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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학이지지 Nov 12. 2021

이별 구경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싸움 구경이 커플 싸움 구경이라나. 나도 모르게 카페 또는 거리에서 커플이 싸우면 하던 대화와 가던 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이게 된다. 저 여자는 왜 저렇게 밖에서 서럽게 울까? 남자는 왜 자꾸 대화를 중단하려고 할까? 당사자가 아니기에 쉽게 뭐라 할 수 없지만, 애정이 있어야 서로 화도 낼 수 있는 것 같아서 가끔 저렇게라도 싸우는 게 부러울 때가 있었다. 

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구경은 일 년 전 시험 공부를 하던 카페였다. 대학가도 아닌 카페였기에 많은 사람들이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옆 테이블에 두 남녀는 매우 조용했다. 답답했는지 여자가 먼저 입을 뗐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내가 이제 너에게 신경 쓸 시간이 많이 없어 많이 바빠질 것 같아”

“나한테 시간 못 낼 만큼 마음이 식은 건 아니고? 그냥 솔직하게 말해.”

“응. 미안. 그 동안 잘 못해줘서 미안하다. 나 먼저 갈게….”


그렇게 남자는 빨리 자리를 뜨려고 했다. 여자가 남자를 붙잡았다. 남자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했다. 둘의 목소리는 높아졌다. 이내 남자가 집에 데려다 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떠났다. 여자는 혼자 남겨졌다. 여자는 울기 시작했고 친구에게 자신의 이별을 알렸다. 주섬주섬 가방을 챙겨 떠나는 여자의 뒷모습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오랜 시간 함께 한 사람들은 그만큼 잘라낼 것도 많다. 눈으로 보이는 버려야 할 물건들만큼이나 마음에서 비워야 할 것도 많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두근거리지 않는다는 말을 힘겹게 하는 남자는 처음 만났을 때 자신의 두근거림에 놀라 왼쪽 가슴을 붙잡고 있던 그 남자가 아니었을 것이다. 약속을 잡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받지 않는 전화가 늘고 통화 시간은 짧아진다. 용건 없이 그저 목소리가 듣고 싶어 전화를 할 수 있었던 그 시절도 아련해진다. 그렇게 밝고 순한 사람의 짜증이 늘어난다.


차라리 진짜 드라마였으면 이러쿵저러쿵 말이라도 해봤을 거다. 그런데 실제 이별을 보니 숨이 막혔다. 한동안 먹먹해졌다. 내가 이별한 것처럼 마음이 아팠다.    


연애의 초반은 끌리는 매력으로 시작할 것이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인격과 기다림에 있는 것 같다. 바닥만 드러나는 연애가 아니라 함께 좋은 방향으로 변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사람. 만날수록 배울 게 있는 사람. 나날이 조금씩 변화하는 사람이 나 스스로 되길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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