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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밍

너무 빨리 나온 건가?

by 노연석

오랜만에 친구와 약속이 있어 서둘러 일을 마감하고 퇴근길에 오릅니다.

조금만 늦으면 러시아워에 갇혀 약속 시간을 못 지킵니다. 그러나 눈앞에서 버스를 놓치고 15분을 기다려야 하게 되어 버렸고 찌는 듯한 더위 속에 15분을 보내야 하게 되었습니다.


어찌 그리 타이밍을 못 맞추는지.

다시 버스앱을 들여다보니 반대 방향 노선을 보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챘지만 이미 늦어 버렸습니다. 나는 과연 늦게 나온 것인가? 빨리 나온 것인가? 어쨌거나 어중간한 타이밍에 손발이 아니 온몸이 더위에 고생을 합니다.


일을 하다 보면 이런 순간들을 맞이할 때가 있습니다. 한발 늦거나, 너무 앞서 가거나.

대부분은 일이 늦어지거나 잘 풀리지 않을 때 그것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더 진도가 나가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답은 다른 곳에 있은데 너무 몰두한 나머지 엉뚱한 곳을 파고 있는 것이지요.

아마 한두 번 경험을 해 보셨을 것입니다.

이러다 보면 잠시 타이밍을 놓친 게 아니라 영영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널 수 있습니다.

예전에 담배 피우던 시절에는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멍 때리다 답을 찾기도 하고 다른 일을 하다가 답을 찾기도 하고 심지어 술을 마시다 답을 찾아 사무실로 들어가곤 한적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한다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아마도 모든 일에는 납기라는 타이밍이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타이밍을 놓치면 안 된다는 것 때문에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것 이겠지요.


제가 오늘 버스를 놓친 것은 제대로 집중하지 않아서 일 겁니다. 정신없이 일을 마무리하는 와중에 버스 노선을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대충 알아보면서 잘못된 방향을 선택했기 때문이죠.


타이밍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집중도 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것저것 여러 가지 손을 대다 보면 어느 하나는 펑크가 나기 마련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능력치를 벗어난 것이죠.


그렇다고 계획한 대로 딱딱 맞아떨어지는 것도 왠지 인간미가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사람 냄새나지 않는 로봇과 같은 게 아닐까요.


어쨌거나 타이밍은 중요하지만 늘 딱딱 맞출 순 없습니다. 또 너무 딱딱 맞추며 살아가는 것도 인간미 없어 보여서 별로 인 것 같습니다. 상황이 어떻든 간에 물 흐르는 대로 흘러가게 두는 자연의 섬리를 따르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고민하거나 걱정하가나 화낼만한 이유는 아니겠지요.


버스를 놓쳐서 무더위 속에 다음 버스를 기다려야 했지만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인 것 같습니다. 차가 막히지 않아 약속시간보다 30분이나 일찍 도착했습니다.

어쩌면 앞에 간 차와 별 차이가 없었을 것 같습니다.


22.07.12일 무더위 속 퇴근길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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