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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는 차가움

비가 데려온 친구

by 노연석

어제 만났던 비바람조차 무색할 만큼 오늘의 새벽바람은 미약하나마 한기가 느껴진다. 시려지는 귀가 온도계가 되어 싸늘함을 전한다.


거리에 뒹굴어야 할 은행잎은 축축한 무게를 견디어 내지 못하고 더 차가워진 보도블록 위에 누워 미동조차 하지 못한다.

먼동이 트기까지 시간이 있으니 더 잠을 자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세상 생명의 양분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 쉼이 되리라. 이 비가 그치고 나면 땅속 깊은 곳의 양분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새싹으로 피어나 세상을 푸르게 만들 것이다.


작년에도 10년 전에도 100년 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그것만은 변함없는 진리다.


매번 반복되고 다 똑같아 보이는 삶 같지만 늘 같은 삶은 아니다. 어제보다 괜찮은 오늘도 있고 차가운 오늘도 있다. 어떤 날이든 오늘 나의 삶은 양분이 되고 내가 성장하는데 밑거름이 되어 줄 것이다.


일정한 패턴 속에 조금의 변화가 주는 차이로 우리는 삶을 살아가는 의미를 찾는지 모른다.


삶의 온도 차이가 내가 살아가는 의미가 된다.



찬바람이 불어오는 새벽녘 버스정류장에서 바라본 풍경과 나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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