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 그리고 생각
5시 35분, 사무실 노트북 컴퓨터의 전원 버튼을 눌러 끄고 뚜껑을 닫아 서랍 속에 가두어 두고 시건장치를 잠근다. 가방과 스마트폰, 그리고 이북리더기를 챙기고 겉옷을 입으며 퇴근길에 올랐다. 40분 버스를 타야 해서 마음이 바쁘다 조금 늦으면 30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사무실을 나오자마자 뛰어가서 간신히 버스에 올랐다. 다행히 자리가 넉넉해서 원하는 자를 골라 앉지만 가능하면 앞쪽에 앉는다.
겨울의 저녁시간은 해가 매우 빠르게 사라지고 어둠의 그늘을 드리우기 때문에 버스의 중간이나 뒤쪽에 타고 있으면 어디를 가고 있는지 알 수 없어 한참을 두리번거려야 한다. 그래서 가능하면 앞쪽으로 자리를 잡는다. 그래야 어디쯤 와 있는지 확인하기 용이하다.
버스여행
자리를 잡고 앉아 안전벨트를 하고 가방 속에 넣어둔 이북리더기를 다시 꺼내어 진도가 지지리도 나가지 않는 책을 펴 든다. 오늘은 버스에서 잠에 빠질 생각하지 말고 열심히 책을 읽어보자고 다짐한다.
해가 바뀌며 나도 모르게 저하된 체력에 하루 종일 피곤하고 출퇴근 버스에서는 앉자마자 잠에 빠져드는 일이 많아졌다. 이번 달에 책도 몇 권 읽지 못했다. 지금 읽고 있는 분량이 좀 많은 책을 이달 안에 다 읽을 수나 있으려나. 빠듯한 직장생활 때문이라는 핑계로 책 읽기가 게흘러져서 이달에도 반성을 좀 해야 하는 상태가 되어 있다.
버스가 출발을 하고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보거나 잠을 자고 있어 조용하기 그지없지만 버스가 달려가며 들리는 풍절음과 잡음들이 시끄럽게 느껴진다. 불이 꺼진 버스 안의 어둠 속에 스마트폰의 불빛이 이곳저곳에서 빛을 내고 있고 그 빛은 주인의 얼굴을 환히 빛나게 하고 있다.
버스는 이내 큰길로 들어서 달리기 시작했는데 뭔가 허전하다. 이어폰에 귀에 꽂혀있지 않다. 뭔가 딴생각을 하느라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플레이하는 일을 까먹었을까? 가방 위쪽 작은 주머니의 지퍼를 열고 이어폰을 꺼내어 이어폰을 귀에 꼽자 스마트폰과 자동으로 페어링이 된다.
내 자동차 안이면 음성인식 인공지능 비서를 불러내어 최근에 들은 음악 틀어 달라고 할 텐데 사람들이 많은 버스라 스마트폰을 들어 플레이 버튼을 누른다. 다시 시선은 이북리더기를 향해 활자들을 읽어 나간다. 은은하게 빛을 내고 있는 이북리더기는 스마트폰보다 확실히 활자를 읽어내는 데는 최적화되어 눈의 피로를 덜어 준다.
이어폰을 꼽고 나니 이제 좀 집중하는데 도움이 된다. 항상 듣는 음악의 장점은 익숙해져 있어서 조금 시끄러운 음악이어도 집중하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 이어폰과 이북리더기와 씨름을 하는 사이에 어느새 버스는 고속도로 위로 올려져 있고 퇴근길이라 차량들이 범퍼에 범퍼를 대고 나란히 서서 거북이걸음을 하며 답답한 움직임을 하고 있다. 하지만 버스는 전용차로로 쌩쌩 잘도 달려간다. 이럴 때 항상 쾌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는가 꽉꽉 막혀 있는 차선들의 불빛은 점에서 선으로 연결이 되어 간다. 버스는 점점 스피드를 올려 정상 괴도에 올라섰다.
가끔 고속도로에 버스정류장을 보며 어떤 버스들이 이곳에 서는가 궁금했었는데 내가 타고 다니는 버스가 고속도로 위 버스 정류장에 선다. 퇴근길 이 버스는 항상 두 곳의 버스정류장에 정차를 한다. 그 후로도 내가 내려야 하는 정류장은 멀고도 멀다.
눈에 피로가 쌓이며 중력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안구를 닫아 버리는 눈꺼플. 결국잠이 들고 말았다. 속도를 내던 버스가 꿀렁거리기 시작하며 잠에서 깨었다. 버스가 속도를 낮추며 브레이크를 밟고 떼기를 반복하며 차는 꿀렁거렸고 톨게이트로 나가기 위해 차선을 변경을 하고 있었다. 톨게이트로 빠지기는 길도 험난 하다 길게 늘어서 길을 막고 있는 차량 사이에 비집고 들어가며 길을 내어 빠져 나간다. 고속도로를 나와 시내로 들어서는 길은 다시 퇴근 차량들로 가득하다. 늘 느끼지만 버스 기사님들은 커다란 덩치의 버스를 요리조리 빠져서 막히는 길을 잘도 다닌다.
시내에 들어서면 버스의 속도는 급격하게 느려졌다. 차도 많아지고 정류장마다 서야 하니 더 더디다. 답답하다고 내려서 걸어가기엔 아직 먼 거리라 내릴 수도 없다. 조금 더 인내심을 가지고 거북이 걸음을 하는 버스에서 창밖을 내다본다. 하지만 어둠 속에 건물들의 빛이 보일뿐 그냥 어둡다. 주기 적으로 버스 앞쪽을 내다보면 어디쯤 왔는지 확인을 한다.
