입에서 나온 말과 같았으므로, 이것은 단순한 비판이 아니라 파문에 가까운 것이었다. 야훼가 사울을 버렸다. 그 여섯 글자가 시장통에서, 우물가에서, 성문 앞에서 속삭여졌다.
기브아 궁정의 공기가 무거워졌다. 알현을 요청하는 자가 줄었다. 아히노암의 밀실 앞에 서던 줄이 짧아졌다. 면포를 들고 찾아오던 장로가 발을 끊었고, 올리브유를 싣고 오던 상인이 수레를 돌렸다. 돈이 권력으로 향하는 물이라면, 물길이 마르기 시작한 것이었다.
아히노암이 이를 갈았다.
"사무엘 저 늙은이가 입을 열 때마다 우리 살이 깎여요.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는 없어요."
사울은 연무장에 나가는 횟수를 늘렸다. 어퍼컷을 날리고, 병사들 앞에서 고함을 지르고, 칼을 휘둘렀다. 그러나 환호의 온도가 예전 같지 않았다. 병사들은 여전히 소리를 질렀으나, 그 소리 안에서 확신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야훼가 버린 왕의 칼을 따라가도 되는 것인가 — 그 질문이 환호의 바닥에 돌처럼 깔려 있었다.
"외교로 돌파해야 해요."
아히노암이 말했다. 자정의 밀실. 기름등 둘이 켜져 있었다. 하나가 아니라 둘인 것은, 아히노암이 양피지에 적은 글자가 많다는 뜻이었다.
"이집트예요. 파라오와 동맹을 맺으면, 사무엘의 파문 따위는 무게가 사라져요. 야훼가 버렸든 말든, 이집트가 인정한 왕이면 아무도 건드리지 못해요."
사울이 턱을 긁적였다.
"이집트? 이집트가 우리 같은 소국과 동맹을 맺겠어?"
"동맹까지는 아니어도, 외교 사절을 보내고 파라오의 접견을 받는 것만으로 충분해요. '사울왕이 파라오를 만났다' — 이 한 줄이면 백성들의 입이 다물어져요. 야훼의 파문보다 파라오의 악수가 더 센 세상이에요."
아히마아스가 자금을 댔다. 이집트 사절단을 꾸리는 데 은 삼백 세겔이 들었다. 사절단의 예복, 선물용 금장식품, 통역관, 호위 병력, 그리고 이집트 궁정에 미리 뿌릴 뇌물까지 포함한 금액이었다.
사울은 이집트로 향했다.
* * *
이집트는 거대했다.
사절단이 나일 강 삼각주에 들어섰을 때, 사울은 처음으로 자신이 작다는 것을 느꼈다. 키가 작다는 것이 아니었다. 나라가 작다는 것이었다. 이스라엘의 기브아 궁정이 이집트의 창고만 못했다. 기브아의 성벽이 이집트의 정원 담장만 못했다. 사울의 열두 지파가 파라오의 한 개 군단만 못했다.
파라오의 궁정에 도착한 것은 사흘째 되는 날이었다. 사울은 아히노암이 마련한 최고급 예복을 입고 있었다. 자주색 천에 금실을 박은 외투. 허리에는 이집트식 장검을 차고, 머리에는 기름을 발라 반질거리게 손질했다. 아히노암의 지시대로 '강대국의 왕에 걸맞은 위엄'을 연출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집트 궁정의 문지기는 사울을 보고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이스라엘의 사울? 잠깐 기다리시오."
잠깐이 반나절이 되었다. 반나절이 하루가 되었다. 하루가 이틀이 되었다.
사울은 이집트 궁정의 대기실에서 이틀을 앉아 있었다. 열두 지파의 왕이, 파라오의 문지기가 가리킨 나무 의자에서 이틀을 앉아 기다렸다. 의자는 딱딱했고, 대기실에는 그보다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는 소국의 사절들이 여럿 있었다. 에돔의 사절, 모압의 사절, 시돈의 상인 — 사울은 그들과 같은 줄에 앉아 있었다.
셋째 날 아침, 파라오의 서기관이 나왔다.
"파라오 폐하께서 말씀하시기를, 이스라엘의 사절은 접견 일정에 포함되지 않았으므로 이번에는 만남이 어렵다 하셨소. 다만 선물은 감사히 받겠다 하셨소."
