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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토란 Dec 23. 2020

결국은 ‘나’

내 마음은 꽃밭인가?

  암극복기를 책으로 쓴 한만청 박사도  진단을 받고 격게되는 심리변화  하나로 인간관계와 심리의 변화를 꼽았다.

  위로. 공감. 격려.
  보통 내가 암환자라는  커밍아웃하면 대부분 이런 단계를 거쳐 나를 대한다.

   또한 암진단을 받고  많은 위로와 공감과 격려를 받아왔다. 그런데 어떤 위로는 공감이 되고 어떤 위로는 마음에 1  닿지가 않는다. 이상한 일이다. 그런데 그게  특정인도 아니고 특정 시기도 아닌 것이 마치 항암   음식에 기호가 수시로 바뀌는  처럼 변덕쟁이가 된다.

  처음 전이 소견을 듣고 혼돈의 구렁텅이에서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했을  오는 친구의 평이한 톡에도 왠지 탐탁치가 않았다.  마음은 지금 지옥인데 당연히  상황을 알리없는 친구의 농담 섞인 말에 괜히 나의 감정의 분출구를 찾은 마냥 시끌시끌 뾰족한 마음이 담긴 말들이 괜히 튀어 나왔다. 그리고  마음이 그리 복잡하니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질 않았다. 주말에 보러 온다는 친구의 말에 마음은 백번 이해가 되지만 궂이 이런 엉망진창인 상태로 만나서 웃고 일상을 나누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나만 덩그라니 남겨진 무인도에서 아등바등 살고자 기를 쓰고 있는데  멀리서 호화 크루즈에서  벨벳 장갑을 끼고  흔드는 같았다.

  병원은 옮기고 어느정도 치료의 방향이 정해지고  병에 대해 공부를 하고 조금 명확해  다음에는 대부분 수용이 되었다. 그러니 친구도 보고 싶어졌다. 내가 조금이라도 일상이 건강할 (항암 치료를 받기 시작하면 정상 세포가 공격받아 보통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가 없다)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 물론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은  엄마, 아빠지만 그들을 마주하면 나보다도  무너질  알기에 굳건히 대할 자신이 없다.  

  결국은 '' 것이다.  마음이 중요한 것이었다.  마음이 지옥이면 주위 사람이나 환경도  뒤죽박죽이 되고,  마음이 꽃밭이면  들도   위에 노니는 예쁜 나비가 된다. '부처님 눈에는 부처가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가 보인다'라는 말이 틀리지 않았다.

   오랜 시간 함께 해온 선배에게 인사를 하러 갔다.  선배는 처음  소식을 듣고도 내게 와서는 " 니가 휴직한다고 해서 정말  일이라도   알았잖아. 별거 아니네~ 괜찮아. 다들 치료 받고 골골 하면서도 그렇게 늙어 가고 하는거야." 라고 말해주는데 정말  선배언니  처럼 가늘고 길게 그럭저럭  생이 이어질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어제는 애써 유쾌한 농담과 일상 이야기를 하면서 마지막에 "정아,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 때문에 쫄지마!" 하는데  말이  이렇게 가슴을 후비는지. 눈자위가 뜨거워 지는데 꾹꾹 눌렀다. 그깟 것들. 증상도 없고 눈에도  보이고  엄지 손가락 길이 만큼도 안되는 세포 덩어리들.   땜에 기죽지 말자. 건강한 세포가 훨씬 많고  녀석들은 약을 꾹꾹 달래면 된다. 건강한 세포들이 영양분을 충분히 공급받아서 회생되도록  열심히 먹고 꾸준히 운동하고 내가 즐거운 일을 하면 된다.

   이야기를 아침 밥상에서 딸에게 했다. 그런데  아이 또한 쿨하게 "맞아. 엄마. 눈에도  안보이는 것들이잖아. 엄마  쫄았지? 별거 아니야" 라는데 어른이다.( 말하는 것만) 그래서 나도 애써 "그래, 엄마가  세긴 하지. 강하잖아.”

  그리고 내가 아끼는 후배는 시크하게 선물과 카드를 건네주는데 < 깟것들  조져버리고 다시 건강히 컴백하세요>라고 쓰여 있다. 죠저 버리래. ㅋㅋㅋ  얌전하고 이쁜 입에서 나올 어휘는 아닌데. 희열이 느껴졌다. 그래,  시키들한테는  정도 욕은 당연히 해도 된다.

  깊은 위로가 되는 사람들. 사실 일일이 열거하기는 어렵지만 그들의 마음과 정성과 기도와 사랑이 결국 내가 꾀가 나거나 지칠   지탱해  것이고 그러므로 나는  꼿꼿이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내 마음이 꽃밭이 되도록 환하게 정성들여 마음을 가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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