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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기적인 것일 게다

오랜 시간을 돌아서 만난 우연한 만남, 인연인가?

by 노연석

몇 년 만인가? 햇수를 세고 있어서 알 수 없지만 10년쯤 되지 않았을까? 아마도 그 친구와 마지막으로 말을 주고받았던 장소는 친구 어머니의 장례 시작에서였던 것 같다.


어디부터 거리가 멀어지기 시작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친구와는 지금도 평행선을 걷고 있는 것 같이 만나질 수 없다는 느낌이 가시지 않는다.


회사 입사 동기. 올해 12월 2일이면 30년이 되어가는 나의 직장에서 첫출발을 같이 했던 입사동기였었고, 동갑내기였었고 얼마나 같이 있었는지도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같은 기숙사를 쓰면서 신입사원 시절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고 위로하며 살었었던 그런 동기였었다.


가끔 나가는 골프연습장에서 몇 개월 전에 그 친구가 골프를 시작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직 내 스마트폰 주소록에 그 친구의 전화번호는 살아 있기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가는 실내 스크린골프 회사의 앱에 뜨는 친구 추천으로도 알기는 했었다.


반갑기도 했지만 나는 그냥 지나가는 사람인 것 마냥 아는 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정말 지나가는 사람인 것 마냥 잊고 살았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최근에는 자주 발걸음을 하는 골프연습장에 도착해 주차를 하려는데 그 친구가 앞을 지나가는 봤지만 그 친구는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 차 안에 있는 나를 식별하기란 쉽지 않겠지만 지나가는 차량 안에 사람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테니 당연히 나라는 것을 모르겠지. 아니 어쩌면 애써 외면하려는 걸까? 나처럼.


늘 사람이 많은 이곳에서 대기표를 뽑으러 건물에 들어서고 대기표를 뽑는 동안 주변을 둘러봤으나 보이지 않았다. 마주치면 인사라도 하려는 요량으로 두리번거렸으나 보이지 않는다.

30분 정도 기다린 후 내 차례가 되어 타석으로 향했다. 운동복으로 갈아입었지만 그 친구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시간이 아무리 지났어도 사람이 가진 특징은 기억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것 같다. 딱 보면 그 사람이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보니 말이다.


그 친구의 타석은 바로 내 옆자리였다. 나는 자리를 잡고 앉아서 잠시 동안 그 친구의 스윙을 보고 있다가 "아무개야"라고 이름을 부르자 나를 바라보는데 예전부터 시력이 좋지 않던 친구이긴 했지만 단번에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아무개다"라고 이야기를 하자 그제야 알아본다.


오랜만에 만남이라 어색한 건지? 아니면 기억하지 못하는 어색함을 아직 깨지 못할 우리 사이의 뭔가가 있었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별로 친하지는 않은 그냥 아는 사람을 만난 것만큼의 아는 척을 하고 몇 마디를 나누고, 애굳은 골프공만 연실 떼려 대기만 했다. 내일 오후에 라운딩이 있다는 친구도 공만 연실 때려 대고만 있었다.


이런 걸 보면 우리 둘 사이에 뭔가 벽이 있다는 느낌은 나만의 느낌만은 아니었으리라는 것을 그 친구도 느끼고 있었으리라. 그것이 무언지 몰라 답답하기만 했다. 그렇게 연습 시간이 먼저 끝난 친구가 먼저 자리를 떴다. "다음에 한번 같이 나가자"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그래, 다음에 한번 보자"라는 말로 나도 화답을 했지만 "다음에 밥 한번 먹자"와 같은 느낌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났다.


사실 이 친구가 예전에는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 말투가 조금은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하는 말투였다. 물론 악의를 가지고 내뱉는 말투가 아니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지만 잘 알면서도 기분이 좋지 않을 때가 많았다. 그런데 그런 그가 뭔가 달라진 것 같았다. 짧은 만남 속에 예전의 그의 모습과 말투를 찾아볼 수 없었다.


간간히, 발 없는 말로 내 귀로 들어오는 소문에 의하면 사람이 많이 변했다고 하더니 정말 그런 것일까? 그렇든 아니든 나와는 상관이 없지만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회사들을 전전 긍긍하며 어린 시절을 고생하며 살면서 더 아등바등 살던 그였고 그 힘겨움을 바라보기에 그의 말투와 같아 말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도 좋아 보이지 않았었는데, 이제 직장생활 말년을 두고 몇해전에 복직을 한 그가 이제 자리를 잡고 안정적인 상황이 된 것이 아닐까라는 추측을 해 본다.


그러나 여전히 나에게는 거리가 멀어진 이유를 알지 못하기에 그 거리를 좁히기 위한 이유를 애써 신경 써서 만들어 내고 싶지는 않다.


우연이라고 하기에 사람이 이렇게 다시 만나진 다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닐 텐데 오랜만에 만난 입사동기이자 동갑내기 친구인 그 친구와는 인연이라면 다시 만날 이유를 찾게 될 것이다. 그게 골프라 매개가 될 수도 있고 정말 멀어진 거리를 좁힐 수 있는 이유를 찾아서 일 수도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 좋고 싫은 감정들은 모두 나 자신이 만들어 놓은 기준이고 그 기준을 허무는 것도 나 스스로 해야 할 일일 것이다. 그 친구가 문제가 아니라 내가 문제일 확률이 더 높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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