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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활기찬 도시의 위엄

by 노연석

언제나 새벽 6시 15분 강남의 거리는 한산하다.

그 많던 사람들이 떠나고 밤새 거리는 싸늘함으로 가득 채워졌지만 새벽잠도 설치고 각지에서 올라온 사람들로부터 이 도시는 아침 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한다.


어제도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느라 피곤했겠지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깨어나야 한다.


생명을 가지고 있지 않은 도시라지만 생명이 있는 것처럼 깨어나 매일매일 사람들을 맞이하고 일터가 놀이터가 되어 준다.


차가웠던 도시는 아침에 한바탕 몰려드는 손님을 치루고 사치스러운 나른 한 오후 유유자적 보내며 기운을 차린 뒤 퇴근시간, 다시 초절정을 맞이 한다.


각자의 도시로 돌아가는 사람, 지인들을 만나 식사도 하고 소주 한잔 기울이는 사람들과 함께 한 푼이라도 더 벌어 보려는 상인들과 교감이 가득하다. 이 도시는 역시 밤이 되어야 더 활기차지고 뜨거워진다.


36.5도의 사람들이 모이고 모여서 싸늘하게 식었던 도시의 기온을 한 껏 올려주어 낮 동안 달궈졌다 식어가는 밤을 다시 데운다.


늦은 밤, 사람들이 하나둘씩 빠져나가 각자의 쉼터로 떠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해지고 급격히 싸늘하게 식어가며 적막만 가득하다.

내일 또 달아오를 새로운 날을 고대하며 싸늘한 어둠 속에 파 묻힌다.


이 도시는 살아 있는 생명체와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많은 사람들을 맞이하고 떠나보내고를 반복할 수 있을까?

이 도시는 사람들의 온기로 생명을 이어가고 성장해 간다.


난 오늘도 이 도시를 스쳐 지나고 또 스쳐 지나며 또 다른 사람들도 스쳐 지나고 또 스쳐 지나며 도시가 살아날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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