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공포병으로 경험한 군 생활
필승! 반갑습니다.
병 708기 방공포병으로 춘천 대룡산에서 근무를 했던 이제우라고 합니다.
먼저 제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남자, 아버지 그리고 공군 선배님들께 소중했던 공군 병사로서의 추억으로 인사드릴 수 있어 영광입니다. 어느덧 전역을 한 지 10년이 지나 흐릿한 기억들과 약한 필력으로 인해 미흡하지만 영공을 수호하는 공군 방공포병의 기백으로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진주 교육사령부에서의 입소날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연병장에 모두 모여 가족들에게 뜨거운 경례를 하고 돌아서며 흘렸던 순수했던 눈물, 각자 다른 곳에서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다 모였던 동기생들과 막사에서의 미묘한 기싸움 그리고 모두 어색하게 잠든 척을 하며 뜬눈으로 지새운 첫날 저녁의 차가운 공기. 지금 생각해도 코 끝이 찡해지는, 수화기 너머로 처음 어머니 목소리를 듣고 아이처럼 울며 용기를 내 사랑한다고 말씀드렸던 순간. 훈련소에서 연인과 헤어진 동기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없이 옆에 있어주던 하루. 세상에서 가장 달콤했던 초코파이. 어느덧 한마음 한 몸처럼 움직이며 이겨낸 많은 훈련들..
그렇게 지나가지 않을 것 같던 훈련소의 시간은 빠르게 지나가고 각자 자대로 흩어지며 꼭 연락하자, 뜨거운 눈물을 참고 전우애를 담아 서로에게 경례를 한 뒤 커다란 더플백 두 개를 짊어지고 대구에 있는 방공포병 학교로 떠났습니다. 가끔 사회에서 힘들고 약해지는 순간들이 오면 훈련소에서의 마음가짐들을 상기시켜 보곤 합니다.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강한 정신력과 마음가짐을 길러준 공군 훈련병 시절은 지금의 저를 지지해 주고 나아가게 해주는 잊지 못할 추억입니다.
포병학교를 수료하고 철매용사로 거듭나 춘천에 있는 대룡산 포대로 배치를 받았습니다. 행정지역과 작전지역으로 나눠져 있었는데 행정지역에서 작전지역으로 30분을 올라가며 느꼈던 트럭의 경사도는 지금 생각해도 아찔합니다. 그 아찔함 뒤에 바라보는 포대의 전망과 산능선은 정말 아름답고 동시에 정말 내가 군인으로서 나라를 지킨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춘천포대는 육군과 함께 생활을 했었는데 첫날 트럭에서 저와 함께 어깨에 노란 견장을 차고 같은 날 작전지역을 배치를 받았던 육군 병사 한 명이 3개월 빨리 전역을 하는 모습을 생활관 창문에서 바라보며 부러워했던 기억도 스쳐갑니다.
공군본부에 계신 아버지에게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전투병과에 지원했고, 호크미사일을 운영하는 사격통제반에서 ICCO 제원병으로서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혹독한 환경이라는 말을 많이 듣고 올라왔고 각오를 했지만, 체감온도 영하 40도, 실온 영하 30도에 아침 점호를 하러 나가면 속눈썹이 바로 얼어버리는, 처음 느껴보는 추위와 4월까지 눈이 내리고 생활관을 나서면 무릎까지 차있던 하얗고 이쁜 쓰레기들. 하루에 열두 번도 녹고 얼기를 반복했던 손과 발. 통신장비를 들고 한 치 앞이 안 보이던 눈보라를 뚫고 레이더파크로 뛰어가 “통제관!”을 외치며 훈련하던 순간들. 식사 시간 이후 다시 쌓여있는 끝나지 않는 제설작업.
자연 앞에서 인간은 한없이 나약하다고 하지만 이러한 환경 속에서도 함께 울고 웃으며 생활했던 부대원들 덕분에 이겨내고 강해질 수 있었습니다. 선임은 선입답게 후임은 후입답게 간부는 간부답게 서로 미루거나 시기질투하지 않고 단점보다는 장점을 봐주려고 노력하고 때로는 서로의 발전을 위해서 조언도 아끼지 않았던 멋진 사람들과 함께 해서 군인으로서 한 사람으로서 많은 성장을 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지금까지 사회에서 만나고 있고 힘든 일이 있을 때는 의지하고 격려해 주는 전우이자 친구가 있다는 것은 인생에서 정말 큰 감사함입니다. 지금도 저의 공연을 매번 찾아주는 저의 맞후임의 결혼식 축가를 불러줄 수 있었던 경험은 공군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는 순간이었습니다.
전역을 하고 시간이 지난 지금도 가끔 지하철에서 정복을 입은 공군 병사를 만날 때면 추억들이 떠오르며 다시 마음이 뜨거워집니다. 무엇보다 지금의 나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됩니다. 지금의 나의 열정과 순수함 그리고 어떤 인간으로서 살아가고 싶은지 척도를 만들어준 공군에서의 경험은 마음의 고향입니다.
마지막으로 군인으로서, 그리고 한 가정의 아버지로서, 한 여자의 남자로서, 화목한 가정 속에서 부족함 없이 키워주신 아버지에게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모든 공군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필승!
이 글은 공사 총동창회 소식지인 <성무> 제54호에 게재된 것으로 글쓴이 이제우(공군병 708기)의 허락을 받고서 저의 브런치에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