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도 하얀 옷을 입고 출근한 날은 적지 않게 점심으로 짜장면, 짬뽕과 같은 메뉴를 선택한다. 그날도 회사 식당에서 짬뽕을 받아 들고 젓가락을 들고 보니 매우 조심스러운 식사를 해야 하는 것을 감지했다.
식사를 하는 내내 조심스럽게 그릇을 비워 갔고 성공적인 식사를 마무리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러나 항상 그렇게 방심한 사이에 일은 벌어지고 만다.
하얀 와이셔츠에 빨간 국물이 수를 놓았다. 어이없음, 망연자실하며 바라다봐야 답은 나오지 않는다. 사무실로 올라와 화장실에서 최선을 다해 지우려는 노력은 하지만 완벽하지 못하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난 클리너를 가지고 다녔었는데 오랫동안 근무하던 곳을 떠날 때 버리고 나온 이후로 다시 구입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챘다. 다음에 챙겨 보자고 생각하지만 그 시간이 지나면 망각하고 만다.
그보다 얼룩진 셔츠는 오후 내내 신경이 쓰인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칠칠 맜다고 하겠지. 오늘 점심에 짬뽕 드셨군먼. 흰 옷을 입고 짬뽕을 먹다니... 등등 사람들이 수군대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하지만 이 모든 망상은 나만의 착각이다. 나 스스로 그 얼룩에 계속 신경이 가고 누군가 볼까 봐 조마조마하고 창피하다는 생각을 할 뿐이다. 설사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한다고 할지라도 그 사람에게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오만가지 생각 중 하나일 뿐 그 순간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니 이러 나 상황들에 너무 신경 쓸 필요 없다. 아무도 그 순간을 기억하지 못한다. 나 혼자 거울 속에 비친 내 셔츠를 얼룩을 들여다보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