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아파트 화단에 코스모스를 심어 두었다. 작년에는 좀 많이 지저분했었는데 올해는 잘 정돈하고 코스모스 밭 사이로 난 길로 사람들이 들어가 사진도 찍는 모습이 보이곤 하니 작년보다는 잘 키웠다.
추석 연휴 시골집 앞에 코스모스 한 무더기가 자라고 있다. 누가 심어 놓은 것 같기도 하고 코스모스 씨들이 날아와 그곳에서 자리를 잡은 것 같기도 한데 아파트 화단에 심어 놓은 놈들보다 더 예쁘게 피어 있어 사진에 담아 보았다.
코스모스는 가을에 피는 꽃으로 알고 있지만 6월~10월이 꽃을 피운다고 한다. 가을이면 늘 볼 수 있는 꽃이라 관심을 가지고 보지 않았는데 코스모스 꽃잎은 설상화와 관상화(통상화)을 가지고 있는 국화과의 꽃이다.
※ 설상화 : 꽃잎이 혀의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하여 설상화 또는 혀 꽃으로 불린다.
※ 관상화 (통상화): 노란 수술 부분으로 생긴 모양이 관 또는 통처럼 생기고 끝부분이 살짝 오픈된 모양이다.
※ 코스모스, 국화, 해바라기 등은 설성화와 관상화로 이루어져 있고 우리가 잘 아는 꽃 중에 민들레가 관상화로만 이루어져 있으며, 관상화로 이루어진 꽃이 있으니 설상화로만 이루어진 꽃도 있는데 우리가 알만한 익숙한 꽃은 엉겅퀴다.
바람이 불면 한들한들 나부끼며 활짝 피운 꽃잎의 자태를 한껏 뽐내어 나비와 벌들을 유혹하면 이내 쉴 새 없이 날아오고 가기를 반복하며 겨울 준비를 한다.
한 그루의 코스모스에서도 꽃이 피는 시기가 줄기마다 다르다. 한 뿌리에서 시작했지만 여러 갈래의 줄기로 다시 뻗어나가는 동안 먼저 꽃망울을 드리우고 꽃을 피우는 놈도 있고 조금 늦게 뻗어 나온 줄기도 있다.
꽃망울에서 꽃으로 피어나기를 기다리고 놈들은 금방이라도 터져 아름다움을 뽐낼 것 같은데 각자 자기가 태어나야 할 시기를 얌전히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서두르지도 않고 그렇다고 게으름을 피우지도 않고 기다린다.
한해 살이 꽃으로 살아야 하는데 그래야 좀 더 오랜 시간을 꽃을 피우고 아름다움을 뽐내고 돌아갈 수 있다.
코스모스는 여러 개의 줄기로 뻗어 나가고 줄기 끝에 한 개의 꽃이 피어나지만 제법 많은 꽃이 한 그루에서 피어나고 잎사귀는 가늘게 무수히 많이 피어나서 주변 코스모스의 잎사귀와 손에 손을 잡듯 촘촘하게 엉퀴어 공간을 매우고 있다. 무거운 꽃과 가녀린 줄기를 지탱하고 불어오는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게 하기 위해 서로를 감싸고 있는 것 같다. 사람도 혼자서 살아가지만 주변사람들을 공감해 주고 서로 도우며 살아야 외롭지 않고 즐거운 인생을 살 수 있다.
꽃은 피어나는 동안 자신의 아름다움을 한껏 발산해야 한다. 그래야 사람도 찾아오고 벌도 나비도 찾아와 준다. 사람도 누구나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기를 맞이 하는데 그 시기에 사람들로부터 주목을 받지 못하면 다음 기회를 기다리면 준비해야 한다.
현재의 코스모스에게는 다음 생은 없다. 한해살이로 꽃을 피우고 죽음 앞에서 씨를 뿌려두고 다음 생을 1년 후 새롭게 시작한다. 새롭게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운다. 마치 환생이라도 하는 듯이다.
사람은 식물들에 비하면 오랜 시간을 살아가며 결혼을 하고 자식들을 낳아 키우다 생을 마감한다. 조금의 차이는 있지만 종족 보존은 지구 상의 동식물에게 태어날 때부터 완수해야 할 임무이다.
식물이나 사람이나 이런 면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사람은 더 오랜 기간을 살아가기 때문에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나를 뽐내야 하는 순간을 놓쳐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코스모스도 사람도 다음 기회까지 고독하고 힘겨운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코스모스가 만개하고 시들어 갈 때쯤 가을은 더 깊어지고 곧 겨울을 만나게 된다. 가을도 코스모스 씨앗과 함께 또다시 1년이라는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꽃망울에서 꽃봉오리로 피어나 겨우 며칠을 살다 자신에게 주어진 천운을 다하고 씨앗으로 긴 시간을 기다린 후에 다시 뽐낼 기회를 얻는다.
코스모스와 가을은 너무도 잘 어울리는 한쌍이다. 6월부터 코스모스가 피어난다고 하지만 가을에 피어난 코스모스가 가장 아름답다. 사람도 피어나야 할 시기에 피어나야 아름답다. 너무 서두르거나 너무 미루어 방치하는 것은 주변 사람들에게 나에게도 불편한 일이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고 나면 코스모스는 앙상하게 가지만을 남긴 채 말라비틀어져 보기 흉한 흔적을 남긴다. 화려한 꽃을 한껏 피우던 시절에는 상상도 할 수 볼품없는 모습을 드러낸다. 사람도 죽음의 문턱에 서면 엄청 야위어져 볼품없이 변하는 것처럼 화려했던 젊은 시절을 추억하면서 한점 흙으로 돌아가는 것은 불변의 자연의 법칙이다.
아름답게 피어난 코스모스처럼 내 앞날에 피어날 코스모스를 기다리고 기대하며 살아가는 것이 인간이다. 너무 아등바등 힘겹게 살아가기 보다 여유와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면서 좋은 기회가 왔을때 놓치지 않은 것이 중요하다.
100세 세상이 온다지만 그래도 인생은 짧다. 매년 나의 빛나는 순간을 한 번씩 만든다고 해도 이제 몇 번 남지 않았다. 헛되이 인생을 보낸다면 죽음의 문턱 앞에서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후회의 순간들을 떠올리며 괴로움에 빠져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