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엄마도 친엄마도 모두 낯선데요

by 나도혜

아빠는 가족앨범에서 엄마의 사진을 모조리 버렸다. 가위로 엄마가 나온 사진을 잘랐다.

그래서 어린 시절 나와 내 동생 앨범엔 엄마가 없다. 아빠가 원망스러웠다. 엄마를 떠올리면 얼굴도, 목소리도 잘 생각나지 않았다. 그렇게 엄마를 까먹을 때쯤, 아빠가 새엄마를 데려왔다.

9살 때였다. 세상에서 가장 큰 선물을 받는 듯 마음이 부풀었다. 잘 보이고 싶었다, 사랑받고 싶었다. 함께 잠을 잘 때에도 이리저리 굴러다니지 않고 순하게 잠을 잤다.

아침에 일어나면 동생 혜림이는 굴러다니면서 잔다고 새엄마가 한소리를 했다. 역시나 바르게 자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새엄마에게는 나보다 세 살 많은 아들이 있었다. 그 오빠는 나를 예뻐했다. 혜림이는 새엄마한테나 오빠한테나 미움을 받았다. 새 오빠는 거실에서 티브이를 보고 있는 혜림이를 가끔 발로 차며 싫어했다.

나는 그 모습이 화가 났지만 대들 수는 없었다. 새엄마의 아들이니까.



새엄마를 엄마라 부를 수 있는 날은 생각보다 짧았다. 아빠와 많이 싸웠다. 친아들과 우리를 차별하고 있다는 걸 아빠가 화를 내며 말했다. 왜 니 아들은 하루 용돈을 천 원을 주면서 혜림이 혜민이는 백 원, 오백 원이냐고. 불량식품이나 사 먹으라는 거냐는 말이었다. 새엄마는 오빠를 그의 할머니댁에 보냈다. 나는 알고 있었다. 그녀의 아들만은 상처를 받게 하지 않으려고 하구나. 그리고 서서히 집은 정리되고 있었다. 내가 아끼는 킥보드와 롤러브레이드를 새엄마는 자식이 있는 그녀의 친구에게 줘버렸다. 모든 게 다시 낯설어졌다. 그쯤에 다시 친엄마를 마주쳤다.

동네에서 길을 걷고 있을 때였다. 바로 앞에서 엄마가 한 손엔 나를 닮은 세 살짜리 아이의 손을 잡고 걸어오고 있었다. 아이의 옆엔 남자어른도 있었다. 누가 봐도 한 가정이었다.

나는 엄마가 나를 볼까 봐 급하게 차 뒤로 숨어버렸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미친 듯이 뛰는 심장을 누가 아스팔트 위에 여러 번 떨어뜨리는 것 같이 아팠다. 엄마에게 나 말고 다른 아이가 있구나, 가정이 있었구나 했다. 몰래 그 가족이 택시를 타고 가는 모습을 훔쳐봤다. 얼굴에선 눈물인지 콧물인지 모를 것들이 떨어졌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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