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피곤했던 어제였지만 여지없이 일찍 떠진 눈. 창밖엔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우산을 들고서라도 산책을 하고 싶어 져서 길을 나섰다.
어제부터 계속 비가 온 덕분에 산책로 곧 곧은 침수가 되어 있었다. 하늘엔 구름 가득하지만 구름을 뚫고 내려오는 열기에 아침이지만 습한 기운이 온몸을 감싸 않는다.
산책로 위로 흩뿌려 놓은 듯 널브러져 있는 자귀나무 꽃잎들은 마치 누군가 뿌려 놓기라도 한 듯하다.
몇 걸음 더 걸으니 눈앞에 펼쳐지는 바다. 바다가, 바닷바람이 좀 더 나뭇가지에서 뽐내어야 할 꽃잎에게 이별을 선고한 것이었다.
부슬부슬 내려오는 비에 우산을 펼쳐 들었다.
생각해 보니 그냥 맞아도 좋을 만큼 적은 양이라 다시 우산을 접었다. 괜히 성가시게 들고 나왔다는 생각을 하며 걷는다.
그리 이른 시각은 아니지만 그 산책로에는 아무도 없었다. 바다를 옆에 두고 이어지는 산책로의 끝이 어디까지인지 궁금했지만 돌아서고 싶어졌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 바닷바람에 어느새 내 온몸은 축축이 지고 피부는 끈적거리고 있었다.
우산을 쓰고 있었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스쳐지나지만 그냥 흘려보낸다.
그리고 숙소로 숙소로 발을 돌린다.
8월 1일 아침, 영종도 미단씨티 이름 모를 공원 산책로를 걷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