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프레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네오필리아노 Nov 02. 2022

빌딩 숲 속에 산다.

자연에서 멀어져 간다.

  산업의 발전은 많은 편의와 편리를 제공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것을 잃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새로운 것에 익숙해지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불편해진 것에도 빠르게 적응한다.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내가 사는 곳은 주변의 화려한 도시의 풍경들과는 사뭇 다르다. 비교하자면 아직은 다른  곳들보다 인공적인 것보다 자연적인 것들이 더 많다.


  도시의 편리한 각종 시설, 환경, 먹거리, 문화생활 등등의 것들과는 거리가 먼 이곳은 건물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아름답지는 않지만 탁 트인 경관이 그래도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도 들어서면서 누군가에게 시원하게 보이던 뷰를 가로막았을 것이고 새롭게 높게 올라가는 건축물들이 그런 뷰를 하나둘씩 새로운 그림으로 그려 놓고 있다. 그림은 매우 단조롭고 답답하다.


  가 살고 있는 아파트 근처에 몇 년 동안 취소되었던 아파트 공사가 재게 되고 이제 막 입주를 앞두고 있다.


  자주 걸어야 할 이 길 옆에 또 하나의 새로운 벽화가 완성되고 있다. 출근을 하며 이 길을 걷다가 상쾌한 아침 공기만큼 상쾌하지 않은 뷰는 조금 가슴음 답답하게 만들었다.


  며칠만 이 길을 더 걷다 보면 이 거대한 장벽은 어느새 하나의 풍경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느끼는 이 답답함도 사라질 것이다. 늘 그렇듯이 새롭고 낯선 것에 금방 익숙해질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낯선 뷰일 뿐이다.


  사방이 막히지 않은 곳이 싫다면 이 도시를 떠나 시골로 내려가야 할 것이다. 지금의 이런 익숙함이 좋은 것인지? 답답함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는 것이 더 좋은 것인지? 쉽게 결정할 일은 아니다.


  도시로 올라와 살면서 가끔 이런 느낌과 감정이 솟아오를 때도 있지만 시골을 떠나와 도시의 편리함에 익숙해진 생활이 더 만족스러웠다. 더 많은 비용과 대가를 치러야 하지만 시골로 내려가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익숙함에서 벗어나는 일은 쉽지 않은 것 같다. 한번 내 몸에 익숙해진 것을 잘 바꾸려 하지 않는다. 새로운 것에 대한 변화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다.


  탁 트인 뷰가 좋지만 좋다고 내 맘대로 누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우거져 가는 빌딩 숲에 산다. 그 공간에 익숙해져 간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느 날 갑자기 핫 플레이스가 된 시골 마을의 시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