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는 연인 1

나만 놓으면 끝나는 관계

by 학이지지

가끔 카페에서 집중이 안되면, 주변 대화를 듣고 꽂히는 말이 있으면 메모해본다.

여느 때처럼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던 나는 카페에 앉았다.

노트북과 책, 필기구를 정렬하는 동안 또렷이 한 여자의 말이 들어왔다.

자정이 다 되어 가는 시간이었다.


"항상 나는 뒤에 빠져 있는 느낌이 들었어"


맞잡았다기 보다, 이어져 있는 두 손.

수더분한 옷차림의 꾸밀줄 모르는 안경 낀 잘생긴 남학생,

애교 가득한 말투에 이제 대학생이 되어 꾸미기 시작한 여학생.


그들의 시작이 왜 이렇게 불안해보였을까?

드라마 대사인 듯 너무나도 대사처럼 내뱉는 여자의 말들....


"우리가 이렇게 된만큼 너가 더이상 나에게 선 긋지 않았음 좋겠어... 그냥 나란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너한테 궁금했어. 이번에 그래서 너한테 꼭 말하고 싶었어. 근데 감정이 상하더라. (남자의 표정을 확인하면서) 그래도 말하기로 했어.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아서.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너도 나한테 계속 연락했잖아? 확인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


남자가 그 말을 듣고 애매한 듯 미묘하게 싱긋 웃었다.

여자가 귀엽다는 건지, 아님 어쩔 수 없다는 건지 알 수 없는 웃음....

"그랬어?"

남자는 여자의 손을 만지작거린다. 여자의 얼굴엔 웃음이 번진다.


손을 잡고 둘은 나갔다. 다음은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시작하는 연인이라고 보기엔 남자의 태도가 너무 확신이 없어보였다. 그럴거면 왜 시작하는걸까?






세상 사람들은 사랑을 갈망한다.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의 실체를 궁금해한다. 실망하는 사람이 많을테다. 내 모든 걸 내던지고 누군가의 가슴에 못을 박고 시작했음에도 최선을 다했음에도 아닌 건 아닌 사랑도 있으니까. 양방향의 사랑은 존재할까? 나만 놓으면 되는 관계였다. 그렇게 혼자 몇번을 놓았다가 다시 잡으면 잡혔다. 왜 그 여학생에게 오지랖을 부리고 싶었던걸까. 그 사람의 껍데기만 가지고 있는 듯한 느낌. 그 사람은 나 없어도 언제든 다시 일상으로 되돌아갈 것을. 그렇게 매달리고 그 사람이 받아주지 않을 때까지 해봐야 알게 된다. 아무리 몇 년을 함께 했어도 그 사람의 일상에 내 생각은 몇 퍼센트 되지 않았다는 것을. 우는 것도 내 몫이고 끝내는 것도 내 몫인데, 그 사람은 절대 이도 저도 하지 않는다. 내 사랑이 다 탈 때까지 태우고, 그재도 깨끗하게 닦아내야 가능한 거였다. 겨우 내 사랑이 다 탈 때까지 기다렸건만, 닦는 것만큼은 너무 힘들다. 1년이 지났고, 이제 너무 이 일상이 소중하다.


시작하는 어린 연인에게 묻고 싶다. "둘의 시간은 유한하니?" ....

그리고 그 여자에게 묻고 싶다. "후회 없이 사랑할 자신, 너의 젊음을 낭비해도 괜찮을만큼 그 남자를 사랑하니?"......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기차를 타려면 신뢰선을 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