선물만 받고, 만남은 거절한 것이었다.
문전박대.
은 삼백 세겔의 사절단이 파라오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돌아가게 된 것이었다. 아히마아스의 금장식품은 파라오의 창고에 들어갔으나, 사울은 파라오의 문턱도 밟지 못했다.
사울의 얼굴이 붉어졌다. 붉어지는 것이 아니라 검어졌다. 분노가 한계를 넘으면 붉은빛이 검은빛으로 변한다는 것을, 수행원들은 이날 처음 알았다.
* * *
사절단이 이집트 궁정을 떠나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나일 강변의 대로를 걷고 있었다. 사울이 앞서고, 아브넬이 반 발짝 뒤에서, 요나단이 그 뒤에서, 나머지 수행원들이 줄지어 따르고 있었다. 거리에는 이집트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고, 그들 중 누가 이스라엘의 말을 알아듣는지는 알 수 없었다.
사울의 주먹이 허공을 쳤다. 어퍼컷이 아니었다. 그냥 때린 것이었다. 분노에 방향이 없을 때, 주먹은 아무 곳이나 때린다.
"바로 새끼는 쪽팔려서 어쩌나?"
사울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목소리가 컸다. 사울의 목소리는 원래 컸으나, 분노에 찬 사울의 목소리는 연무장의 고함과 맞먹었다. 나일 강변 대로에서 연무장 크기의 고함이 터진 것이다.
"바로 새끼가 나를 이틀이나 대기실에 앉혀놓고, 선물만 쳐먹고 문도 안 열어? 쪽팔려서 어떻게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거야? 왕이 왕을 이렇게 대접해?"
수행원들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바로'는 파라오를 뜻하는 말이었다. 이집트 한복판에서, 파라오를 '바로 새끼'라 부른 것이었다. 그것도 '쪽팔리다'는 비속어와 함께. 파라오의 도시에서 파라오를 모욕하는 것은 외교적 실언을 넘어 목이 날아갈 수도 있는 일이었다.
아브넬이 재빨리 사울의 팔을 잡았다.
"전하, 목소리를 낮추십시오!"
사울은 아브넬의 손을 뿌리쳤다. 그러나 주변을 둘러보았을 때, 이집트 사람 서넛이 멈춰 서서 이쪽을 보고 있었다. 그들의 눈에 이스라엘 사절단의 왕이 대로에서 고함을 지르며 주먹을 휘두르는 모습이 담기고 있었다.
사울의 입이 다물어졌다. 늦었다. 이미 나온 말은 주워 담을 수 없었다.
* * *
사절단이 이스라엘로 돌아오기도 전에, 소문이 먼저 도착했다.
이집트에서 무역하는 이스라엘 상인들의 입을 타고, 파라오를 '바로 새끼'라 부른 사울의 실언이 각 지파에 퍼졌다. 소문이란 원래 이동 중에 부풀어 오르는 법이어서, 기브아에 도착했을 때는 원래의 세 배 크기가 되어 있었다.
"사울왕이 파라오 앞에서 욕설을 퍼부었다더라."
"문전박대 당하고 거리에서 '바로 새끼 쪽팔려서 어쩌나'라고 소리질렀대."
"파라오의 경비병이 칼을 빼들었다더라." — 이것은 사실이 아니었으나, 소문은 사실 여부를 따지지 않았다.
백성들의 반응은 둘로 갈렸다. 일부는 웃었고, 일부는 한숨을 쉬었다. 웃는 쪽은 아직 사울의 마초적 쾌감에 취해 있는 자들이었다 — '파라오한테도 당당하게 욕하는 우리 왕, 멋있지 않냐?' 한숨 쉬는 쪽은 파라오의 보복이 두려운 자들이었다 — '이집트가 가만히 있겠어? 전쟁이라도 나면?'
아히노암은 한숨 쉬는 쪽이었다. 아니, 한숨을 넘어 이를 가는 쪽이었다.
"당신이 '바로 새끼'라고 했다는 게 사실이에요?"
기브아로 돌아온 첫날 밤, 밀실에서. 아히노암의 목소리에 기름등 불꽃이 흔들렸다.
사울이 고개를 돌렸다. 인정이었다.
