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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학거사 Nov 01. 2020

엣지와 턴

젊은 시절은 자신의 삶과 인생의 캠버스 밑그림을 그리기 위하여,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열심히 뛰 댕기지만 남들이 보면 고삐 풀린 망아지를 보는듯한 느낌을 지워버릴 수 없는 경우가 있었을 것이라 생각해 봅니다. 격렬한 혼돈과 격앙된 혼란이 한차례 휩쓸고 지나가야 인간답고 인간스러운 철든 인간으로서의 성숙이 찾아오지 않나를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남과 다를 수 있음과 철저히 정의된 나름의 목표는 당장 이루어지지 않았을망정 시간의 궤적에 따라, 나의 위치로 돌아오며 나름의 성공을 이룰 수 있었음에 대한 자위는 스스로가 설정한 개똥철학이라도 자신의 주관과 자아의지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였나?라고 생각합니다. 실제의 예를 들어 보면, 시간만 나면 차분히 있지 못하고, 머리카락 휘날리며 전국으로 놀러 다닐 때 제일 먼저 접한 것은 스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 스키를 타고자 할 때 나름의 명분을 삼았던 것들은 남자로서 결혼 전에는 모든 것을 다해보아야 한다는 이야기는 접어놓고, 1980년대 중반의 스키를 취미로 하는 경우, 당시만 해도 좀 있고 방귀께나 뀌는 자들의 향연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20대 후반인 저에게 드는 생각은 사업을 하려면, 많은 사람들을 알아야 하며 어떤 속성을 가졌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 중에 스키를 타러오는 사람들은 어떤 부류 일까?에 대한 의구심을 풀어보고 싶었던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각설하고, 서울서 가까운 포천 주금산에 위치한 베어스타운 스키장에서 처음으로 스키를 배우면서 일어났던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스키를 진짜 처음으로 접해보면서 강습을 통하여, 기본자세, 방향 바꾸기, 넘어지기와 일어서기를 배운 상태에서 일어난 사건 아닌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키의 기본을 배우고, 남들이 리프트라는 것을 타고 올라가는 것을 보니.. 당연히 리프트를 타는거구나? 하고, 리프트에 무조건 올라탔습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리프트에 내려서는 다른 리프트로 갈아타는 것이 여서.. 아!! 리프트도 갈아타고 가는구나? 하고 다시 다른 리프트를 그들과 같이 갈아 탔습니다. 제가 탄 리프트는 계곡을 지나 쏜살같이 올라가더니.. 한 번 더 갈아타는 것 이였습니다. 오늘 막 넘어지고 일어서는 것을 갓 마스터한 초보 중의 왕초보가 총 3번의 리프트를 갈아타고 올라갔던 것이 였습니다.


거기까지는 초보자로써 아무것도 모르니까 상관이 없었고, 경치 또한 좋으니.. 마냥 행복에 젖어 이런 맛에 스키 타러 오는 구나를 생각하며, 앞으로 어떤 험난한 상황이 전개될지를 모르고 정말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지 모르고 높이높이 마냥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거의 리프트가 종점에 도달할 시점에 이르어.. 그 유명한 몇 명의 스키어들이 죽어 나갔다는 “베어스타운 챔피온 상급 코스”에 당도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최상급자 코스인 빅플라 코스가 있지만, 당시에는 최고 수준의 코스로서 거의 뭐 절벽 수준이라서 초보자가 잘못 들어가면 뼈도 못추리는 곳인지를 모르고.. 헛소리까지 해대며.. 당시의 최상급 코스 리프트에서 거만을 떨며 내렸답니다. 뭐라고 헛소리를 했냐면.. 제가 리프트에서 내리기전에 슬로프를 보니.. 아무도 못 내려가고 슬로프 스타트 라인에 일렬종대로 사람들이 쭉 서 있길레.. “ 내려가지도 못하는 것들이 올라와 가지고.. 서있기는” 하였답니다. 아니 제가 슬로프 쪽으로 처음 신어본 스키를 질질 끌고.. 스타트라인에 서보니.. 아이고 어므이!! 절벽이라 앞이 절대 안 보이는 거라.. 아이고 어떻게 하지하고 보니.. 많은 수의 사람들이 슬로프 옆 경사면으로 스탭핑(등행)하며 한발 한발 내려가는 것이 개미들의 행렬처럼 보였습니다. 


저도 다른 방도가 없는지라.. 그들과 동행하며 내려가고 있는데, 중간 지점에 빨간 모자를 쓴 안전요원이 매직을 들고 리프트 승차권에 X표를 치며 다시는 올리지 말라고 하고 있었습니다. 그 장면을 보는 순간 제 성질이 거지같아.. 아니 X표를 치면 이제 못 올라 오쟌아가 생각나며.. X표를 받지 않으려고 스키를 쓱 앞으로 밀어 버렸더니 몇 번을 미끄러지며.. 제일 하단 밑에 도착해 있었습니다. 어찌하던지.. X표를 당하지 않았으니.. 다시 리프트를 타고 정상으로 올라갔습니다. 상급 코스 정상의 스타트라인 옆 끝에 서서 오랜 시간 내려가지도 못하고, 남들은 어떻게 내려가는가를 유심히 보고 있었답니다. 그러다 발견한 두 가지가 있었는데.. 실력의 차이는 있었지만 험난한 최상급의 코스를 내려가는 자들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중의 하나는 엣지이였으며, 다른 한 가지는 턴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엣지 활용에서 선수급들은 Z자를 좁은 각도로 내려가고, 일반인들은 Z자를 넓게 그리며, 설면 저항을 얻으며 슬로프 벽면에 바짝 붙어 내려가는 것이였습니다. Z자를 그리며 내려가다가 슬로프 끝 면에 다 달아서는 폴짝 뛰며 휙 돌아버리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렇다.. 맞아!! 엣지와 턴을 사용하면 된다.. 해보자 하고 저도 Z자를 그리며 신나게(? 쫄며) 내려가는데.. 미끈하니.. 그대로 미끄러지며.. 폴대는 저 멀리 날라가고.... 스키 한쪽은 저 밑으로 내려가 버려.. 쩔뚝거리며.. 찾아 장착하고 시도를 하면.. 넘어져 구르면서 맨홀 구멍에 처박혀버리고 말았습니다. 처음 배운 스키지만.. 얘가 나를 갈구네 하며 오기가 나서 다시 털고, 당시의 최상급자 코스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 버렸습니다. 슬로프를 미끄러지며 세 번 정도 굴러 떨어지니 정말로 밑에 도착해 있는 상황의 연속이 연출되었습니다. 좋아! 너 죽고 나 살자!! 하며 계속 올라가.. 내려오니.. 실수만 하지 않으면, 속도가 나지 않아 그러지 밑에까지 내려 오는데는 한방에 별 문제가 없게 되었답니다. 그 후로부터는 용평이나 어디나 최상급 코스 선수용에서 외국인들과 즐기는 수준이 되었으며, 겁 모르고 올랐던 상황들이 전화위복되어 즐거움은 극대화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도전하는 열정은 성공을 부른다.”라고 표현하기는 껄끄럽지만.. 지금은 그 때의 쫄렸던 경험을 창업하는 분들에게 강좌에서 소개를 하면서 “따라하세요!! 엣지와 턴을..” 하며 창업교육을 진행하면.. 한분도 주무시는 분이 없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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