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들과 헤어진 지 10년도 넘었는데, 찻잔을 기울이는 시간 내 머릿속에는 어느새 그 과거의 시공간에 머무르고 있는 것 같다.시간이 지났어도 다들 달라진 것 없는 것 같았다. 10년 넘는 시간이 흘렀으니 강산이 몇 번은 변했으며 외모의 변화야 시간이 준 선물이니 당연하지만, 그 자리는 우리에게 10년 전 함께 일 하던 시공간에 와 있는 것은 착각에 빠지게 했다.
흰 머리카락의 개수는 늘어나 허옇게 물들고 이마에 주름은 더 깊어져 선명해지고 노화된 피부에 쉽게 피어나는 검버섯들은 지나온 삶의 고난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옛날 그 시절의 마음들도 그대로 머물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지금, 세상 돌아가는 진리와 순리를 알아버린 분들이라서 일까? 이 분들과의 만남만으로도 나에겐 힘이 되어 주었다.이제 다들 회사를 몇 년이다 더 다닐 수 있을지 모르는 불확실한 나이들이고 나도 그것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런 생각들을 지나온 어떤 날들보다 더 많이 하게 되는 나이가 되었다.
“65살까지 다닐 수 있지 않겠어?”
정말 그때까지 다닐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회사는 어떻게든 똥차를 밀어내려고 노력할 테니 정말 버티기를 잘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그냥 고민하지 말고 열심히 살아.
열심히 일하다 보면 그런 걱정 같은 것은 할 시간도 없으니”
그렇다. 그냥 열심히 일하다 보면 대충대충 살지는 않을 테고 그동안의 경험과 노하우가 있으니 일을 망쳐 동료나 회사에 민폐를 끼 칠일은 없을 테니.
그 말을 듣고 나니 생각해 보면 나도 아무것도 아닌 것에쓸데없는 고민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에
“그래 그냥 열심히 하면 되지. 열심히 일할 때 재미도 있었잖아.그동안 열심히 잘 살아왔는데 계속 그렇게 살아가면 되지”라고 마음속으로 나 자신에게 이야기하며 최면을 걸어 본다.
고민거리가 있을 때 털어놓지 못하더라도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런 시간이 너무 좋은 것 같다. 좋은데 별 다른 이유가 있겠는가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기에 그 시간들이 즐겁고 소중한 시간이 되어 주는 거다.
이 자리가 있기 전 나는 사실 많이 힘들어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정말 쓸데없는 고민을 하고 있을 수도 있고, 내가 얼마나 좋은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지 깨닫게 되고,내가 지금 격고 있다고 생각하는 고통은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고, 그래도 해결 점을 찾지 못하는 문제점들이 있다면 고민을 털어놔 보기도 하며혼자서 고민하는 것보다 더 빨리 길을 찾을 수 있는 자리가 되어 주었다.
코로나, 많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 이전의 삶에서 보다는 자유롭게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다 보니 나 스스로가 쓸데없는 생각의 무덤에 갇혀 머릿속만 복잡한 삶을 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을 만나고 수다를 떠는 것만으로도 내 머릿속 잘못된 생각들을 밀어내고 다시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발판이 되어 주는데좀 더 빨리 이전과 같은 삶이 만들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