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드득, 뽀드득

동심 놀이

by 노연석

퇴근길, 분명히 눈이 내리지 않았는데

집으로 돌아와 저녁식사를 하고 나니

내려앉은 어둠을 다시 깨우듯 온 세상이 하얗다.

이제 곧 대학생이 되는 아이도 중학생도

하얀 눈의 설렘에 이끌려 밖으로 나갈 채비를 한다.


"나도 같이 갈까?"

"네, 같이 가요"


밖으로 나오니 생각했던 것보다 눈이 많이 내렸다.

아이들은 내리는 눈을 카메라에 담느라 정신이 없다.

어릴 때는 눈사람 만들고 눈싸움하는 일을 더 좋아하더니 이제는 낭만이라는 것을 아는 것 같다.


눈이 잘 뭉쳐지지는 않는다.

큰 아이는 작은 눈사람이라도 만들어 사진에 담아 보려 하지만 쉽지 않다.

눈이 뭉쳐지지도 않고 아무리 굴려보아도 그대로다.

보고 있는데 좀 답답했을까?

어느새 나도 모르게 눈덩이를 만들어 굴리고 있다.


정말 눈은 잘 뭉쳐지지 않았다.

인내를 가지고 어느 정도 크기가 될 때까지 굴리고 또 굴려보았다.

적당한 크기가 되어 자리를 잡아두고

위쪽에 올릴 것을 하나 더 만든다.

이 눈을 굴리는 동안 나는 세상의 모든 시름을 잊어본다.

오로지 눈을 굴리고 크게 만드는 것에 집중을 한다.


세상 모든 일이 이렇게 재미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란 생각을 해 본다.

하지만 눈은 여전히 잘 뭉쳐지지 않았다.


늘 시작과 함께 바로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천천히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열매의 맺을 수 있듯이

눈사람을 만들기 위한 눈덩이를 굴려대는 것도 공을 들여야 했다.


"아빠, 왜 이렇게 잘해?"

"어릴 때 시골에서 많이 해 봤구나?"

"아니야, 인내심을 가지고 열심히 하면 안 되는 게 없어"

아이들은 듣는 둥 마는 둥 눈사람을 꾸미기 시작했다.

이 모든 작업은 사진 몇 장을 남기기 위해서이다.

아이들도 이제 추억을 남길 줄 아는 나이가 되었다.


우리는 목표를 달성했다.

나도 아이들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일조한 것에 기쁘고 행복하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기회를 만들어줘서 고맙기도 했다.


사진 몇 장을 더 찍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밤인데도 사람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하나둘씩 몰려나온다.

여기저기 사람들의 발도장이 찍혀있다.

어린아이들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

아빠들은 눈썰매를 하나씩 끌고 나와 아이들에게 추억을 선물한다.


눈이 제법 쌓여 한걸음 한걸음 내디딜 때마다

"뽀드득, 뽀드득" 소리를 낸다.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소리 중에 하나가 아닐까?

뽀드득, 뽀드득 거리며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리는 동심이라는 행복시간 여행에서 돌아왔다.


행복이란 먼 곳에 있지 않다는 것을 새삼 느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