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황금 비율

나만의 황금 시간

by 노연석

언제부터인가 나는 점점 더 알코올 중독자에 가까워져 가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알코올의 힘을 빌리지 않고 하루를 마감하기 힘든 날이 계속되는 듯하다.


나는 술을 좋아한다? 좋아하지 않는다?

술을 좋아하기 때문에 매일 그렇게 술을 마시는 것일까? 아니라고 반박하고 싶지만 마트에 가면 나도 모르게 술부터 챙기고, 냉장고 문을 열고 술이 없으면 조금은 불안해진다. 그렇다면 나는 술을 좋아하는 게 맞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보도 술을 좋아하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 내 머리로는 잘 이해할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삼겹살, 닭발, 족발, 곱창, 주꾸미 볶음, 치킨과 같은 음식들이 식탁 위에 오르면 여지없이 냉장고 문으로 손이 가고, 문을 열어 알코올이 있는지 확인을 한다. 물론 머릿속에는 이미 냉장고 속에 알코올들이 얼마나 있는지는 대충은 알고 있다. 술을 마시는 사람이 나 밖에 없으니 그 정도는 기억을 한다. 이정도면 술을 좋아 하는것이 맞겠지.


당연하겠지만 어떤 음식인가에 따라 맥주, 소주, 막걸리와 같이 안주 거리에 맞는 술을 찾고 마시는데 대부분 소주를 마시는 일이 많다. 물론 집에서도 소맥을 마시는 것도 빼놓을 수는 없다.


오늘은 내가 마시는 소맥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소맥을 마시면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비율을 발견했다. 발견이라니 이상하지만 그냥 우연히 그렇게 만들어 봤는데 나는 그 맛이 너무 좋았다.


250ml 소주 한 병(작은 피티병으로 판매되는 것이 있다)을 먼저 900ml 텀블러에 붓고, 355ml 맥주 한 캔을 사정없이 부으면 거품이 올라와 900ml 텀블러를 가득 채운다. 그러고 나서 빨리 텀블러의 뚜껑을 닫아 밀봉시킨다.


텀블러에 썩어 놓은 소맥을 어떻게 마시면 맛이 있을까?

이렇게 술을 마시는 것을 보면 가족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 뻔하기 때문에 가족들이 아무도 없는 날에 약간의 스릴감과 함께 텀블러 소맥을 마신다.


별다른 안주는 없다. 그냥 과자 부스러기나 마른안주가 될만한 것이 있으면 찾아서 책상 위에 올려놓는다. 영화관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암막 커튼을 치고 방을 어둡게 만들고 평소에 보려고 했지만 미뤄 두었던 OTT 드라마나 영화를 켜고 텀블러에 빨대를 꽂는다. 영화의 시작과 함께 한 모금 주욱 빨아들인다. 차가운 소주와 맥주의 혼합물이 빨대를 타고 나의 입속으로 전햊고 시원하고 진한 소맥의 맛을 전달한다. 그 진한 맛은 입안 가득히 펴지면서 침샘을 자극하고 난 후 목구멍 넘어 식도를 거쳐 위장으로 내려가 시청하고 있는 영상에 조금 더 빠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사실 처음 이런 맛을 봤을 때 소맥에 소주, 맥주를 50:50의 비율로 탄 것 같은 느낌이라 소주의 진한 맛이 너무 많이 나서 거부감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묘하게도 빨대로 마시는 이 알코올 혼합물의 맛은 절묘하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영화를 보는 내내 빨대로 야금야금 마시는 이 맛은 영화의 맛을 더 깊게 만들어 준다. 그 깊이가 깊어 갈 수로 줄어드는 알코올이 아쉬워 조금씩 아껴가며 마셔기도 한다. 영화가 끝나기 전에 다 마셔 버리면 왠지 영화의 재미가 떨어질 것 같다.


영화가 끝나갈 쯤이면 아끼고 아껴마신 900ml의 텀블러 속 혼합물은 나의 위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영화의 감동만큼이나 이 혼합물은 포만감도 선사한다. 요즘 극장에서 맥주를 팔기는 하지만 극장에서는 맛보는 것보다 더 짜릿한 맛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연출하기는 쉽지 않은데 집에 아무도 없는 날만 수행할 수 있는 흔하지 않은 찰나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영화와 함께 진한 술을 마시고 나면 뒤처리가 중요하다. 술을 마셨다는 흔적을 없애기 위해서 맥주 캔과 소주병은 티 나지 않게 잘 분리수거를 해 두어야 한다. 물론 이 작업은 영화를 보기 전 술을 텀블러에 따르고 나서 바로 마무리를 해 두어야 한다. 언제 가족들이 들어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더 완벽하게 하기 위해서는 분리 수거장에 내다 버리는 것이겠지만 늘 분리 수거함을 들여다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것으로 충분하다. 가끔 텅 비어 있는 분리수거 함에 소주병과 맥주캔이 들어 있다면 바로 들통이 날 수도 있겠지만...


하지만 가장 중요한 뒤처리는 입안 가득한 술냄새다. 이 문제는 가족들이 들어왔을 때 자연스럽게 맥주 한 캔을 꺼내어 마시면 된다. 맥주를 마시는 일은 일상이니 누구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으며 술냄새는 방금 마신 맥주로 비롯된 것이기에 누구의 의심을 받지 않을 수도 있다.


이렇게 적고 보니 정말 나는 알코올 중독자임에 틀림없어 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더 깊어지기는 한다. 그렇게 보인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내가 즐기는 이 맛은 어쩌면 적정히 섞은 소주와 맥주, 혼합물의 맛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도 모르게 혼자만의 즐기는 시간을 좋아해서라는 것으로 알코올 중독자는 아니라는 변명을 해 본다.


이런 기회가 자주 오는 것은 아닌데 지금 이 시간 그런 순간이 찾아왔다. 이제 조용히 글을 마무리하고 나만의 시간을 즐겨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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