"그래, 했다. 그런데 그게 뭐가 어때서? 파라오가 나를 개취급했는데, 가만히 있으라고?"
"개취급 당하면 이를 악물고 삼키는 거예요! 삼키고 돌아와서 힘을 키우는 거예요! 거리에서 소리를 지르면 그게 왕이에요? 그건 시장통의 건달이지!"
사울의 주먹이 탁자를 쳤다. 기름등이 흔들렸다 넘어졌다. 어둠이 밀실을 삼켰다. 어둠 속에서 두 사람의 거친 숨소리만 들렸다.
"내가 건달이라고? 당신이 나보고 건달이라고?"
"건달처럼 굴었으니까 건달이라 하는 거예요!"
아히노암은 물러서지 않았다. 이 여자는 사울의 어퍼컷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사울의 주먹이 탁자를 때릴 때, 아히노암의 혀는 사울의 자존심을 때렸다. 그리고 혀가 주먹보다 강한 밤이 있었다.
"수습해야 해요. 아브넬을 시켜서 수습해요. '바로 새끼'라고 한 적이 없다고, 다른 말이었다고."
"다른 말? 뭔 다른 말?"
"아브넬한테 생각하라고 해요. 그 사람이 그런 건 잘하잖아요."
* * *
아브넬은 밤새 생각했다.
그리고 아침에 기상천외한 답을 내놓았다.
"전하께서 '바로'라고 하신 것이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하신 것입니다."
사울이 눈을 깜빡였다. "날리면?"
"예. '날리면'은 고대 이집트어로 '먼 땅의 지도자'라는 뜻이 있사옵니다. 전하께서는 파라오의 위엄을 칭송하신 것이옵니다. '날리면은 위대하시니 어찌 쪽팔리겠느냐' — 이것이 전하 말씀의 본뜻이옵니다."
거짓이었다. '날리면'이라는 고대 이집트어 단어는 존재하지 않았다. 아브넬이 밤새 지어낸 말이었다. 그러나 아브넬은 확신에 찬 얼굴로 이 거짓을 진실처럼 풀어놓았다. 거짓말에 확신이 실리면 절반은 성공한 것이다 — 아브넬의 인생 원칙이었다.
사울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믿는 것이 아니었다. 믿고 싶은 것이었다. '바로 새끼'보다 '날리면'이 낫다는 것은 분명했고, 거짓이든 진실이든 수습이 되기만 하면 됐다.
"……좋다. 그걸로 가자."
아브넬은 즉시 각 지파 장로들에게 서신을 보냈다.
'사울왕께서 이집트에서 하신 말씀은 「바로」가 아니라 「날리면」이었으니, 이는 고대 이집트어로 파라오에 대한 존칭이라. 왕께서는 파라오의 위엄을 칭송하신 것이며, 일부 악의적인 세력이 이를 왜곡하여 유포한 것이니 현혹되지 말 것.'
서신을 받은 장로들의 반응은 세 가지로 갈렸다.
첫째, 믿는 자. 사울의 충성 지지자들이었다. 그들은 '날리면'을 즉각 수용하고, "역시 우리 왕은 교양 있는 분이야"라며 퍼뜨렸다.
둘째, 침묵하는 자. 믿지도, 부정하지도 않는 자들이었다. 궁정과 적을 만들고 싶지 않았으므로 입을 다물었다. 침묵은 동의의 절반이었다.
셋째, 비웃는 자. 이들이 문제였다.
* * *
"날리면이라고? 날리면?"
벧엘 시장에서 한 상인이 배를 잡고 웃었다.
"'바로 새끼 쪽팔려서 어쩌나'가 '날리면은 위대하시니 어찌 쪽팔리겠느냐'가 된다고? 이집트어에 '쪽팔리면'이라는 단어도 있나?"
웃음이 전염되었다. 시장통에서, 우물가에서, 성문 앞에서 '날리면'은 순식간에 농담이 되었다. 사울의 실언을 덮으려 한 해명이, 실언보다 더 큰 웃음거리가 된 것이다.
아이들이 노래를 만들었다. 아이들은 잔인하다. 어른들의 수치를 놀림노래로 바꾸는 데에는 아이들의 잔인함만 한 것이 없다.
