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스쳐 지날 뿐
고통의 순간에 찾아온 잡념
치과, 신경 치료 3일째.
오늘따라 주삿바늘은 더 따끔하고 더 깊숙이 살을 파고들며 서서히 퍼져가는 마취약의 움직임이 선명하다.
예정보다 하루빨리 마감된 신경치료 후 3분의 1일 날아간 어금니를 씌우기 위한 작업들이 내 몸은 더 경직되어가고 힘이 들어간다.
너무 아팠다.
그 순간 이런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이 고통은 순간일 뿐이라고
아무리 거세게 몰아 치는 비바람도 잠시 스쳐 지나갈 뿐이다.
내가 느끼고 있는 고통도 잠시 스쳐 지나갈 뿐이다.
삶에 찾아오는 시련들 조차 잠시 스쳐 지나갈 뿐이다.
그 순간에 너무 집착하거나 사로 잡힐 이유가 없다.
다음에 불어올 비바람이 두려워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면 이 세상을 살아갈 이유가 없지 않은가?
고통, 시련뿐만 아니라 기쁨, 행복 또한 한순간 그냥 스쳐 지나는 바람과 다르지 않다.
다만, 기다려지느냐, 피하고 싶으냐의 차이일 뿐이다.