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듦과스마트 함이 주는 반전
한 살 한 살 나이를 더 먹어가면서 평소에 잘 되던 것, 늘 하던 것이라 의심 없이 지내 왔던 것들이 갑자기 잘 되지 않거나 생소하게 느껴지는 그런 경험들이 늘어가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디지털 시대로 발전의 가속화로 더 새로운 것들을 많이 창조되고 삶은 풍요로워지고 편리해졌지만 이런 디지털화가 주는 다른 면들도 있습니다.
요즘은 조금 괜찮아졌지만 몇 해 전에 계단을 내려가는데 발걸음이 아주 부자연스럽고 계단을 보면서 한걸음 한걸음 내려가는데 지나가는 옆사람은 아주 자연스럽게 계단을 잘 내려갑니다. 나는 왜 이럴까란 고민을 한 적이 있었는데, 조기 축구에 나가 운동을 하면서 계단을 오르내리는 발걸음이 한결 좋아졌습니다. 운동을 얼마나 하지 않았으면 이렇게 되었을까란 생각을 했었었는데 그런 상황을 만든 건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자동차라는 문명의 기술 덕분에 덜 걷고 뛰지 않는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겠지요.
20층에 살고 있는데 20층 계단을 매번 걸어서 다닐 수는 없겠지만 10층쯤은 가끔 걸어서 계단을 오르는 것도 건강을 위해서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살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가 약속 시간을 지키는 일입니다. 약속 시간에 늦어 본적이 거의 없고 그 시간을 지키기 위해 허둥지둥 댄 적도 없었는데 요즘은 시간을 맞추는 것이 잘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약속 시간을 늦은 적은 없지만 예전과 다르게 매번 허둥대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합니다. 다음부터는 좀 더 일찍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잘 되지 않습니다.
무언가 잡다한 일들, 신경 써야 할 일들이 많아서 집중하지 못하거나 조금 늦어도 괜찮아라는 여유가 생긴 것이겠지라고 위안을 가져 봅니다.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30분 정도 일찍 실행에 옮기도록 습관을 들여 보아야겠습니다.
가끔 서울에서 광역버스를 타고 내려오면서 아내와 메시지를 주고받다 보면 "몇 시쯤 도착할 것 같아?"란 물음에 바로 대략 몇 시에 도착할 것 같다고 메시지를 보냈고 도착해서 보면 조금의 오차는 있지만 정말 잘 맞추는 것을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을 스스로 한 적도 있었는데, 요즘은 몇 시에 도착할지 잘 계산이 되지 않고 잠시 고민하다 이내 스마트폰 지도 앱을 서랍에서 꺼내어 검색해 봅니다. 참 편리한 세상이 되었지요.
이런 유형 중 가장 으뜸은 휴대폰의 등장하기 시작한 이후로 전화번호를 잘 기억하지 못하는 일일 것입니다. 스마트한 세상은 우리의 기억을 대체하기 시작했고 그런 대체 장치 때문에 애써 머릿속에 기록하려 하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과거에 수기로 수첩에 전화번호를 적으면서 머릿속에도 같이 저장을 해서 꽤 많은 전화번호를 암기하고 다녔었습니다. 핸드폰의 등장 이후로 언제나 함께하고 언제든지 꺼내어 볼 수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머릿속에 넣어 두지 않도록 훈련이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손으로 기록한 것과 스마트폰의 자판을 두드려 기록한 것 중 어떤 것이 더 머릿속에 잘 기록되는지 궁금하네요.
젊은 시절, 참 노래를 많이 불렀죠. 노래방이 생기면서 더욱더 그랬고요. 그 시절에는 노래 한 곡 외우는 것은 몇 번 불러보면 신기할 정도로 머릿속에 잘 저장됐었다는 것을 요즘 새삼 느껴 봅니다. 이제는 늘 노래를 듣고 다녀도 잘 외워지지 않으니까요. 언젠가 좋아하는 노래가 있어 한번 외워 보려고, 졸음도 날려볼 겸 시골에 왔다 갔다 하는 차 안에서 계속 끝도 없이 따라 불러 봤습니다. 외워지기는 하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면 부분 부분 기억이 나지 않는 곳이 있습니다. 젊었을 때처럼 음정, 박자도 잘 기록되지 않아 매번 부를 때마다 새롭습니다. 그래도 듣기만 하는 것보다 직접 불러보는 것이 더 잘 외워집니다. 문제는 노래를 부를 기회는 없다는 것이지요.
스마트한 세상이 되다 보니 기억해야 할 것도 줄어들고, 집 앞 마트에 갈 때도 차를 이용하고, 지금 같은 코로나 시국에는 외식보다 배달음식을 시켜먹다 보니 활동범위도 점점 줄어들고, 여러 가지로 편리해지는 세상이지만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조금씩 퇴화를 해가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물론 반대로 더 좋아지고 스마트 해지는 부분이 있겠지만 과거보다는 머리 쓰는 일이 줄어들고 운동량도 점점 더 줄어들고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매일 만보 이상 걸으려 노력해 봅니다. 기록은 전자펜이지만 수기로 기록을 합니다. 이런 것들이 점점 퇴화되어가는 것들을 지연시켜 준다고 믿어 봅니다. 디지털 세상에 아날로그 생활을 추천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