"날리면~ 쪽팔려서~ 바로 새끼 날리면~ 어퍼컷을 날리면~ 쪽팔리면 날리면~"
기브아 골목에서 아이들이 이 노래를 부르며 뛰어다녔다. 처음에는 몇 명이었으나, 사흘 만에 기브아 전역으로, 열흘 만에 베냐민 지파 전역으로, 한 달 만에 이스라엘 열두 지파 전역으로 퍼졌다. 노래는 변형되고 확장되었다. 지파마다 가사가 조금씩 달랐으나, '날리면'과 '쪽팔리면'의 운율은 빠지지 않았다.
사울은 이를 악물었다. 어퍼컷을 날리고 싶었으나, 어퍼컷을 날릴 상대가 없었다. 노래를 부르는 것은 아이들이었고, 아이들의 입을 막을 수는 없었다. 아이들의 뒤에 어른들의 웃음이 있었고, 어른들의 뒤에 사무엘의 그림자가 있었으나, 그 어느 것도 사울의 주먹이 닿을 수 있는 곳에 없었다.
궁정에서 사울의 분노가 폭발한 것은 보름째 되는 날이었다.
"그 노래를 부르는 놈을 잡아들여!"
아브넬이 고개를 숙였다. "전하, 온 나라의 아이들을 잡아들일 수는 없사옵니다."
"그러면 노래를 금지시켜! 왕명으로!"
"왕명으로 노래를 금지하면, 그 자체가 새로운 노래가 됩니다. '왕이 노래도 무서워한대~' 하는."
사울의 주먹이 아브넬의 턱 옆을 스쳤다. 어퍼컷이었다. 맞지는 않았다. 맞지 않은 것이 아니라, 맞히지 않은 것이었다. 아직은. 아브넬의 얼굴이 창백해졌으나, 입은 다물었다. 이 정도의 위험은 군사령관의 보수에 포함된 것이었다.
* * *
요나단은 전부 보았다.
이집트 수행원으로 동행한 요나단은, 파라오의 대기실에서 이틀을 아버지와 함께 앉아 있었다. 나무 의자의 딱딱함과, 에돔 사절과 같은 줄에 앉아 있는 수치를 함께 느꼈다. 그리고 나일 강변의 대로에서, 아버지의 입에서 '바로 새끼는 쪽팔려서 어쩌나'가 터져 나오는 순간을 — 세 걸음 뒤에서 고스란히 들었다.
그 순간 요나단의 몸이 얼어붙었다.
아버지의 고함이 나일 강변에 울려 퍼질 때, 이집트 사람들이 고개를 돌릴 때, 수행원들의 얼굴이 하얗게 변할 때 — 요나단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떨구었다. 눈앞에 나일 강의 진흙이 보였다. 진흙 속에 자신의 군화 끝이 박혀 있었다. 군화 위로 먼지가 내려앉고 있었다.
요나단은 그 자리에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 처음이었다. 아버지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한 것은.
연무장에서 아버지가 어퍼컷을 날릴 때, 요나단은 불편했으나 고개를 들 수 있었다. 기름 부음 뒤에 '노인네를 속이는 건 일도 아니었다'고 중얼거리는 아버지를 보면서도, 고개를 들 수 있었다. 예복이 찢어지는 길갈에서도, 아버지를 직시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바로 새끼 쪽팔려서 어쩌나'는 — 직시할 수 없었다.
왜일까. 요나단은 나일 강변의 진흙을 보며 생각했다. 이전의 것들은 교활함이었다. 교활함에는 최소한 지능이 있었고, 지능에는 최소한의 위엄이 있었다. 거짓을 설계하는 것도, 기름 부음을 사는 것도, 전리품을 빼돌리는 것도 — 나쁘지만, 적어도 '계획'이 있는 나쁨이었다.
그러나 외국의 거리에서 비속어를 고함치는 것에는 계획이 없었다. 교활함도 없었다. 지능도 없었다. 그것은 참을 줄 모르는 남자의 분출이었고, 분출의 다른 이름은 무능이었다. 교활한 아버지에게는 분노할 수 있었다. 무능한 아버지에게는 — 수치심밖에 느낄 수 없었다.
