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까지만 해도 인간의 평균 수명은 50살이 채 되지 않았다. 나날이 발전하는 의학은 어느덧 인간이 100살 이후의 삶을 꿈꿀 수 있게 하지만, 약 100년 만에 평균 수명이 2배 이상 늘어난 인류 문명은 아직 그 여파를 제대로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인간의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부작용이 있겠지만, 최근 그 심각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이 ‘세대 갈등’이라고 생각한다. 평균 수명이 50년 정도였을 땐 함께 살아가는 세대(Generation)의 수가 기껏해야 2-3개 정도였겠지만, 가속화된 세상의 변화 속에서 수명이 길어진 인간은 이제 수많은 관점들을 갖고 있는 세대들이 함께 축적되어 살아가야만 하는 복잡한 사회 속에 살게 되었다.
세대 世代 [세ː대]
1. 어린아이가 성장하여 부모 일을 계승할 때까지의 30년 정도 되는 기간.
2. 같은 시대에 살면서 공통의 의식을 가지는 비슷한 연령층의 사람 전체.
3. 한 생물이 생겨나서 생존을 끝마칠 때까지의 기간.
세대를 정의하는 여러 가지 범주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세대란 '비슷한 관점과 사고방식을 공유하는 동시대 집단' 정도로 정의할 수 있다 생각한다. 하지만 단순한 정의보다 그 정의의 해석이 더 중요한데, 나는 같은 세대 구성원들은 비슷한 관점과 사고방식을 공유할 수 있게 된 가장 큰 이유가 해당 세대의 인격이 형성되고 견고해져 나가지는 과정(유년기, 청소년기, 청년기)이 비슷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쉽게 표현하자만, 각 세대들이 지나왔던 시대적 환경에 따라 각 세대만의 '성격'이 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1) 늘어난 인간의 수명과 (2) 빠르게 변화는 세상이 맞물려 현재 사회에는 너무도 다른 성격의 세대들이 축적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전쟁을 겪고, 민주화를 겪고, IMF와 월드컵을 겪고, 코로나를 겪은 세대들이 모두 한데 모여사는 2020년 현재의 한국사회는, 더욱더 뼈저리게 축적된 세대의 무게를 몸소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서로 다른 성장 과정과 사회 환경 속에서 형성된 세대의 성격은, 저 마다 각기 다른 옳음과 그름을 말하며 서로가 틀리고 잘못됐다며 외면하고 갈라서고 있는 것이 그 무게의 결과이다.
사실 조금 더 현실적인 면으로 들어가 보면 축적된 세대의 무게는 단순한 관점의 차이로만 끝나진 않는다. 청년 실업과 정년 연장, 납부 대상자보다 수혜자가 많아진 국민연금 등 선대와 후대 간의 세대 갈등은 실질적인 그들의 밥그릇 싸움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아직 팔팔하니 일을 시켜달라는 어른들과, 자리가 없어 몇 년째 취업 준비 중인 취준생. 누구 하나 승자는 없는 이 싸움 속에서 우리는 축적된 세대의 무게를 함께 짊어질 뿐이다.
젊은 놈이 노력을 안 해서 그래
라는 어르신들의 질타는, 토익/토플 만점, 수많은 자격증, 과 수석 졸업이라는 치열한 삶이 몇 년째 취업 준비라는 벽에 막혀 있는 젊은이에겐 너무도 가혹하고, 서럽다.
늙었으면 빨리 은퇴하고 조용히 방에나 있지
라는 젊은이들의 질타는, 나라를 재건하고 민주화를 쟁취하는 동안에도, 평생 자식새끼들 뒷바라지하며 일 속에 파묻혀 살던 어르신들에겐 너무도 분통 터지고, 애석하다.
누구도 열심히 살지 않은 사람은 없지만, 누구도 행복할 순 없는 이 악순환의 고리 속에서 우리는 오늘도 축적된 세대의 무게를 짊어지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혹자는 이 모든 아픔을 우리의 뼈아픈 역사 탓으로, 정부의 잘못된 정책 탓으로, 혹은 그저 다른 세대들의 한계이자 어리석음으로 치부하곤 한다.
하지만 우린 인정하고 직시해야 한다. 이 무게는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그저 우리가 '모두' 함께 살아가기 위해선 짊어져야 할 필연적인 무게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