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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오 Sep 06. 2020

코로나가 문을 연 진정한 21세기



2000년이 오면 세상이 종말 하는 줄 알았던 시대가 있었다

1900년대 후반, 즉 20세기 생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1999년 12월 31일에서 2000년 1월 1일이 되는 순간 21세기 시간을 인식하지 못하는 컴퓨터들이 모두 오작동을 일으켜 각종 시스템이 마비되고 종국엔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는 괴소문이 돌았던 사실을. 하지만 우리는 2000년을 생각보다 아무 사고 없이 맞았고, 2002년 월드컵과 2008년 금융위기, 2010년대 스마트폰을 필두로 한 전 생활권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겪으며 숨 가쁘게 21세기의 20%를 지나 보냈다. 



내가 살아 생전 팬데믹을 경험 할 줄이야

그러던 중, 2019년 말부터 들려온 흉흉한 전염병 소식이 우리의 21세기를 송두리 째 파괴하는 데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19년 말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COVID-19는 중국 밖으로 퍼져나가는데 채 3개월이 걸리지 않았고, 한국, 이란, 이탈리아에서의 국소적 발생이 전 세계로 확산되어 '팬데믹'에 이르는데 채 3개월이 걸리지 않았다. 2020년 9월 6일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88만 명의 환자가 사망했고 이 숫자는 지금도 여전히 늘고 있다. 


코로나는 여전히 끝나지 않았고 언제 이 악몽이 끝날 수 있을진 그 누구도 모르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우리의 삶과 현실은 이미 코로나로 인해 많은 것들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예전처럼 다시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다닐 수 있을까? 예전처럼 함께 땀 흘리며 뛰어놀 수 있는 콘서트에 갈 수 있을까? 같은 고민들을 먼저 하기 마련이지만, 지난 7개월의 코로나 시국을 돌아보며 어쩌면 코로나는 우리 사회에 감춰져 있던 보다 본질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들을 뒤 흔들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이 지독하고도 악몽스러운 코로나의 심각성이 줄어들었을 때,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으로 뒤바뀌어 있을까? 





사람이 쓰지 않을 명분이 생긴 사회 

코로나 확산 이후 생활의 일부로 자리잡게 된 사회적 거리두기, 재택/원격 근무는 처음엔 모두 울며 겨자먹기로 시작했지만, 이젠 그 자체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혀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장점과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사람이 필수적으로 필요한 곳과 기계가 대체할 수 있는 곳이 더 선명하게 드러났으며, 생각보다 기계가 대체한 삶이 나쁘지 않거나, 혹은 사람보다 더 나은 퍼포먼스를 보여주었기에 이제 기계는 사람에게 다시 그 자리를 내어주지 않을 것이다. 계산원(Cashier)을 대체한 키오스크. 무인으로 돌아가는 아이스크림 가게 등. 이제 우리는 마땅히 사람의 자리였던 일을 자연스레 기계가 대체하고 있는 현실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아니 어쩌면 코로나는 사람이 없어도 될 자리를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명분 하에 세상에서 지워버리는 한 번의 전환점이 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온라인이 오프라인의 힘을 빼앗은 사회

2020년은 바야흐로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전국민이 집 밖을 나가지 않았던 초유의 시기였다. 특히 이번 광복절 광화문 집회 이후 2.5단계로 격상 된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지침에 따라 음식점, 커피숍 등이 제한적으로 영업을 중단하면서, 코로나 여파로 몇달째 보증금을 까먹으면서 버티면 수 많은 자영업자들은 결국 백기를 들고 폐업 수순을 밟을 수 밖에 없었다. 야속하지만 국민들의 삶은 지속 되기에, 오프라인 자영업자들이 무너져가는 동안 온라인 배달, 커머스 플랫폼 사업자들은 역대 최대 매출을 갱신하며 코로나 특급 수혜주로써 시장을 더 깊고 정교하게 장악했다. 앞으로 코로나가 더 장기화 된다면 아마 대부분의 오프라인 사업자들은 버티고 버티다 사업을 철수할 수 밖에 없는 기로에 놓일 것이다. 온라인은 지금 보다 더 빠른 속도로 오프라인의 힘을 빼앗을 것이고 그렇게 뒤바뀐 힘의 균형은 코로나가 종식 된 이후에도 전복 되긴 어려울 것이다. 




오프라인이 온라인으로, 사람이 기계로 대체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선 뒤바뀐 게임의 룰에 따라 빠르게 적응 한 자는 살아 남을 것이고 이에 적응하지 못한 자는 도태 될 것이다. '코로나'와 함께 찾아온 21세기는 우리 개개인에겐 그리 따뜻하고 낙관적이지 않은 회색 빛 세계일지도 모르겠다. 계급의 격차는 더 커질 것이고, 저 마다 다른 이상향을 좇던 세대 간의 갈등, 이념 간의 갈등도 더 커질 것이며, 차가운 기술은 이를 더 가속화 시키는 데 주저하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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