수치심 속에 연민이 섞여 있었다. 그것이 더 괴로웠다. 아버지를 미워할 수 있다면 차라리 편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일 강변에서 주먹을 휘두르는 아버지의 뒷모습에는, 미움보다 먼저 불쌍함이 도착했다. 파라오 앞에서 이틀을 기다린 아버지. 선물만 뺏기고 문도 열지 못한 아버지. 그 수치를 삼키지 못하고 거리에서 토해낸 아버지.
불쌍한 아버지를 미워하는 것은, 미워하는 자신이 더 비참해지는 일이었다.
* * *
기브아로 돌아온 뒤, 아브넬의 '날리면' 해명이 각 지파에 발송되었다.
요나단은 그 서신을 읽었다. '바로'가 아니라 '날리면'이었다. 고대 이집트어로 존칭이다. 파라오를 칭송한 것이다.
요나단은 서신을 내려놓았다. 손이 떨리지 않았다. 눈물이 나지도 않았다. 이전 같으면 분노하거나 괴로워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감정이 오지 않았다. 대신 찾아온 것은 텅 빈 허무였다.
'날리면.'
모든 사람이 '바로 새끼'를 들었다. 이집트 사람도 들었고, 수행원들도 들었고, 요나단도 들었다. 그런데 아브넬은 '날리면'이었다고 말하고, 아버지는 그것을 승인하고, 궁정은 그것을 공식 견해로 발송했다.
진실이 눈앞에 있는데, 진실을 지우고 거짓을 공식으로 만드는 것. 그것은 교활함의 차원이 아니었다. 교활함은 최소한 진실을 인정하고 숨기는 것이다. 이것은 진실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었다. 존재하지 않는 이집트어 단어를 만들어내서, 들은 것을 듣지 않은 것으로, 말한 것을 말하지 않은 것으로 바꾸는 것.
요나단은 아버지의 방에 갔다. 문 앞에서 멈추었다. 들어가려 했으나, 들어가지 않았다. 들어가서 무엇을 묻겠는가. '아버지, 날리면이 진짜예요?' — 그런 질문은 할 수 없었다. 아버지가 '그렇다'고 대답하면 아버지가 거짓말쟁이가 되고, '아니다'고 대답하면 아브넬의 서신이 거짓이 되고, 대답을 거부하면 — 연무장에서의 그 말이 돌아올 것이었다.
'영리한 아이는 묻지 않아도 될 것을 묻지 않는 법이다.'
요나단은 문 앞에서 돌아섰다. 복도를 걸으며, 어디선가 아이들의 노래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날리면~ 쪽팔려서~'
요나단의 입이 일그러졌다. 웃음도 아니고 울음도 아닌, 얼굴 근육이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모르는 경련. 수치심과 연민이 같은 비율로 섞이면 얼굴은 이렇게 되는 것이었다.
* * *
'날리면' 소동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또 다른 소문이 기브아를 흔들었다.
이스라엘 왕국에는 각 지파를 잇는 길을 닦는 국가 사업이 있었다. 사울이 왕위에 오른 뒤 가장 먼저 착수한 공공 사업 중 하나였다. 기브아에서 남쪽으로 헤브론을 잇는 간선도로, 동쪽으로 요르단 나루터를 잇는 교역로. 도로가 뚫리면 군대가 빠르게 이동할 수 있었고, 상인들의 수레가 달릴 수 있었다. 좋은 사업이었다. 적어도 처음에는.
문제는 동쪽 교역로의 종점이었다.
원래 계획에서 동쪽 교역로의 종점은 아담 나루터였다. 요르단 강을 건너는 가장 오래된 나루터로, 길르앗 지방과의 교역에 핵심적인 거점이었다. 모든 지파의 장로가 동의한 노선이었고, 측량이 끝나 말뚝까지 박아놓은 상태였다.
그런데 어느 날, 종점이 바뀌었다.
아담 나루터에서 북쪽으로 반나절 거리, 사렛단이라는 작은 마을. 이 마을에는 특별한 것이 없었다. 나루터도 변변치 않았고, 교역 규모도 아담에 비할 바가 못 되었다. 다만 한 가지 — 사렛단 마을 서쪽 언덕에 아히마아스의 올리브 동산과 목초지가 있었다.
아히마아스의 땅이었다.
교역로가 사렛단으로 뚫리면, 아히마아스의 올리브유가 가장 먼저, 가장 싸게, 가장 빠르게 요르단을 건너 동쪽으로 팔려나갈 수 있었다. 도로 종점이 곧 시장의 입구였고, 시장의 입구를 쥔 자가 시장을 쥐는 법이었다.