복잡한 시내를 지나면 조금 한적한 도로를 조금 더 달려야 내가 내릴 수 있는 곳에 도착한다. 벨을 누르고 멈춘 버스가 선 곳에서 기사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고 버스에서 내린다. 이곳은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처제네가 살던 동네이다. 우리 집은 이곳에서 멀리 있지만 여기부터는 걸어서 집으로 향한다. 오늘은 이 길 위로 걷지만 정류장을 바꾸어가면 여러 가지 가보지 않은 길로 가보고 있다.
걷기 여행
오늘 걷는 길에는 엄청나게 커다란 카페가 하나 눈에 들어왔다. 보통의 스타벅스의 두배는 되어 보이는 카페에는 어둠이 드리워져 잘 보이지 않지만 The november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오는데 앞쪽에 또 뭐라고 쓰여 있는데 안 보이는 것인지 내가 영어가 짧아 못 알아먹는 것인지... 뭔지 잘 모르겠다. 그 엄청난 규모의 카페 안에 사람들은 몇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이 없을 시간인 것 같기도 하고 코로나로 인해 사람이 없는 것 같기도 한데 카페 안에는 은은한 조명이 켜져 있어 따뜻함이 느껴져 안을 좀 더 들여다보지만 사람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문을 여는 것을 보니 낮에는 사람들이 많을 것 다는 생각을 하며 다시 걸음을 재촉한다. 코로나나 좀 물러나면 다음에 한번 와 봐야겠다고 생각하며 걷다가 마주치는 너는 바람 풍선(뭐라 부르는지 딱히 이름이 생각이 나지 않는다)이다. 주요소에서 내어 놓은 바람 풍선이 세차를 하라고 유혹을 하지만 난 차가 아니라 패스다.
한적한 길가에는 이면 주차를 한 차량들이 많이 있다. 건물들의 뒤쪽이라서 인가? 이곳은 주차단속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이곳을 조금 지나 건물들이 모여 있는 곳에 들어서니 식당 안에는 사람들이 벌써 옹기종이 모여 한잔 기울이고 있다. 코로나에도 식당 안은 언제나 회포를 풀러나 온 사람들로 가득하다. 부디 아무런 문제 없이 집으로 돌아가기를 기원해 본다. 최근에 조금 완화된 정책을 사람이 더 많은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난 아직 용기가 나지 않는다.
집으로 가는 길에 두 번의 큰길을 건너야 한다. 저 멀리 횡단보도 앞에 사람들이 서서 파란불이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신호가 바뀌었다. 신호 대기를 하던 사람들의 발걸음이 떨어지자 나도 모르게 뛰기 시작한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건너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는 조급함이 있나 보다.
내가 걷고 있는 이 길들은 평소에는 차로 이용하던 길이다. 차로 다닐 때는 볼 수 없었던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언제 생겼는지 모르는 엄청 규모가 큰 세차장, 이 세차장에는 카페도 같이 있는 것 같다. 새로운 문화 공간인가 궁금해져서 다음에 세차를 이곳으로 하러 와 봐야겠다. 세차장의 이름을 보고 참 잘 지었다는 생각도 해 본다. 어떻게 저런 작명을 했을까? 그에 맞는 디자인도 깔끔하고 예쁘게 잘했다.
작년 가을쯤 착공을 시작한 건물인 것 같은데 요즘 정말 건축기술이 정말 좋아진 거 같다. 벌써 완공을 해서 입주를 한 회사들이 있다. 회사 이름이 무엇인지 자세히 들여다보지만 처음 보는 회사다. 우리나라에 얼마난 많은 회사가 있을까? 생각해보고 찾아본 적이 없으니 모를 수밖에 없다.
집으로 오는 길에는 몇 년째 착공을 하지 못했던 아파트 단지 하나가 지금은 열심히 공사 중에 있다. 이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 공원과 도서관등이 들어와 주변 인프라가 많이 좋아진다. 여름엔 창문을 열면 개구리 소리로 시골의 소리가 가득한 도심 외곽이지만 점점 더 도시의 환경들로 채워져가고 있다.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잘 모르겠다. 장단이 있겠지.
공사장을 따라 생긴 거대한 펜스에는 낮에는 볼 수 없는 풍경이 펼쳐진다. 길가 공사장 펜스에 가로등 불빛으로 그려진 나무 한그루가 눈에 들어와 카메라를 들이대 본다. 캔버스가 된 팬스에 빛으로 그린 나뭇가지 하나하나가 정교하다. 한 편의 수묵화가 되어 주었다. 매일 아침이면 사라지고, 밤이면 다시 피어 나기를 반복하다 공사가 끝나면 자취를 감출 잠시 동안 전시되는 전시물이 되어 준다.
집으로 돌아오는 여정 속에서 많은 새로운 것들을 만난다. 그러나 그 길 위에 지나치는 사람들은 거의 볼 수가 없다. 이미 집으로 다들 돌아간 것인지? 코로나로 인해 바깥출입을 하지 않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사람들이 많지 않으니 걸으며 내 생각 속에 불쑥 개입하는 이벤트들이 없어 멍 때리기와 같은 상태로 걷는다. 그러다, 새로운 것을 만날 때 발걸음을 멈추어 본다. 오늘은 그림자로 한 편의 수묵화가 되어 준 그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