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형식적으로 대화할 때도 있긴 했지만, 얘기를 듣다 보면 빠져들게 된다. 그 타이밍에 물어봐야해서 물어보는 건 아니고, 궁금하긴 한데 묻다보면 취조까지는 아니지만 상대방이 부담스러워할 때가 있다. 상대방이 느낀 감정을 내가 경험하지 못했을 때, 혹은 상대방의 말이 너무 아무렇지도 않을 때 이해가 되지 않을 때 이것저것 참 많이도 물어보게 된다. 그래서 잘 궁금해하고 싶다.
복지관에서 일을 하다보면 하루가 금방 간다. 잠깐 숨 돌릴 틈이 생기거나,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없을 때 '오늘 좀 덜 바쁘네? 괜찮은 걸~'이라며 입방정을 떠는 순간, 귀신 같이 내 눈에 보이지 않던 일들이 돋보기를 쓴 것처럼 갑자기 보인다거나 바쁜 동료의 일을 도와주는 상황이 생긴다. 이러한 바쁜 상황에서도 생각한다. '나 정말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
이전의 기록 방식을 보면, 당사자가 감추고 싶은 이야기, 치부까지 드러낸 이야기를 엄청난 큰 문제처럼 적었다. 객관적이기보다 추측이 난무했다. 내가 뭘 물었는지 기록하지도 않았다. 내가 당장 해결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면서 아무말 대잔치였다.
내가 하는 일을 '사례관리'라고 하는데, 몇 년을 일했지만 제대로 된 사례관리를 한 적이 없는 것 같다. 실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긴 했다. 하지만 느낌만 남았다. 내가 뭘 잘했는지 뭘 그렇게 고민했는지, 무엇보다 나는 정말 나를 믿고 당사자를 믿긴 했는지 지금의 나는 정확히 알 길이 없다. 매일 썼던 일기에서 틈틈히 그 날의 상황을 유추해볼 뿐이다. 잘못과 실수에 대해 자책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왜 그렇게 했는지', '그 상황에서도 내가 성장한 점은 무엇인지', '좋았던 기억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적지 못한 게 아쉬울 뿐이다. 더불어 당사자의 있는 그대로 말을 적기보다 관찰, 나의 추측이 많았다.
이번에는 잘 도와야하지 않을까? 잘한다고 하는 것들이 내겐 ' 잘 궁금해하는 것', '잘 묻는 것'이다. 아무리 잘 도우려는 마음이 있다 한들, 뭐가 잘못된 것인지도 모른 채 그냥 하고 싶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