종점 변경을 발견한 것은 유다 지파의 장로 에프라타였다.
"원래 아담 나루터로 가기로 한 길이 왜 사렛단으로 꺾었소? 사렛단에 뭐가 있기에?"
에프라타가 궁정에 공식 질의서를 보냈다. 질의서를 받은 것은 도로 공사 담당 관료인 벤소헬이었다.
* * *
벤소헬은 궁정에서 '도로와 축성'을 관장하는 서기관이었다. 유능한 관료는 아니었으나, 유순한 관료였다. 유순하다는 것은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한다는 뜻이었고, 위에서 시키는 것이 때로는 양피지에 적히지 않는 종류의 일이라는 것도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종점 변경 지시가 내려온 것은 두 달 전이었다. 양피지가 아니라 구두로. 전달한 사람은 아히노암의 시녀 므히다였다. 므히다가 벤소헬을 궁정 뒷뜰에서 만나 전한 말은 간결했다.
"왕비마마께서 동쪽 교역로의 종점을 사렛단으로 변경하시라 하셨습니다. 측량은 다시 할 필요 없고, 아담 나루터에서 사렛단까지의 추가 구간만 설계하시면 됩니다. 예산은 별도로 내려보내겠습니다."
벤소헬은 묻지 않았다. 왜 사렛단인지, 누구의 이익인지, 왕이 직접 지시한 것인지. 묻지 않는 것이 유순한 관료의 생존법이었다. 벤소헬은 측량 문서를 수정하고, 말뚝의 방향을 바꾸고, 공사 인부를 재배치했다. 양피지 위의 선 하나가 북쪽으로 꺾이는 데는 먹물 한 방울이면 충분했다.
그런데 에프라타의 질의서가 도착한 것이다.
벤소헬의 손이 떨렸다. 질의서의 문구는 정중했으나, 행간의 칼날은 날카로웠다. '종점 변경의 근거와 결재 경위를 소상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결재 경위. 그것을 밝히면 아히노암의 시녀 므히다가 나오고, 므히다가 나오면 아히노암이 나오고, 아히노암이 나오면 아히마아스의 올리브 동산이 나왔다.
벤소헬은 궁정 앞뜰에 나와 공식 해명을 발표했다.
"동쪽 교역로의 종점 변경은 순전히 기술적 판단에 의한 것입니다. 아담 나루터 인근의 지반이 약하여 도로 기초 공사에 적합하지 않다는 측량 결과가 나왔으며, 사렛단은 지반이 단단하고 수원이 가까워 공사 효율이 높습니다. 왕비마마의 개입은 전혀, 일절,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전혀, 일절, 단 한 번도' — 이 세 단어가 함정이었다. 부정을 세 번 반복하면, 듣는 사람은 본능적으로 의심한다. 한 번이면 사실, 두 번이면 강조, 세 번이면 변명. 벤소헬은 너무 열심히 부정한 나머지, 부정해야 할 것이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해 버렸다.
에프라타가 다시 물었다.
"지반이 약하다는 측량 보고서를 볼 수 있겠소?"
벤소헬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측량 보고서는 존재하지 않았다. 지반 이야기는 벤소헬이 해명을 준비하며 급조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 그것은 현재 서고에 보관 중이며, 열람 절차를 거쳐야……"
"서고에 있으면 가져오시오. 공공 사업의 문서를 장로가 열람하지 못할 이유가 있소?"
벤소헬은 대답하지 못했다. 입이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했다. 물 밖에 나온 물고기의 입처럼.
* * *
그날 밤, 아히노암은 벤소헬을 밀실로 불렀다.
벤소헬은 땀에 젖은 예복으로 왕비 앞에 무릎을 꿇었다. 아히노암은 앉은 채로 벤소헬을 내려다보았다. 기름등이 하나 켜져 있었다. 어둠 속에서 아히노암의 눈이 빛나고 있었다 — 빛을 빨아들이는 그 검은 눈.
"잘했어요."
아히노암의 첫마디에 벤소헬이 고개를 들었다. 꾸중을 예상했던 얼굴에 당혹이 떠올랐다.
