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과 함께 어둠이 밀려온다.

꿀 같은 휴가가 끝나간다.

by 노연석

오늘은 하루 종일 집안에 틀어 박혀 우울해진 하늘을 가끔씩 쳐다보고 책 한번 쳐다보며 시간을 보낸다.

어제 시골에서 연중행사인 벌초를 하고 돌아와 피곤한 월요일을 회사에서 보내기 싫어 휴가를 냈다.

휴가라고 코로나에 태풍에 어디 갈 수가 없으니 밀린 독서량을 채우려고 책상 앞에 앉았다.


놀면 시간이 참 빨리 간다. 놀면서 하루 종일 앉아 책 한 권을 다 못 읽는다. 앉아서 얼마 되지 않으니 잡생각과 졸음이 밀려오고 집중이 되지 않는다. 정신을 차리고 또 졸고, 잡생각에 빠지고 다시 정신을 차리기를 반복하다 보니 하루가 다 갔다.


때가 되니 밥도 챙겨 먹여야 한다. 온라인 개강으로 하루 종일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는 둘째 아이 점심시간에 맞춰 식사도 준비를 해야 한다. 오늘은 토마토 스파게티를 드시고 싶다고 하여 부족한 솜씨를 또 발휘해 본다. 맛있게 먹어주니 고맙기는 하다.


회사 메일 알람을 열어 봤다가 마음이 불안해진다. 나 없는 동안 일이 많이 벌어져 있다.


이것저것 잡생각들에 하루의 시간을 온전히 책을 읽는데 활용하지 못한 하루가 되어 버렸다.


집에 있으면 역시 집안일들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마늘을 빠 달라는 마느님의 톡이 왔다. 마늘도 빠러 갔다 와서 브런치도 이렇게 기웃 거려 본다.


그래도 휴가라서 가능한 일들이 있어 다행이다.

엄마 없는 자리에 엄마 역할도 해 줄 수 있어 다행이다.

아이코 이런, 벌써 저녁 할 시간이다.

또 비가 세차게 내린다. 하루 종일 우울한 하늘은 파란 하늘을 한번 보여주지 않고 밤이 되어간다.


손에선 아직도 마늘 냄새가 진동을 한다.

꿀 같은 휴가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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