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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학이지지 Sep 10. 2023

시작하는 연인2

  요즘 저녁 아르바이트를 한다. 몇 번 하지 않은 근무이지만, 각 테이블마다 시간의 흐름이 다르다는 것이 확연히 느껴진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있으면 빨라지는 시간의 흐름을 많은 이들이 한 번쯤은 겪어보았을테다.말이 없어도 얼굴만 봐도 그렇게 좋은지 그 순간만큼은 손에서 스마트폰 접착제가 사라지는 마법이 일어난다. 모든 순간이 특별하다. 서로의 매력과 관계 자극이 시간을 왜곡한다. 특히 시작하는 연인의 시간 왜곡은 엄청나다. 설렘이 뒤엉킨 시간은 공기장막을 만들어낸다. 나는 그 공기장막 속으로 주문한 음식을 내려놓는다. 그 장막 안으로 손을 넣었다 빼면 내 손목에는 보이지 않는 상처가 생긴다. 공기장막 속 그들은 봄이지만, 공기장막 밖에 있는 내겐 칼바람 부는 겨울이기 때문이다. 


  시작하는 연인들의 대화에는 두려움이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여러 상황은 상관 없다는 듯 현재에 집중한다. 서로의 가면에는 관심이 없을까. 오늘만큼은 보여지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할까. 시간의 왜곡은 보정기능도 있는걸까. 술취한 밤, 수많은 대화 속 서로 웃는 모습이 나를 더 아프게 한다. 그럼에도 다신 돌아오지 않을 순간이라는 알기 때문에 그들이 행복하기를 속으로 축복한다. 진실함과 신뢰, 단단한 우정이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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