"왕비마마, 에프라타 장로가 측량 보고서를 요구하고 있사옵니다. 보고서가 없으니……"
"보고서는 내가 만들게 해줄게요. 그건 걱정 마요."
아히노암이 손을 저었다. 대수롭지 않다는 제스처.
"당신은 '왕비의 개입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어요. 그 말을 끝까지 밀고 가면 돼요. 바꾸지 마요. 한번 한 말을 바꾸면 그때 무너지는 거예요."
벤소헬이 고개를 끄덕였다. 연신 땀을 닦으며.
"그리고 — "
아히노암이 양피지 한 장을 벤소헬 앞에 내밀었다.
"에리코 지방관 자리가 비어 있어요."
벤소헬의 눈이 커졌다. 에리코 지방관. 도로 서기관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자리였다. 에리코는 요르단 서안에서 가장 부유한 성읍 중 하나였고, 지방관은 세금 징수와 교역 관리를 총괄하는 자리였다. 은이 제 발로 걸어 들어오는 직위.
"내가 왕께 추천할게요. 이 어려운 상황에서 궁정을 지켜준 충신이라고."
아히노암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칼날 같은 미소.
"충성에는 보상이 따르는 법이에요. 그렇죠?"
벤소헬은 양피지를 두 손으로 받아들었다. 떨리는 손이었으나, 떨림의 원인이 두려움에서 탐욕으로 바뀌는 중이었다. 에리코 지방관. 그 다섯 글자가 벤소헬의 양심을 눌러앉혔다.
"감, 감사하옵니다, 왕비마마."
사흘 뒤, 사울은 벤소헬을 에리코 지방관에 임명했다. 아히노암이 권한 그대로. 사울은 이유를 묻지 않았다. 묻을 필요가 없었다. 아내가 권하는 인사는 언제나 이유가 있었고, 그 이유가 자기에게 이롭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었으므로.
* * *
그러나 소문은 양피지보다 빨랐다.
에프라타 장로의 질의, 벤소헬의 어설픈 해명, 그리고 해명 직후의 에리코 지방관 임명 — 이 세 가지가 나란히 놓이자, 백성들의 눈이 새로운 곳을 향하기 시작했다.
아히노암.
지금까지 백성들의 분노는 사울을 향해 있었다. 어퍼컷, 실언, '날리면', 전리품 — 모든 것이 사울의 얼굴로 수렴되었다. 그러나 도로 종점 사건은 달랐다. 이 사건의 중심에는 사울이 아닌 다른 이름이 있었다.
"종점을 바꾼 건 왕비라더라."
"아히마아스 땅으로 길을 꺾은 거잖아. 시아버지 땅에 도로를 놓아준 거지."
"벤소헬이 왕비 개입은 없었다고 했잖아." "그래서 에리코 지방관이 됐잖아. 입막음이지 뭐야."
시장통의 속삭임이 달라지고 있었다. '사울왕이'로 시작하던 문장이, '아히노암 왕비가'로 시작하는 문장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백성들은 궁정의 구조를 직감적으로 읽고 있었다. 사울의 주먹 뒤에 아히노암의 손가락이 있다는 것을. 어퍼컷의 방향을 정하는 것은 주먹이 아니라 손가락이라는 것을.
아히노암은 이 변화를 감지했다. 그녀의 정보망 — 밀가, 노아, 쓰루야 — 이 보고를 올려왔기 때문이다. '왕비마마에 대한 백성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름이 자주 오르내립니다.'
아히노암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러나 이 여자는 당황하지 않았다. 당황은 상황을 모르는 자의 반응이었고, 아히노암은 상황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관심이 쏠리면, 관심을 돌리면 돼요."
아히노암이 혼잣말했다. 그러나 관심이라는 것은 한번 방향을 틀면 돌리기 어려운 법이었다. 물이 한번 제방을 넘으면 원래 물길로 되돌릴 수 없듯이.
기브아의 골목에서는 여전히 아이들의 노래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런데 노래의 가사가 바뀌기 시작했다. '날리면'과 '쪽팔리면' 사이에, 새로운 이름이 끼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아히노암.
왕비의 이름이 놀림노래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은, 사울의 왕국에 새로운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뜻이었다. 사울의 균열은 칼로 막을 수 있었다. 아히노암의 균열은 — 칼로 막을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 제6장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