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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오페이퍼 May 27. 2020

아이의 마음.

사랑이겠지.

"엄마. 엄마. 이리 좀 와줘~~"


설거지를 한참 하고 있는데 화장실에 들어간 아이가 부른다.

개수대 수도꼭지를 잠그고 아이에게 간다.


"엄마. 나 큰 쉬(아이는 응가를 큰 쉬라고 표현한다ㅡ)하는데 옆에 있어줘"


"그릇들 목욕시켜주다가 왔어. 애들이 기다려서 가봐야 해"


"엄마... 그냥 내 옆에 있어주라..."

...


아이가 볼 일을 보는 동안 나는 설거지를 마무리하고

같이 노는 것이 더 합리적인 것이라고 생각해서

설거지를 하러 가려고 했다.


그런데 아이 눈빛이 너무 애절해서

그대로 화장실 바닥에 앉았다.


"그릇은 좀 기다리라고 하지 뭐."


"엄마. 왜 안가? 내가 소중해서 안 가는 거야? 

내가 엄마한테 가장 소중해?"


"그렇지~"


"엄마 내가 가장 소중해서 고마워."




주양육자를 향한 어린 생명의 저 애착은 무엇일까?

요즘 들어 부쩍 본인이 재미있게 본 만화를 같이 보길 원하고

본인이 만들어놓은 무엇인가를 보고 기뻐하길 원하고

같이 있는 순간에 본인만 바라보고 있기를 원하는

저 마음이 무슨 마음일까?


아마도 사랑이겠지.


한 달에 한두 번 하원 하는 아이를 내가 데리러 가면  

온몸으로 행복을 표현하는 아이를 보면서

나는 저 마음을 오롯이 잘 받아주고 있는 건지

걱정이 된다.


완벽한 엄마는 없다지만.

아이가 세상에서 처음 하는 사랑에

서운함보단 다정함을 더 많이 남겨주고 싶은데.


아이가 나에게 목마름을 보여줄 때마다


회사일로. 개인생활로. 게으름으로.

내 마음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하는 건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나중에 아이가 훌쩍 컷을 때

그래서 자기 몫의 세상을 찾아 떠났을 때

좀 더 육아에만 몰두하지 않은 나를 후회할 수도  있지만

 방전되지 않는 엄마가 되는 편이

더 좋을 거라고 위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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