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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이른 귀가를 하던 날

이런 경험은 처음이야.

by 노연석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길에 나선다.

그런데 오늘따라 조금 일찍 도착하고 있는 버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 걸음을 재촉하고 뛰어서 간신히 버스에 올랐다.


평소와 다르지 않은 버스 안의 풍경, 그래도 평소보다 좀 덜 싸늘한 공기에서 포근함이 느껴진다.


추워진 날씨에 첫 운행을 하는 버스 안에는 늘 냉기 가득하고 나는 반갑지 않지만 마주한 냉기를 나의 채온으로 데워놓고 내리는 날들이 쌓여간다.


엉덩이와 등짝에서 시작한 한기는 온몸으로 퍼져나 갔지만 조금 따뜻했던 그날은 금방 잠이 들었다.


누가 깨우지 않아도 목적지에 가까워오면 눈이 저절로 떠지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이러다 언젠가 내려야 할 곳을 지나 치지는 않을지...


목적지에 다와 갈 때쯤 스마트폰에 쏟아진 문자와 메시지들을 확인했다.


오늘 사무실에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을 해서 방역 중이니 출근하지 말고 재택근무를 하라는 메시지다.


내려야 하나 마나, 자다 깨어나 정신이 없는 상황에 고민하다 고민이 의미가 없을 만큼 아무런 움직임도 하지 못하고 꼼짝없이 앉은 채 다시 집으로 본의 아니게 이른 귀가를 시작했다.


쏟아지는 차량으로 적지 않게 소요되는 아침 출근 시간, 3시간 가까운 버스 여행을 하며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살다 보니 별의별 경험을 다하게 된다.


요즘 회사에 출근을 하는 것이 점점 더 무서워진다. 시간이 갈수록 가까운 곳에서 확진자가 발생을 하고 점점 더 많은 확진자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슬금슬금 조금씩 내 주변을 감싸고 다가서는 코로나의 미친 기운들이 눈에 보이지만 피해 가기만을 바라는 심정이라니... 그저 무력감이 들뿐이다.


부스터 샷까지 맞았지만 의미가 있는 접종인지 가늠할 방법도 없고, 늘 만원인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불안하기만 할 뿐이다. 하루빨리 코로나가 종식되기를 희망해 본다.


2021.12.28일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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