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엄마. 이리 좀 와줘~~"
설거지를 한참 하고 있는데 화장실에 들어간 아이가 부른다.
개수대 수도꼭지를 잠그고 아이에게 간다.
"엄마. 나 큰 쉬(아이는 응가를 큰 쉬라고 표현한다ㅡ)하는데 옆에 있어줘"
"그릇들 목욕시켜주다가 왔어. 애들이 기다려서 가봐야 해"
"엄마... 그냥 내 옆에 있어주라..."
...
아이가 볼 일을 보는 동안 나는 설거지를 마무리하고
같이 노는 것이 더 합리적인 것이라고 생각해서
설거지를 하러 가려고 했다.
그런데 아이 눈빛이 너무 애절해서
그대로 화장실 바닥에 앉았다.
"그릇은 좀 기다리라고 하지 뭐."
"엄마. 왜 안가? 내가 소중해서 안 가는 거야?
내가 엄마한테 가장 소중해?"
"그렇지~"
"엄마 내가 가장 소중해서 고마워."
주양육자를 향한 어린 생명의 저 애착은 무엇일까?
요즘 들어 부쩍 본인이 재미있게 본 만화를 같이 보길 원하고
본인이 만들어놓은 무엇인가를 보고 기뻐하길 원하고
같이 있는 순간에 본인만 바라보고 있기를 원하는
저 마음이 무슨 마음일까?
아마도 사랑이겠지.
한 달에 한두 번 하원 하는 아이를 내가 데리러 가면
온몸으로 행복을 표현하는 아이를 보면서
나는 저 마음을 오롯이 잘 받아주고 있는 건지
걱정이 된다.
완벽한 엄마는 없다지만.
아이가 세상에서 처음 하는 사랑에
서운함보단 다정함을 더 많이 남겨주고 싶은데.
아이가 나에게 목마름을 보여줄 때마다
회사일로. 개인생활로. 게으름으로.
내 마음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하는 건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나중에 아이가 훌쩍 컷을 때
그래서 자기 몫의 세상을 찾아 떠났을 때
좀 더 육아에만 몰두하지 않은 나를 후회할 수도 있지만
방전되지 않는 엄마가 되는 편이
더 좋을 거라고 위로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