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의 발전은 많은 편의와 편리를 제공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것을 잃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새로운 것에 익숙해지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불편해진 것에도 빠르게 적응한다.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내가 사는 곳은 주변의 화려한 도시의 풍경들과는 사뭇 다르다. 비교하자면 아직은 다른 곳들보다 인공적인 것보다 자연적인 것들이 더 많다.
도시의 편리한 각종 시설, 환경, 먹거리, 문화생활 등등의 것들과는 거리가 먼 이곳은 건물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아름답지는 않지만 탁 트인 경관이 그래도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도 들어서면서 누군가에게 시원하게 보이던 뷰를 가로막았을 것이고 새롭게 높게 올라가는 건축물들이 그런 뷰를 하나둘씩 새로운 그림으로 그려 놓고 있다. 그림은 매우 단조롭고 답답하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근처에 몇 년 동안 취소되었던 아파트 공사가 재게 되고 이제 막 입주를 앞두고 있다.
자주 걸어야 할 이 길 옆에 또 하나의 새로운 벽화가 완성되고 있다. 출근을 하며 이 길을 걷다가 상쾌한 아침 공기만큼 상쾌하지 않은 뷰는 조금 가슴음 답답하게 만들었다.
며칠만 이 길을 더 걷다 보면 이 거대한 장벽은 어느새 하나의 풍경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느끼는 이 답답함도 사라질 것이다. 늘 그렇듯이 새롭고 낯선 것에 금방 익숙해질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낯선 뷰일 뿐이다.
사방이 막히지 않은 곳이 싫다면 이 도시를 떠나 시골로 내려가야 할 것이다. 지금의 이런 익숙함이 좋은 것인지? 답답함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는 것이 더 좋은 것인지? 쉽게 결정할 일은 아니다.
도시로 올라와 살면서 가끔 이런 느낌과 감정이 솟아오를 때도 있지만 시골을 떠나와 도시의 편리함에 익숙해진 생활이 더 만족스러웠다. 더 많은 비용과 대가를 치러야 하지만 시골로 내려가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익숙함에서 벗어나는 일은 쉽지 않은 것 같다. 한번 내 몸에 익숙해진 것을 잘 바꾸려 하지 않는다. 새로운 것에 대한 변화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다.
탁 트인 뷰가 좋지만 좋다고 내 맘대로 누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우거져 가는 빌딩 숲에 산다. 그 공간에 익숙해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