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작은 공원

머내생태공원의 두 시간

by 노연석

가을 하늘이 끝이 어디인지 모를 만큼 청명하고 깨끗한 날들이 지속되고 있다. 작년에는 이맘때 황사로 뿌연 하늘로 코로나는 아니어도 밖으로 돌아다니려면 마스크를 쓰고 다녔어야 했었다.

회사에서 집꺼지 도보로 퇴근하던 그때 황사와 맞서기 위해 마스크를 썼던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기억이 난다


지난 일요일에는 둘째아이와 친구들을 학원에 데려다주고 학원 주변의 공원을 찾아가 책을 읽으며 대기를 했다.


이번에 찾아간 공원은 아주 작은 생태공원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집 근처라 가끔 오곤 했던 곳인데 10년 만일까? 정말 오랜만에 찾아왔다. 그때나 지금이나 공원은 변함없이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때보다 우거진 녹음과 그만큼 나이가 더 들어 공원을 찾은 내가 있었다.

오랜만의 조우. 아이들과의 추억이 있는 곳. 작은공원 이지만 잊지 못할 추억들이 하나둘 꺼내어진다.


공원이 작아서 둘레길 근처에 몇 개의 밴치만 놓여 있다. 대부분 햇볕에 노출이 되어 있다. 그늘진 자리를 찾아 앉고 책을 꺼내 들었다. 날씨가 그래도 제법 더운가 보다 이고까지 오는 길과 공원 한 바퀴만 돌았을 뿐인데 어느새 땀이 몽긍몽글 맺혔다. 밴치에 앉으니 사르르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내 이마에 맺힌 이슬을 하나 둘 거두어 간다.

아. 시원하다 마음속으로 이야기해 본다.


이어폰을 가져온다는 것을 깜박했다. 늘 듣는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어야 집중도 잘되고 주변 소음도 막아주어서 좋은데 어쩔 수 없이 책을 읽어 나간다.

밴치에 앉아 읽다 보니 조금 불편하기도 한데 새소리들이 어떤 음악보다 정겹게 내 귓가를 맴돌아 내 고막에 기분 좋음을 전달한다. 그러다 보니 점점 더 집중이 잘 되어가고 책장은 술술 넘어간다.

산책길 바로 옆 밴치이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지나 다녀 조금 신경이 쓰이지만 신경 쓰지 않기로 하고 책에 집중한다. 그러나 독서의 흐름을 깨는 기분 좋은 방해꾼들이 있다.


날이 좋아서 가족단위로 산책을 하러 나온 것 같다. 유모차를 끌며 아이와 대화를 나누는 아빠의 목소리에는 행복함이 묻어 나온다. "아빠가 물 가져오길 잘했지" 날씨가 생각보다 더워 아이들이 목이 말라했나 보다.


유독 신경 쓰이는 한분이 계셨다. 운동하러 나오셨는지 공원을 10여 바퀴쯤 돌고 집으로 귀가하신 것 같다.

그분이 지나갈 때마다 신경쓰게 되기는 했지만 어느 순간 익숙해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내 독서에 흐름을 지만 규칙적으로 들려 와 독서에 리듬감을 더 해 줬던 소리가 사라졌다. 천천히 뛰며 발생하는 운동화와 흙의 마찰음이 사라져 버리니 적막함 마져 느껴졌다.

나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고 주변을 돌아보게 되었다. "가셨나?"


뒤돌아보니 아무도 없다. 비둘기 몇마리가 굶주린 배를 채우려 열심히 먹이사냥을 하며 땅과의 입맞춤을 하고 있다.

언젠가 LA 어느 공원에 갔던 날 나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공원에 토끼도 사슴가족도 사람들과 같이 공존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우리나라의 공원이라면 상상도 못 할 일인데 이게 가능하구나.

미국이라는 나라는 뭐가 좀 다르다라는 생각을 해 봤었다.


잘 보이지는 않지만 위 사진에 보면 비둘기 몇 마리가 앉아 있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이것이 전부이다. 수목원에 가도 청설모나 다람쥐 정도를 볼 수 있을 뿐이다.


사람들이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운동을 하고 산책을 할 수 있는 공간, 공원. 오랜만에 찾은 이 작은 공원에서 나는 또 다른 추억 하나를 집으로 가져간다.

벌써 2시간이 다 되어 빠르게 짐을 챙겨 아이들을 데리러 가기 위해 일어났다. 여전히 햇살은 따갑고 하늘을 높고 푸르르다.


"아빠, 뭐했어

"응, 공원에 갔지. 너희들과 어렸을 때 가끔 가던 머내 생태공원"

"응, 어디? 거기가 어디야"


아이에게는 그곳은 추억의 장소가 아닌가 보다 한참을 설명한 후에 기억이 어렴풋이 기억이 나나보다.

하지만 그 기억은 내가 가진 기억만 큼 선명하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아 거기."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세번의 퇴사, 네번째 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